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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화저널

#6. 냉장고로부터 음식을 구해 내자! 냉장고로부터 음식을 구해 내자!- 류지현 작가와 만남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요리는 뭘까? 각자 다양한 요리를 상상하겠지만, 내겐 ‘카레 1인분’이다. 서울에서 식재료를 1인분만 사는 건 하늘에서 별 따기다. 보관 방법을 잘 모르니 먹을 수 있을 때 먹어야 한다는 사명감만 투철하다. 한 솥 끓여둔 카레에 질리면, 외식 생각이 간절해진다. 그렇게 먹어도, 먹어도 냉장고 속 감자는 파랗게 질려간다. 장기여행을 갈 때도 냉장고 플러그를 뽑지 못하는 나 자신을 보며, 뜨끔했다. 플러그를 뽑는 순간, 음식이 썩기 시작할 거라는 불안이 나를 사로잡았다. 그 불안 때문에 늘 모든 식재료를 냉장고에 보관했다. 의심할 여지가 없는 일이었다. “가지도 감기에 걸려요.가지는 따뜻한 나라 인도에서 왔거든요.” 의 저자인 류지현.. 더보기
#5. 돌가마 터 잡기 : 맛있는 빵 냄새가 피어나는 곳 #5 돌가마 터 잡기 “맛있는 빵 냄새가 피어나는 곳” 지난 5월 11일, 후지무라 선생님과 함께 돌가마 터를 잡고 사용할 벽돌을 살펴봤다. 비전화공방은 비전화카페를 건축할 계획이다. 5월부터 연말까지 매달 건축 일정이 빽빽하다. 터를 잡는 측량부터 벽돌 한 장의 수평을 다지는 일까지. 모두 제작자들의 손으로 완성할 일이다. 카페 하나를 만들기에는 상당히 긴 시간이다. 한 달이면 새 건물이나 상점이 들어서는 도시의 속도감과 다르다. 제작자들의 성실함이 꾸준히 쌓여야 만들어질 카페는 ‘시간은 들일수록 좋고, 돈은 들이지 않을수록 좋다’는 비전화공방의 철학과 실행이 담길 장기 프로젝트이다. 카페에서 맛있는 빵을 만들어낼 ‘돌가마’도 만들 계획이다. 돌가마는 제작자들이 수련해야 할 5월의 과제이다. 공방에서는.. 더보기
#4. 3만엔 비즈니스 3만엔 비즈니스 : 덜 일하고, 더 행복하기 행복할 ‘시간’을 버는 비즈니스 ‘행복’을 주제로 토론한 적이 있다. 처음에는 ‘이렇게 하면 더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하지만 점점 ‘그걸 할 시간이 없다’라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사람들은 다 각자의 이유로 바빴다. 바쁨의 내용은 달랐지만, 이유는 엇비슷했다. 대부분 생계를 위해 쏟는 노동이었다. 오죽하면 비즈니스(Business)의 어원이 ‘바쁘다’(busy)일까. 후지무라 선생님이 제안하는 ‘3만엔 비즈니스’는 좀 다르다. 일단, 바빠서는 안 된다. ‘3만엔 비즈니스’의 목적은 명확하다. 행복할 시간을 확보하는 것. 그를 위해 가능한 한 적게 일하는 것. 한 달에 하나의 일로, 이틀만 일해서, 3만엔(30만 원)’만’ 번다. 돈을.. 더보기
#3. 서울에서 '방사능' 측정하기 서울에서 '방사능' 측정하기- ‘원전’이라는 도박에서 벗어나는 방법 "느낄 수 없는 것은 돌보지도 않는다."레베카 솔닛, ‘원전’이라는 불공평한 도박 한 강의에서 들었던 일화다. 어린 시절, 형제가 많았던 강사는 깔끔한 성격이라 늘 혼자 치우기 바빴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눌렀던 분노가 터져 나왔다. “치우는 사람, 어지르는 사람 따로 있냐”며 동생들에게 화를 벌컥 내던 그때, 그의 어머니가 조용히 그를 불렀다. 그리고 말했다. “얘야, 세상에는 치우는 놈이 따로 있단다.” 삶을 통달한 듯한 그 대사에 모두 웃었지만, 웃음의 뒷맛은 씁쓸했다. 그녀의 생각이 처음부터 그리 체념적이진 않았으리라. 그것은 ‘공평한 노동’을 주장하는 것조차 다시 노동으로 돌아오는 현실에서 그녀(들)가 취한 나름의 생존 전략.. 더보기
#2. 후지무라 강연 “전환기 이후의 삶” #2. 후지무라 강연 “전환기 이후의 삶” 자본주의의 붕괴는 기정사실이라고 말하는 후지무라 선생님. 문제는 ‘전환기 이후’다 여러분은 자립하기 위해 이곳에 와 있습니다. 강연을 여는 후지무라 선생님의 첫 마디였다. 그는 지금의 시기를 문명의 전환기로 정의했다. ‘자본주의가 과연 붕괴될까?’라는 고민은 이제 중요하지 않다. 미국과 유럽의 젊은이들은 자본주의가 사라지는 것을 기정사실로 보고 대안은 무엇일지에 대해 이미 고민을 시작했다. 전환기에는 지키는 사람과 바꾸려는 사람 간의 갈등이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돈과 권위가 없는 사람들은 지금 사회를 굳이 지키려고 하지 않는다. 이들과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일은 자연스러운 맥락이다. 그러나 세상을 바꿔나가는 희망을 가질 때 이런 사람들하고만 함께 할 수는 없다.. 더보기
#1. 비전화공방, 바라는 삶의 시작 ‘시작하는 마음’을 전하다 비전화공방서울 제작자들과 후지무라 선생님의 첫 만남첫 만남으로 살짝 언 마음을 녹이는 ‘스네이크 댄스’를 추고 있다. 동그랗게 둘러선 아침. 시작한다는 설렘과 건강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후지무라’ 선생님이 원 안으로 들어온다. 서로의 표정이 환해 진다. 인사가 오가고, 몸을 움직이는 ‘스네이크 댄스’가 시작됐다. 서로의 손을 잡은 채 길잡이가 된 후지무라 선생님을 따라갔다. 원이 점점 좁아지며 한 마리 뱀의 모습처럼 조여진다. 빙빙 도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옆 사람의 손을 꽉 움켜쥔다. 원이 꽉 조여지는 순간, 묵직함을 느낀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시작하는 마음이 전해온다. ‘사람이 오는 것은 그 사람의 삶이 오는 것’이라는 시처럼, 각자의 삶을 담은 글들을 꺼냈다. 노트,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