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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화공방서울/비전화공방서울_생각

[함께생활하기] '함께 생활하고 대화하는' 하루

비전화제작자 과정에 지원해주신 분들 중 서류에 합격해 '함께 생활하기&대화하기' 선정과정에 참여해주신 분들은 총 20명입니다. 이틀에 걸쳐 10명씩 참여했습니다. '함께 생활하기&대화하기' 선정과정은 비전화제작자의 하루를 체험해보고 나에게 맞겠는지, 아닌지를 판단해보는 시간입니다. 


11시부터 30분간 서로 인사를 나누고 11시 반부터 1시까지 제작자들의 작업공간&농사부지를 정돈하고 이후 한시간 가량 싸온 도시락을 먹습니다. 2시부터 5시까지 나머지 작업, 5시부터 7시까지 하루가 어땠는지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함께하는 작업과 대화가 핵심입니다. 


지금까지 미술을 했어요. 다른 걸 해볼까 노력을 해봤는데 뭐랄까요. 내가 아는 지식과 그 속에서 계속 해왔다면 나 자신을 백지장으로 만들고 배우고 싶어졌어요. 나를 버리고 여지껏 살아온 관성을 비우고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 날, 자기소개 시간 중 




제작자 과정은 짜자잔 준비되어 있지 않아요. 우리가 직접, 스스로 만들어가야 합니다. 올해가 1기이기 때문에 특히 더 그렇죠. 비가 왔다가 멈췄다가 흐린날씨였지만 묵묵히 맡은 일을 했습니다. 첫 날은 농사부지를 정돈하는 일이었어요. 



둘씩 짝을 지어 챙기면서 일을 했는데, 짝꿍이 일을 너무 잘 해서 듬직했어요. 서로 다른 동기로 신청했지만 일하러 와서 그런지 다들 일을 잘 하더라고요. 책상 앞에서 컴퓨터만 했다면 직접 몸을 움직이는 작업은 '잘 해야지' 마음 먹는다고 되는 건 아니네요. 같이 해나가는 과정이 중요하구나 생각했어요. 일하고 먹고, 다시 일하고. 비가 와서 중간에 빗소리 들으며 쉬던 시간도 정말 좋았어요. 오늘 하루 시작이 좋아서 1년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첫 날, 함께 대화하기 중



하루 동안 나에게 무엇이 남았는지, 어떤 걸 가지고 돌아가는지 이야기하며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든든함, 간절함, 나의 삶, 좋은 이미지, 긴장감, 뿌듯함, 충만함, 내 몸 등이었어요. 다들 공감의 끄덕끄덕.




'함께 생활하기&대화하기' 이틀째, 새로운 10명과 하루를 시작합니다. 





첫 날엔 농사부지 땅을 정돈하는 굵직한 작업을 했다면 둘째 날은 쓸고 닦고 청소를 주로 했어요. 우리 작업공간으로 쓸 곳이 예전 사람들의 흔적으로 지저분했거든요. 오랫동안 처박혀있던 물건을 빼서 버릴 건 버리고 필요한 건 챙기면서. 틈틈이 이렇게 수다도 떨고요. 첫 날과 달리 날씨가 화창해서 봄소풍나온 기분이었어요. 





참여자 중 아프리카 춤을 추는 친구가 있어서 점심먹고 가볍게 리듬을 탔습니다. 제각각이었지만 뭐. 이것도 나쁘지 않아요. 흥이 나는 만큼, 내 몸이 움직이는 대로 휘적휘적 거리며 춥니다. 우리가 즐거우면 그걸로 충분하구나 싶던 오후. 이거보세요, 구름. 엄청나죠? 




오늘 일을 하면서 생각이 없어졌어요. 내가 여기 왜 왔고, 왜 하고 싶었는지 생각하기보다 열심히 몸을 움직이는 것에 집중했어요. 머리가 폭발한 것처럼 꽃이 된 것 같아요. 오늘 하늘이 너무 좋아서 다 같이 손을 잡고 있는 기분이었어요. 새참 먹으면서 다 같이 그 공간에서 햇볕을 쬐며 조근조근 얘기하고 또 얘기하지 않고 침묵을 즐기던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둘째 날, 함께 대화하기 중




내 감각을 존중하지 않으며 살았던 것 같아요. 늘 모든 일에 최선을 다 하려고 했어요. 그랬더니 오늘 시간을 많이 보냈던 친구가 내가 할 수 있는 것보다 힘을 좀 덜 쓰면서 일하라고 하는거에요. 자기 힘보다 덜 하는 걸 경험해보라고. 맞아요. 나에게 주어진 걸 꼭 해야 하는 것처럼 노력했어요. 그게 성장인 것처럼. 내려놓기, 비우기. 이런 말들이 순간순간 와닿는 하루였어요. 누군가 시켜서가 아니라 내 몸과 감각에 집중해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일을 찾아서 하기. 다 같이 완성하고 다 함께 박수치며 기뻐했어요. 굉장히 남을 것 같아요. 두고두고. 

둘째 날, 함께 대화하기 중




쓸모없음의 쓸모있음을 경험해보고 싶어서 왔다는 참여자의 말을 듣고. 비전화공방이 무얼 하고자 하는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매번 확인하게 되는 건 생각보다 '다르게 사는 삶'을 꿈꾸는 사람들은 참 많다는 거에요.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 중, 우리가 만난 이 시간이 참 귀하고 귀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손이 모여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무언가를. 


이틀간, 함께 해주셔서 참 고맙습니다.



비전화공방에 온 이유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어요. 나와 비슷한 지향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게 가장 매력적이죠. 저는 생태적인 삶에 대한 갈증이 있어 시골에서 살기도 했어요. 하지만 희망을 얻은 건 시골에서 살다가 도시로 올라온 후였죠. 혼자 꿈꿀 때는 못 할 것 같지만 꿈꾸는 사람들이 곁에 있으면 작은 것이라도 해보고 경험이 쌓일 때 다른 삶을 살게 되더라고요. 강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여러분도 그런 느낌이지 않을까. 우리가 그런 신호를 보내고 반응하는 사람들이 모인 하루였던 것 같아요. 서로 폐를 끼치기도 하고 꿈을 나누기도 하는 우리가 참 소중합니다. 고맙습니다. 

둘째 날, 함께 대화하기 중. 비전화공방 스텝 '단디'의 마무리 말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