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민과 함께하는 비전화공방/비전화수기

[비전화수기공모] 똥오줌 모으기 / 윤명

비전화수기공모



똥오줌 모으기

윤명(샘)


"똥살리기 땅살리기"라는 책을 읽은 난 똥과 오줌이 모으고 싶어졌다. 이십 년 넘게 변기로 버려 온 똥과 오줌이 어떻게 자연을 파괴하는지도 충격적이었지만, 땅을 기름지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은 더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똥오줌으로 거름을 만들어도 뿌릴 땅이 내겐 없었다. 그러다 우연치 않게 도시농업을 하는 모임에 가입하게 되었고, 거름을 뿌릴 땅이 생긴 난 오줌을 모으기 시작했다.


오줌을 모아 거름으로 만드는 법은 간단했다. 페트병에 오줌을 받고 뚜껑을 닫은 뒤 일주일을 기다리면 거름이 된다. 뚜껑을 닫으니 냄새가 새어나오지도 않아 모으기 간편하다. 하지만 냄새가 나지 않음에도 가족들의 반발을 피해갈 순 없었다. 시각적인 효과 때문인지 어머니는 계속해서 오줌을 모아 놓은 페트병 때문에 집안에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나를 나무라셨다.


어머니의 반대에도 굴하지 않고 나는 2년 동안 모았다. 2년 동안 계속되었던 어머니의 냄새에 대한 편견은 놀랍게도 집에서 ""을 모으게 되면서 바뀌게 되었다.


오줌을 모으다 보니 똥도 모으고 싶어졌던 내게 "똥을 실험하다"라는 다큐에 참여하게 될 기회가 생겼다. 어머니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누나라는 응원군 덕에 우리집은 한 달간 양변기를 봉인하고, 똥과 오줌을 모으게 되었다. 조건이 하나 있었는데 똥냄새가 나면 중간에 그만두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말로 냄새가 났다. 똥냄새가. 안 날 거라고 호언장담했었는데 말이다. 알고 보니 볼일을 보고 넣어주는 왕겨가 수분 흡수를 제대로 못 해서 생긴 문제였다. 왕겨 대신 톱밥을 넣어주면서는 냄새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냄새는 커녕 오히려 나무향이 나서 어머니가 전보다 화장실 냄새가 더 안 난다며 좋아하셨다. 그렇게 어머니는 냄새에 대한 편견을 버리시게 되었다.


하지만 실험이 끝나고 얼마 안 있어 내가 도시농업을 그만하게 되었고, 뿌릴 밭이 사라지니 자연스럽게 오줌을 모으는 것도 그만두게 되었다.



그러다 이사를 하게 되었는데, 집 건물 바로 뒤 공용부지의 땅을 어머니가 텃밭으로 쓰게 되었다. 다시 거름을 줄 수 있는 땅이 생기자 나는 다시 오줌을 모으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역시 얼마 가지 못했다. 오줌 거름에서 난 냄새를 맡은 이웃 주민이 어머니께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주의를 줬기 때문이다. 오줌을 모으지 않게 된 이후에도 오줌을 모으고 싶다는 생각은 계속 들었다. 오줌을 찔끔 쌀 때마다 낭비란 생각에 변기물을 내릴지 말지 고민이 들었던 것이다. 약간은 멍청하게도 오줌을 모은 다음 페트병이 꽉 차면 그때 변기에 버려도 괜찮다는 생각이 몇 년이 지나고서야 들었다.



그렇게 나는 지금도 오줌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