2017.02.11. from 단디
오늘 새벽에 지진이 일어났어요. 제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겪은 지진 중에서 가장 뚜렷하게 느낀 지진이었습니다. 저의 느낌으로는 지난 가을의 경주지진보다도 강한 듯 했어요. 하지만 전혀 불안하지는 않았어요. 이불속에서 지진을 느끼면서도 이 작은 집이 무너져봐야 머리에 혹이나 나는 정도겠지...하며 안심되는 마음이 들더군요. 생각해보면 지진이 무서운 것은 인간이 만든 지나치게 거대하고 인공적인 시스템 때문입니다. 그것은 땅이 조금만 흔들려도 심각하게 망가져버리니까요. 숲속에 작은 오두막을 짓고 사는 사람이 있다면 웬만한 지진이 와도 전혀 걱정될 게 없겠지요. 별로 부서질 게 없으니까요. 하지만 도시에서는 강진이 오면 대참사가 일어납니다. 콘트리트 건물과 도로들이 순식간에 부서져버리고 전기가 끊어져서 전기에 의존하는 모든 시스템이 마비되고 상하수도가 망가져서 어떤 곳에는 물이 넘쳐흐르고 어떤 곳에는 물이 전혀 나오지 않게 되겠지요. 제일 위험한건 아마 가스일겁니다. 지진이 일어나면 건물에 연결되어 있거나 지하에 매설된 가스배관도 망가지게 되고 가스들이 새어나오게 됩니다. 보이지 않게 새어나오는 가스들이 언제 어디서 연쇄폭발을 일으킬지 모릅니다. 인간이 만든 이 거대하고 편리한 시스템은 이렇게 위태롭습니다. 오늘 아침 비전화공방에서 겪은 작은 지진은 이런 시스템에 의존하는 우리의 삶에 대해 다시금 돌이켜보게 만드는 기회가 되었어요. 아침식사를 하면서 마쓰에게 물어보니 전혀 대수롭지 않다는 얼굴로 이 정도 지진은 자주 있으니 걱정할거 없다고 하네요. 역시 지진과 화산의 나라에서 사는 일본인답군요.
내가 지내고 있는 오미가라(왕겨)하우스
오늘은 연못처럼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둥실둥실 떠다니고 차가운 바람이 부는 날이었습니다. 내일쯤에는 바퀴가 완성되겠군요. 오늘도 기분 좋게 목욕하고 밤하늘의 달을 바라보며 시원하게 오줌 한번 누고 타닥타닥 타오르는 난로가 점점 온기를 더해가는 조그만 나의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하얀 눈이 덮인 고요한 비전화공방의 하루를 조용히 마무리합니다. 다들 평온한 밤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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