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비전화저널

#5. 돌가마 터 잡기 : 맛있는 빵 냄새가 피어나는 곳

#5 돌가마 터 잡기

“맛있는 빵 냄새가 피어나는 곳”


지난 5월 11일, 후지무라 선생님과 함께 돌가마 터를 잡고 사용할 벽돌을 살펴봤다.


비전화공방은 비전화카페 건축할 계획이다. 5월부터 연말까지 매달 건축 일정이 빽빽하다. 터를 잡는 측량부터 벽돌 한 장의 수평을 다지는 일까지. 모두 제작자들의 손으로 완성할 일이다. 카페 하나를 만들기에는 상당히 긴 시간이다. 한 달이면 새 건물이나 상점이 들어서는 도시의 속도감과 다르다. 제작자들의 성실함이 꾸준히 쌓여야 만들어질 카페는 ‘시간은 들일수록 좋고, 돈은 들이지 않을수록 좋다’는 비전화공방의 철학과 실행이 담길 장기 프로젝트이다.


카페에서 맛있는 빵을 만들어낼 ‘돌가마’도 만들 계획이다. 돌가마는 제작자들이 수련해야 할 5월의 과제이다. 공방에서는 매달 제작자들이 비전화제품을 만드는 법을 배워 사람들과 공유할 계획이다. 돌가마 시민 워크숍은 6월 17일(토)에 오픈한다. 4월에는 ‘태양열 햇빛 건조기’ 제작 방식을 배워 시민워크숍을 열었다.


태양열 햇빛 건조기 시민 워크숍을 준비하는 제작자들

(보러가기 →  http://noplug.tistory.com/46)


맛의 퀄리티를 다투는

빵집 가마는 1층식 구조


가마는 1층식과 2층식 두 가지 종류가 있다.


1층 식은 불을 때는 곳과 굽는 곳이 같다. 요즘 흔히 보는 화덕피자용 가마와 비슷한 유형이다. 가운데 숯이나 장작으로 불을 때면 가마 전체가 뜨거워지고, 온도가 200도 이상 올라가면 불을 구석으로 밀어내고 그곳에 조리할 음식을 놓는 방식이다. 2층 식은 불과 음식이 놓는 위치를 분리한다. 하단에서 불을 때면서 뜨거워진 2층에서 음식을 조리한다. 불과 음식의 위치를 분리되어 있어 2층식은 연속적인 조리가 가능하다. 하루 종일 불을 때며 빵을 구워낼 수 있어 효율적이다.


그렇지만 더 맛있는 빵은 1층 식에서 나온다. 2층 식은 바닥은 뜨겁지만, 전체 가마의 온도에는 차이가 있어서, 빵이 불균일하게 구워진다. 1층 식은 불이 가마에 직접 가열되어 고르게 뜨거워지고, 빵이 균일하게 구워져 더 맛있다. 하지만그만큼 손이 더 간다. 숯을 계속 옮겨야 하고 2회 이상 연속적으로 굽기가 어렵다.


“제가 있는 나스마치는 2만 4천 명이 사는 소도시이지만, 유명한 별장이 많아 외부 관광객이 많이 옵니다. 시골이지만 도회지 문명이 공존해서 빵집도 많고, 퀄리티도 높습니다. 나스 지역에서 퀄리티를 다투는 빵집들의 가마는 모두 1층식 구조입니다. 맛있는 빵과 피자를 좋아한다면 1층식을 권합니다.”

후지무라 선생님은 더 맛있는 빵을 먹을 수 있는 1층 식을 추천했다. 돌가마는 단순히 효율을 위한 물건이 아니라는 환기였다. 사실 도시에서는 불을 피우지 않아도 전기오븐으로 편리하게 빵을 조리해 먹을 수 있다. 그런 시대에 돌가마가 가지는 의미가 효율은 아닐 것이다. 돌가마는 효율보다는 정성이 들어간 ‘맛있는 빵과 향’을 피워낼 것이다. 또, 제작자들이 밭에서 생산한 농작물을 조리해 판매(스몰 비즈니스)할 수 있는 구체적인 도구가 될 것이다.


돌가마 사진.jpg

일본 비전화공방의 돌가마, 모자이크 조각의 색감이 흙의 색깔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돌가마 외관은

모자이크 작업으로

아름답게


돌가마는 열을 견딜 수 있는 내화 벽돌을 쌓고, 외면을 흙으로 덧붙인다. 일본과 한국처럼 가을과 겨울이 있는 지역에서는 겨울부터 초봄까지도 가마가 뜨겁도록 외면을 흙으로 덧붙인다. 흙으로 마감하는 것은 실용적인 이유이지만, 비전화공방에서는 모자이크 작업을 해서 더 아름다운 돌가마를 만들 계획이다. 재료는 깨진 도자, 유리, 타일 조각 등을 재활용한다. 후지무라 선생님은 카페와 돌가마가 조화를 이루는 경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속의 돌가마에는 후지무라 선생님이 좋아하는 무민 캐릭터가 콜라주 작업처럼 귀엽게 그려져 있다.


“여러분은 어떤 아름다움을 모자이크로 만들 건가요?” 기술적인 완성 이후의, 아름다움에 대한 선생님의 친절한 질문이었다. 모자이크의 아름다운 조각 하나하나를 다루는 선생님의 손길에 숨어있었다. “각지고 날카로운 파편을 그냥 사용하지 않고, 끝을 마모시켜서 둥근 조각을 사용하세요. 마모시킬 때 조각 전체를 살짝 경사지도록 깎아 주면 흙과 결합도가 높아지는 장점도 있습니다.”


실내에서 도면 설명이 끝나자, 실제 돌가마가 들어설 장소로 이동했다. 내화 벽돌과 시멘트를 날라 내려놓고, 직접 만져보며 선생님의 설명이 이어졌다. 물과 모래의 비율부터, 시멘트를 얹고 바르는 팔레트를 다루는 방식 등 처음 해보는 일에는 배워야 할 암묵지가 곳곳에 숨어있다. 제작자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6월 17일 시민 워크숍 전까지, 돌가마의 토대까지 만드는 것이다. 혁신파크의 한쪽 귀퉁이 지금은 풀이 무성한 곳. 그곳에 한 장씩 신중하게 쌓일 벽돌만큼 비전화공방의 시간도 구체적으로 쌓이고 있다.



취재/글 박우영

사진 이재은

편집 우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