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무라 센세가 오셨습니다. 매달 일주일씩 한국에 오셔서, 제작자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는데요. 특히 센세가 오신 첫 날은, 제작자들이 그동안 느낀 점들과 작업하면서 드는 고민을 털어놓고 서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한 텀이 마무리될 때마다 자신의 언어로 정리하는 에세이 작업도 하고 있어요. 제작자들이 쓴 에세이 중에 공유하고 싶은 내용을 전합니다.  


조금 전에 친구가 부서를 이동한다고 하길래 나는 '인생 이동중'이라고 말했다. 어디로 가냐고 물어보길래 '도착하면 알겠지'라고 답했다. 나를 믿고, 게으르지 말고, 머리 속에 있는 여러가지 폴더들을 수시로 펼쳐보면서 가야할 때. 

비전화제작자 1기, 이름은 밝히고 싶지 않은 누군가  



7월에 일본 비전화공방을 다녀와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후의 시간은 우리가 하는 '수행'이 무엇인지 실감하는 날들이었다. 제작자들은 현 문명의 전환을 모색과 더불어 실천하고 있었다. 자급할 수 있는 삶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농사를 짓고 돌가마를 만들고 카페를 지었다. 매일 밥을 해먹고 밭의 작물을 활용하고자 노력했다. 모든 일은 '해보는 것' 차원이 아니었다. 우리 삶에서 반복적이고 일상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었다. 삶의 노동이 일상이 되는 곳이 비전화공방이었다. 

비전화제작자1기, 까르




'도전'이나 '변화'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디론가 뛰쳐나가는 역동적인 이미지가 그려진다. 난 그런 느낌을 좋아한다. 여기까지 오게 된 것도 어쩌면, 그 단어가 주는 느낌을 쫒아온 까닭인지도 모르겠다. 반면에 '지루함'이나 '반복'이란 말은 따분한 얼굴을 하고 힘없이 걷는 듯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나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그냥 흥미롭지 않다. 그러나 '도전 중' 혹은 '변화 중'의 날들이 지루한 반복으로 차있다는 걸 알았다. 나를 시험하는 것이 분명했다. 새로운 건 단번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변화 역시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그 '중'을 살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걸음을 매일 걷고 있다. 지루함을 즐겨야 할 때다. 어떤 확신을 자주 되새기거나 옆사람과 자주 웃으며 지루한 반복 속 리듬을 타야할 때다. 

비전화제작자 1기 수정 


4월에 시작해서 어느덧 6개월째에 접어드는 제작자들을 보고 있으면, 곡식이 여물어가듯. 여물어간다는 느낌을 받아요. 한창 신나서 꺄르르 거리다가도 어떻게 살아야할지, 우리가 하고 있는 것들이 자신의 삶에서 어떤 의미인지 돌아보고 확인하는 이야기 속에서 함께 배웁니다. 앞으로 6개월이 더 남았습니다. 늦여름을 보내고 나면, 우리에겐 또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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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이 만들어지는 부엌을 공개합니다. 일상을 살아가며 필요한 비전화기술들을 일단 저희 안에서 녹여내고 있는 중인데요. 날이 더워질수록 제일 필요하고 중요한!! 냉장고를 만들고 있습니다. 물론 태양광 판넬을 이용해서요. 

 

저희는 줄여서 솔라프리지-라고 부릅니다. 아이스박스를 개조했어요. 윗 공기는 뜨겁게, 아래는 차갑게 하는 팰티어소자를 설치했고요. 전선은 태양광 패널과 연결해서 작동시킵니다. 


여기 보이는 온도계는 밖의 온도와 내부 온도를 측정해주는 거에요. 아래 사진을 보시면 더 분명합니다. 아직 안 과 밖 온도가 같죠? 35도를 넘네요. 




태양광 패널을 이용하다보니 전력량 측정도 중요합니다. 제작자가 보고 있는 건 전력측정기에요. 제품마다 전류를 먹는 양이 다른데요. 그거 아시나요? 정수기가 전력소모량이 높다고 해요. 바로바로 차갑고 뜨거운 물을 내보내기 위해 전기를 머금고 있는 셈이죠. 


전력량을 측정하는 이유는, 태양광 판넬이 몇 시간 충전되면, 냉장고에 붙은 팰티어소자가 몇 시간 돌아가는지 확인을 하기 위함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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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 토요일(5/13), 후지무라센세와 함께 태양열식품건조기 시민워크숍이 있습니다.

비전화제작자도 워크숍 안내를 해야하기에 사전에 만들고 있는데요. 생각보다 품이 많이 듭니다. 나무 치수를 재고 자르는 일부터 조립해서 끼워 맞추고, 칠하는 일까지. 5월 연휴 없이 바쁘게 진행되는 소식을 전할텐데요. 우선 사용되는 도구부터 알려드릴게요 ;-)



치수 재는 중



구멍을 뚫는 기계에요. 드릴 프레스라고 합니다. 통풍구를 만들기 위함입니다.



이렇게 작업하고 있습니다.





테이블쏘. 이름이 귀엽죠? 쏘쏘(...) 합판을 자르는 용입니다.




각목절단기입니다. 이름만 들어도 아시겠죠? 위에 도구는 합판을 자른다면, 요 놈은 각목을 자르기 위해 사용됩니다. 소리가 유독 윙윙- 시끄러운 녀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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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칭 ; 농작물을 재배할 때, 흙이 마르는 것과 비료가 유실되는 것, 병충해, 잡초 따위를 막기 위해서 볏짚, 보릿짚, 비닐 등으로 땅의 표면을 덮어 주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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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가보면 밭에 까만 비닐이 덮여있는 걸 볼 수 있어요. 잡초 자라지 않게 고랑과 두둑을 까맣게 덮어버리더라고요. 모종부분만 쏙 올라와있는 광경. 비전화공방에서는 비닐대신 낙엽을 이용했어요. 아침 일찍, 우보농장에서 챙겨온 '1년 묵은' 낙엽을 까는 일부터. 갈수록 햇살이 따갑고 더워져서 땀이 나긴 하지만. 흑. 

 

낙엽을 덮어 수분을 유지합니다. 고랑에만 잘 깔아도 심어둔 녀석들이 잘 자라겠죠? 생명을 키우기 위해 손이 가는 여러 일들이 참 많네요. 고추 하나, 토마토 하나가 귀할 수밖에 없겠다, 싶은 하루.  





훗. 오늘은 비전화공방사업단에서 점심을 준비하는 날입니다. 저희는 3명씩 한 조로 점심을 준비하고 함께 먹거든요. 오늘은 '톰쉪'이 힘을 쓰셨습니다. 출근하자마자 채소를 말렸어요. 태양열로 말린 채소를 구워먹으면 얼마나 맛있는지 모르시죠..훗. 




짜자잔. 파스타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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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이 참 빠르게 흘러요.


한 주를 마무리하면서 아쉬운 부분이 있는지, 좋았던 건 무엇인지 이야기 나눴습니다. 3주 가까이 함께 생활하면서 뒷마무리를 잘 해보자는 이야기부터 정돈하고 싶은 생활에 대해서 보태는 시간이었어요. 


우리가 매일 먹는 점심 풍경을 이렇게 저렇게 바꿔봅시다. 

작업복은 어떻게 할까요? 통일감있게 맞출까요? 


이것저것, 하나씩 의견을 내고 참여해갑니다. 자치의 영역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3만엔 비즈니스를 고민하는 모습도 슬쩍.  





오늘의 점심메뉴는 콩나물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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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스케상에게 방사능 계측기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통계/분석이 아주 중요한 듯요) 

아래 사진은 혁신파크 밭농지의 흙을 측정 중인건데요. 3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립니다. 흙에 원래 들어 있는 성분인 칼륨이 측정되고 있네요. 




켄스케상은 일본으로 돌아갔어요. 오후에는 목공작업에 돌입. 재단하는 방법을 배우는 중입니다. 하나둘씩 기술을 익혀가고 있네요! 





토마토 말리는 중. 이걸로 무얼 해먹을 수 있을까요.

상상만으로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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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는 한국에서 '적게 벌어 더 행복하기, 3만엔비즈니스'를 실천하고 있는 우동사의 정훈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본인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친 책이라고 해요. "무엇을 위한 3만엔 비즈니스인가, 어떤 것에 초점을 두고 있는가" 질문에서 시작했습니다.   


3만엔 비즈니스가 자칫 소규모창업으로 보이기 쉬워요. 즐거운 삶을 위해 돈을 적게 벌고 나머지 시간에 하고 싶은 걸 하는 건데요. 그래도 어느정도의 돈이 필요하니까 3만엔 비즈니스를 하는거죠. 자칫 돈이 목적이 되면 지칠 수 있죠. 중간에 그만두거나. 

조정훈




우동사는 인천 검암에서 청년들이 함께 사는 공동체를 실험하는 곳이에요. '적게 일하고 더 행복하기'는 우동사를 통해 행복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한다고. 관계 안에서 3만엔 비즈니스 실험하는 내용을 전해들었답니다. 소비점검 워크숍, 닭장, 논데이, 커뮤니티펍, 양생모임 등 아이디어가 샘솟는 느낌이었어요 *_* 



심 먹고 나서는 농장작업.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혹은 목요일)에 우보농장 이근이선생님이 오시거든요. 지난 번에는 잎채소를, 오늘은 열매채소 종류를 심었습니다. 고랑과 두둑 만들기. 




토마토, 방울토마토, 애호박, 가지, 피망 등을 심었어요. 그거 아세요? 청량고추랑 그냥 고추는 같이 심으면 안 된다고 해요. 꽃이 필 때 벌이랑 나비가 수정을 하면서 섞인다고. 신기해요, 생명은.   





"선생님, 물을 주니까 대파가 누워요!"

"뿌리가 활착할 때까지 물을 듬뿍주되, 밖으로 흐르지 않고 스며들 수 있게 해야 해. 활착하면 다 일어날거야. 아직 적응을 못 하나보다." 


활착이란 접목하거나 옮겨 심은 식물이 제대로 붙거나 뿌리를 내려서 산다는 걸 의미한다고 해요. 뿌리 내리고 있는 식물들. 새 흙을 적응하느라 애쓰고 있겠죠?   



앞으로 하게 될 작업을 이야기했습니다. 다음엔 어떤 작물을 심을지, 어떻게 농장을 운영해볼지 등에 대해서. 농사는 늘 신나는 일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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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토종벼 침종 중이에요. 침종(浸種)은 씨앗이 싹을 틔우기 위해 필요한 물기를 흡수하도록 파종에 앞서 씨를 물에 담가 불리는 일입니다. 모판에 볍씨를 뿌리기 전에, 볍씨에 싹을 틔우는 작업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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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쓰는 날.


우보농장 이근이선생님이 오시는 날. 다들 차림새부터가 다릅니다. 밀집모자와 편한 복장은 기본. 미세먼지로 날은 흐리지만 비전화공방서울에서 처음으로 흙을 만지는 날이기에, 밝은 표정으로 시-작. 제일 처음은 고랑을 만드는 작업이에요. 고랑은 두둑한 두 땅 사이에 좁고 길게 들어간 곳을 지칭합니다. 고랑을 만들 땐 감자와 새싹채소를 심을 '두둑'을 밟으면 안 됩니다. 


고랑을 만들기 위해 파놓은 흙을 모아 두둑을 형성하죠. 삽, 괭이, 갈퀴의 도구는 저마다의 쓰임이 있습니다. 삽으로 고랑을 파고, 괭이로 평평하게 만들고, 갈퀴로 두둑을 툭툭 치면서 돌과 흙을 골라내는 작업을 합니다. 시범을 보여주신 이근이선생님이 너무 멋져 보여서 '오오오' 했더니. "잘 한다 잘 한다 하니까 계속 잘 해야 하잖아. 그만 해" 모두 폭소. 후후. 한번에 잘 하려고 하기 보다 쉬엄쉬엄 3번 정도 하기. 삶의 이치를 농사에서 배웁니다. 

 






이런 밭이 만들어지고 있어요. 




씨감자 심는 법을 알려주고 계십니다 *_* 


모든 씨앗은 씨앗을 심을 때 구멍을 얼마나 파야하는지가 고민이죠. 너무 깊게 해도 안 되고 얕게 해도 안 돼요. 쉽게 생각하면 됩니다. 씨앗의 크기보다 2-3배를 파면 되거든요. 씨앗을 뿌릴 때 하나는 점 뿌림, 줄 뿌림. 점 뿌림은 깊게 찍고 점뿌림은 많은 양을 심기 좋아요. 심고 흙을 덮을 때가 제일 중요해요. 살짝만 덮어야 합니다. 한얘가 심어진 공간이 고랑이 생기게끔. 고랑농법이라고 해요. 물이 고이기도 좋고. 고랑처럼 형성해서 심는거죠. 싹이 올라오면 순지르기. 두어번 지른다음 둑을 준다. 둑을 주는 이유는 호흡을 하기 마련. 흙이 호흡할 수 있게. 긁어주면서 호흡을 시키는거에요. 호미로 슥슥 긁으며 작업해봅시다.


우보농장 이근이선생님


감자를 심은 뒤 잎채소를 심기 위해 준비 중 *_* 자자자자자자잔. 기대해쥬세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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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에 농사부지에서 나온 목재를 정리했어요. 못을 빼고 쓸만한 것들을 모아두는 일들. 몸을 움직이는 활동이 즐겁습니다. 표정에서 느껴지죠? 놀면서 정리하는 하루 





처음 해 본 톱질. 후지무라선생님이 늘 말씀하시는 게 있어요. 할 만 하다는 그녀에게 박수를 ;-) 


비전화공방에서 중요하게 훈련하는 부분은 '감각의 깨어남'입니다. 감각을 익히는 것. 감각이 깨어나지 않으면 눈으로만 작업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톱질을 한다고 생각합시다. 선을 그어놓고 선대로 열심히 하려고 하면 결과물은 매끄럽지 않은 단면으로 잘라져 있을 거예요. 눈으로 자르는 습관을 없애기 위해, 눈 가리고 자르게 해보았습니다. 눈으로 보고 톱질을 하면 자기는 열심히 하지만 삐뚤삐뚤합니다. 손의 감각으로 잘라야 해요. 눈을 가리고 손이 왔다갔다 흔들림없이 하도록, 손의 감각을 깨우는 훈련을 시키죠. 리듬이 중요합니다. 


후지무라센세 '비전화공방서울 사업단의 2월 방문 중'





톱질해야 하는 양이 많아져서 머리를 쓰기로. '직소'를 가지고 왔습니다. 직소(jigsaw): ..을 실톱으로 자르다, 실톱으로 잘라낸, 실톱을 의미합니다. 






식사 준비를 하는 팀은 야채 손질 중입니다 *_* 오호. 오늘은 제작자 중 한 명이 삼겹살을 가져와서 삼겹살 구이와 된장찌개를 점심으로. 몸을 움직이고 나서 먹으면, 꿀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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