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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함께하는 비전화공방/비전화수기

[비전화수기공모] 에너지를 통제하는 권력이 국가와 자본에서, 시민이며 개인인 나에게 넘어왔다 / 배석진

비전화수기공모



에너지를 통제하는 권력이 국가와 자본에서시민이며 개인인 나에게 넘어왔다

배석진


우리의 삶에 가장 필요한 것은 전기다.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의 시작을 생각하면 보령의 화석발전소나 경주의 핵발전소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3년 전 태양광 충전기를 만들며 내가 전기를 생산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나는 3년 전 한 시민단체이 주최한 태양광 스마트폰 충전기 제작 모임에 참석했다. 나는 등산과 캠핑을 좋아했고, 산에서 스마트폰의 배터리가 닳아서 곤란했던 적이 있었다. 나는 긴급할 때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기대됐고, 그래서 모임에 참석하게 됐다. 다만 마음 한 켠에는 만들다 실패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있었다.

 

하지만 그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태양광 스마트폰 충전기에 필요한 것은 태양광전지판과 태양광을 전력으로 바꾸는 콘트롤러, 그리고 역류방지 다이오드와 전선과 납땜 등이 다였다.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였다. 단순한 구조도에 따라 +에 맞춰 납땜하는 것이 전부였다.30분의 짧은 제작 시간으로 나는 밖에 나갔다. 태양광전지판에 스마트폰을 연결하였다. 스마트폰은 충전이 됐다.

 


나는 그저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조립하는 30분의 수고로 인해, 중동 사막에 묻힌 몇 억년이 지난 화석연료가 국가 간 전쟁 속에서 주인이 정해지고, 그것을 추줄하고 정제되어 배를 통해 대한민국으로 도착하여 바다 어느 한 곳에 있는 화력발전소의 연료로 사용되어 전기를 만들고 그 전기는 전선을 타고 내가 살고 있는 집의 220V 콘센트까지 배달되지 않은 채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있게 되었다. 전기의 소비자였던 내가 생산자가 되고, 전기를 통제할 수 있는 패러다임의 변화였다.

 

국가 경제의 성장과 발전이 신성불가침한 명령이었던 시대는 저물어갔다. 우리는 사회적 비용의 개념을 인정하고 그 비용을 최소화 해야 함을 동의하는 시대에 도달했다. 이는 단순하게 자연을 사랑하거나 재생에너지가 환경에 좋기 때문은 아니다. 사회적 비용이 너무나 커져, 우리 문명이 큰 위기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우리 문명의 기초는 에너지다. 우리가 자동차로 빠르게 이동하거나 비행기를 통해 세계를 여행하고, 백색가전 속에서 편리를 누리는 것은 바로 에너지에 있다. 우리가 유기물을 섭취하여 에너지를 만드는 것과 달리, 우리의 문명은 화석 연료를 통해 엔진을 돌리고 전기를 통해 전자기기를 작동한다. 우리 문명을 유지하는 가장 기초적인 전통 에너지인 화석과 핵은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화석연료를 사용한 산업화로 인해 발생한 온실 기체는 지구 온난화를 만들며 빙하는 녹이고 사막화를 가속화 중에 있다. 중국의 산업화로 인한 황사와 자동차 엔진의 매연은 미세먼지를 만들었고, 우리나라는 몸살을 앓고 있다. 일본은 노후화 된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편, 전통적인 에너지인 화석과 핵의 문제는 권력 집중의 문제를 가진다. 화석에너지로 인한 수많은 전쟁과 화석 에너지 그 자체는 이미 권력이다. 핵발전소의 설치와 운영은 개별이 할 수 없다. 이미 그것은 권력과 자본의 통제 아래에 존재한다.



하지만 나는 재생에너지, 그 중 하나인 태양광 에너지는 내가 직접 만들 수 있었다. 에너지를 통제하는 권력이 국가와 자본에서, 시민이며 개인인 나에게 넘어왔다. 그리고 그 방식은 우리 문명의 치명적인 문제를 해소할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나는 나, 그리고 우리 가족, 그리고 우리 마을과 공동체에 필요한 전기를 우리가 만드는 것이 생각보다 멀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