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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함께하는 비전화공방/비전화수기

[비전화수기공모] 제 삶의 모토는 지구별에 도움 되기입니다 / 김해랑

비전화수기공모



제 삶의 모토는 지구별에 도움 되기입니다

김해랑



제 삶의 모토는 지구별에 도움 되기입니다. 면 생리대 쓰기부터 전기와 화학물질을 적게 쓰는 소소한 행보를 하나씩 넓혀온 것 같아요~ 지구별에 도움되는 일이 내 몸에도 좋다는 걸 느끼며 생활하고 있어요.


어느날 이사 온 집의 발코니에 볕이 잘 드는 걸 발견하고 작은 화분에 씨앗을 심어보았어요. 작은 싹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모습이 흐뭇하고, 단조로운 서울살이에 어찌나 위로가 되던지! 다음은 53일의 텃밭 일지입니다.

 

서대문구에서 분양 받은 화분의 상추가 이렇게 자랐다. 베란다 텃밭의 도시 농부를 자처하며 나름 정한 

원칙은,

 

1. 농약, 화학 비료는 사용하지 않는다.

   EM 희석액과 커피 찌꺼기, 달걀 껍질 주기

   식초, 마요네즈, 은행잎, 마늘, 계피로 천연 살충제 만들기.


2. 화분은 되도록 구입하지 않는다

   재활용품을 화분으로~


3. 빗물, 쌀뜨물을 잘 이용한다.


4. 콩과 식물을 같이 심어 좋은 흙을 만든다.

 

*재활용품을 화분으로 만드는 재미가 쏠쏠하다. 즙 용기, 사료 캔, 베이킹소다 봉지, 테이크아웃 컵, 페트병, 흙 비료, 생두 자루~ 덕분에 재활용 쓰레기가 믿기지 않을 만큼 줄었다. 안 쓰려고 노력하는데도 얼마나 많은 재활용품을 쓰고 있던 건지!

 

*적어도 55일 이후로 심었어야 하는데, 욕심을 내 너무 일찍 심는 바람에 열매채소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별 차이 있겠나 싶었는데 큰 일교차가 작물들에게는 천지 차이였던 것 같다. 그리고 완전히 숙성되지 않은 퇴비의 시비... 초보 농부라 미안해 얘들아~ 도와줄게 잘 이겨낼 수 있기를~

 

*지인의 사무실에서 테이크아웃 커피컵을 여러 개 얻었다. 덕분에 새싹과 작물이 잘 자라고 있고, 해랑 텃밭이 조금 더 풍성해지면 화분째로든 뜯어서든 주변에 많이 나누고 싶다.

 

*한 달이 지나도록 싹이 트질 않아 구석으로 버려둔 화분에서 네 개의 싹이 돋았다. 씨앗이 진짜 생명이구나 싶어 놀랍기도 하고, 때가 되면 싹이 트고 자라 열매가 맺는 것을 내가 너무 조바심을 냈구나 싶다.

 

*바람에 비가 실리면 몸이 축 처져서 비 오는 날을 싫어했는데, 농부에게는 빗소리가 얼마나 달콤한지! 비야 촉촉하게 내려줘~~~

 

*음식물 쓰레기를 먹고 자라는 지렁이를 키우고 싶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지렁이가 자생하는 좋은 흙을 만들어야겠다.

 

*60년을 농부로 살아온 우리 할머니가 진심으로 존경스러워졌다. 어제가 생신이셨는데 팔순 축하드립니다. 나는 농부의 손주다!

 

훗날 점점 규모를 키워 작열하는 태양 아래 쌀뜨물, 머리 감은 물, 목욕물을 공급해주며 상추, 바질, 케일, 토마토와 오이, 작두콩 등을 자급자족해 먹었어요. 자연이 키워내는 작물들은 사뭇 경이로웠답니다!

더불어 요즘 고양이 모래와 털, 머리카락과 먼지로 퇴비 만들기를 실험하고 있습니다. 형광물질이 없는 휴지나 분쇄된 이면지도 퇴비화가 가능하다고 해요! 퇴비 덕에 음식물, 생활 쓰레기가 많이 줄 것 같습니다.

 

고양이를 반려하면서 냄새 제거와 청소, 식물 생장과 퇴비 발효에 도움이 되는 EM 발효액을 알게 되었어요. 이것은 신의 한수! 쌀뜨물에 설탕과 천일염을 가미해 숨쉴 틈을 주고 며칠 그늘진 곳에 두면 발효액이 만들어지더라구요. EM발효액을 넣어 세탁을 하면 고양이가 실수한 이불까지 냄새가 덜어진답니다!

 

베이킹소다와 구연산까지 함께라면 금상첨화~ EM발효액을 쓰면 핏물도 잘 분해가 되어요. 저는 면생리대7년 째 쓰고 있어요. 이제는 면생리대를 쓰고 세탁하는 일이 세수하기나 머리 감기, 보통의 빨래처럼 익숙해요. 면생리대를 쓰고 생리통이 정말 줄었어요. 산소계 표백제를 넣고 삶으면 새햐앟게 된답니다.

 

비누도 화학제품을 넣지 않고 만들어 쓰니 더 소중하게 느껴지고 쓸 때마다 행복해요! 샴푸와 보디샴푸, 폼클렌징, 손 세정제 대신 직접 만든 비누를 사용하고 있어요. 다음에는 피클곽, 두부곽을 이용해 비누를 만들어볼까 해요.

일회용품-비닐, 플라스틱류 덜 쓰고 쓸 수 있으면 여러 번 쓰기를 큰 원칙으로 두고 에코백을 사용하고 생분해용품을 찾아서 쓰고 있어요. 유리보틀을 거의 늘 들고 다녀요! 비전화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