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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함께하는 비전화공방/비전화수기

[비전화수기] 내가 OFF하는 것들

내가 OFF하는 것들 

친절한 리나씨 


2년 전인가, 우연히 비전화공방을 알게 되었다.

그 때 읽었던 후지무라 야스유키 선생님의 책들이 내게 용기를 주었다. 전기청소기가 없어도 전기정수기가 없어도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생각해 보니 인류가 전기를 이용한지는 얼마 안되었지 않은가. 평소 자연주의를 외치던 나는 그것이 생각보다 쉽고 단순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플러그를 뽑으면 지구가 아름답다..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 청소기를 먼저 퇴출시켜보자고 생각했다. 사용횟수가 줄더니 지금은 동생이 가져가서 쓰고 나는 쓰지 않는다. 다음에는 냉장고를 쓰지 않으려고 식품을 대부분 밖에 두고 써 본 적이 있었는데 실패했다. 채식을 지향하다 보니 슈퍼에서 사온 음식들이 상했다. 그날그날 장을 보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해서 냉장고가 필요했다. 다음에 다시 해 볼 계획이다


 그렇게 하나씩 해보면서 되는 것은 몸에 익히고 어려운 것은 잠시 미룬다우리집에는 상시 꽂혀 있는 플러그가 5개인데, 2개는 인터넷 모뎀과 Wifi이고 1개는 거실의 전자시계나머지는 각각 정수기와 냉장고 코드이다핸드폰 충전은 거의 회사에서만 하고 집에서 쓰더라도 사용할 때만 잠깐 꽂고 빼 버린다전기밥솥을 쓰는데밥을 하자마자 모두 냉동밥으로 만들기에 보온기능을 쓰지 않으니 이 역시 코드를 뽑아 둔다커피포트나 전자레인지 모두 평상시에는 코드 뽑고 수면상태이다.



 요즘 공기가 안 좋아 집집마다 아니, 방마다 공기청정기를 둔다고 한다. 나는 한국전통생활에서 힌트를 얻어 백탄참숯’ 20kg을 구매했다. 거실부터 옷방, 주방, 침실, 화장실, 신발장까지 곳곳에 대바구니와 숯을 두었더니 속된 말로 뭐 좀 있어 보인다. 참숯은 해독정화작용이 강해서 배탈이 났을 때 가루내어 먹으면 금새 나으니 말이 필요없는 자연화학이다. 여기에 솔방울도 주워다 물을 먹이면 얌전히 오그라든다. 숯과 오므린 솔방울을 침실에 두면, 공기정화는 기본이고 솔방울이 향과 수분을 뱉으면서 벌어지면 피톤치드 가득한 자연 침실이 된다.





 ! 선풍기. 선풍기를 올 해 꺼내어서 단 2번 작동했다. 한 번은 열쇠공 아저씨가 오셔서 땀을 죽죽 흘리실 때에 죄송한 마음에 얼른 틀어드리고, 다른 한 번은 어머니와 이모님이 오셔서 정중히 틀어드렸다. 집안 최고온도가 34도까지 올랐었는데도 더우면 냉수욕하고 수박 잘라먹으니 자연히 자연에 적응이 된다. 덕분에 밖에 나가도 웬만한 더위에 죽을 것처럼 힘들지 않다. 요즈음 사람들은 잠시 찬바람이 없어도 참지못해 힘들어하던데. 아마도 에어컨바람에 너무 익숙해서 더위에 약해진 듯 하다. 덥다고 에어컨을 팡팡 돌리니 밖은 더 데워지는 악순환이다. 참고로 2018년 올해 6월부터 8월까지 전기세를 평균 내어보니 7,300원이다.


 에세이를 쓰려고 했는데 그게 뭔지 잘 몰라 줄줄 흘려쓰다보니 두서가 없다. 또 뭐가 있더라.

그래 장바구니! 장바구니는 가장 실천하기 쉬웠던, 아니 도전하기 만만했던 과제다. 물론 처음부터 잘 되지는 않았다. 마트를 가면서도 장바구니를 자꾸 집에 두고 나간다거나, 밖에 있다가 갑자기 계획에 없던 쇼핑이라도 하면 금새 10개나 되는 봉지들이 집에 늘어나고 죄책감을 느끼기 일쑤였다. 그러면서 또 한 가지씩 습관을 보태어 가기를 몇 해. 지금은 썩지도 않고 질긴 커다란 비닐봉지 한 장을 손바닥 반 만하게 접어서 가방 앞주머니에 항상 넣어둔다. 면가방을 깜빡했을 때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이 봉지를 쓴다. 또 장을 많이 본 날에는 보조가방과 갖고다니던 비닐봉지에 물건을 둘로 나눠담고 양손에 들으면 힘도 덜 들고 그리 흐뭇할 수가 없다.


집에 비닐봉지가 더 이상 늘지도 않고 썩지않는 쓰레기를 양산하는 데 조금이라도 방해를 했기를 바란다여기에 장보기 팁 하나 더나는 동네마트에서 주로 장을 보는데이 가게들은 주고 야채나 견과류를 소분하는데 스티로폼 접시를 쓴다전에는 집에 와서 포장을 풀고 모아두었다가 다시 가져다 주었지만이제는 꾀가 나서 계산이 끝나는대로 돌려드린다미리 챙겨간 재활용봉투에 구매한 내용물을 옮겨 담고 바로 직원분께 드리면 감사하다는 인사도 듣느다그 분들에게는 돈이 되는 자재이고나에게는 골치아픈 쓰레기다그러니 얼마나 좋은 팁인가이제는 직원분들이 기억해 주시고는 내가 장바구니에 물건 넣는 새에 먼저 포장을 뜯어주고 계신다대단하시다며 예쁘다며 칭찬도 덤으로 주신다.



 나의 혼자만의 생활이야기. 아니 막 뱉은 이 글이 어떻게 읽혀질 지는 모르겠다. 그저 천천히 한개씩 하다보니 조금은 스스로 만족해 가고 있다는 것. 다같이 노력했으면 하는 바람에 써 보았다. 이런 생활이 불편하고 신경쓰이고 귀찮은 일일거라고 해 보기전에는 시작이 잘 안된다. 다만 내 글을 읽고 , 별거 아니네. 하면 되네.’ 라고 느끼시길. 실천하는데 도움되길 바라면서. 필요한 것은 거창한 용기가 아니라 소소한 재미다.

 지금 내가 사는 집은 플러그를 뽑아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