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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함께하는 비전화공방/비전화수기

[비전화수기] 당신이 OFF하는 것

당신이 OFF하는 것은

김현아


최근 플라스틱의 무서움이 많이 보도되고, 급작스럽게 제도가 만들어지고, 혼란스러워 하지만 다들 방향성에는 동의하고 있는 듯하다. 일상 속에서 밀접한 장소부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카페에 가면 다회용컵을 추천하고, 친환경 비닐봉지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길거리를 다니면서 일회용컵에 담긴 빅사이즈 아이스아메리카노를 가지고 다니는 걸 좋아했고, 편리성을 추구하면서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했었다


당장 결혼을 하거나 아기를 낳아 직접적으로 대를 이어나갈 생각은 없지만 나만 잘 살고 가면 된다는 생각보다 후대에 태어나는 사람들이 조금 더 건강한 환경에서 살 수 있길 바란다. 우리나라 영유아들 중 20% 이상이 아토피 증상을 앓고 있다고 한다. 정확히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태어날 때보다 확실히 아토피를 앓고 있는 사람이 많은 걸 보면 환경적인 원인이 크다는 생각이 든다.


내 몸에 베어 있는 가장 오래된 습관은 텀블러 사용하기이다. 처음엔 예뻐서 샀다. 대학생 때 콩다방 텀블러를 내 돈 주고 처음 사서 쇳냄새가 날 때까지 오래 썼다. 이후에 콩다방, 별다방 텀블러를 하나씩 모으기 시작했다. 부엌 찬장에 전시용으로 두기 보다는 가방 속에 넣어 다니면서 닳고 닳을 때까지 쓰는 경우가 많았다. 예전엔 외출준비를 할 때 의식적으로 텀블러를 챙겼지만 요즘엔 무의식 중에 챙기는 경우가 많다. 항상 가방에 들어있다 보니 우연히 들어간 카페에서도 텀블러 할인을 받을 수 있는 행복이 있다.


전지구적 환경을 위한다기 보다는 내 몸을 위해서 시작된 습관은 면생리대 사용하기이다. 일회용 생리대에 대한 불안감이 은연중에 있긴 했지만 생리컵을 알지 못했었고, ‘편리함을 버릴 수 없어서 한 달에 한 번씩 일회용 생리대를 구입했었다. 싸게 구입하기 위해 티몬, 쿠팡에 들어가 최저가 위주로 검색해 릴리안, 깨끗한 나라 등을 대량구매 해 놓고 썼다. 생리대 보관하는 곳에 소형, 중형, 대형, 팬티라이너 등이 일서정연하게 꽉 채워져 있으면 뿌듯함을 느꼈었다. 어느 날 생리대 논란이 기사화 되고 그 중심에 내가 자주 구매했던 생리대가 있었다. 1+1 행사를 할 때 의심 없이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구매 1순위가 되었었다.


어쩔 수 없이, 다른 방안이 없어 선택하게 된 면생리대이다. 논란이 일고 면생리대를 구입하려니 구매대란이 일어나 배송받기까지 두 달 넘게 걸린 것 같다. 처음 1-2달은 잘 사용했다. 세척하는 부분도 어렵지 않았고 바로바로 빨아 말리곤 했다. 하지만 한 달에 한번씩 이 을 하려니 쉽지 않다. 바쁜 일상을 마치고 집에 와서 물에 면생리대를 넣어놓고 핏물이 빠지면 천연비누로 문질러 빤다. 1개도 아니고 하루에 4-5개씩을...... 쉽지 않은 일이지만 다시 일회용 생리대로 돌아갈 거 같진 않다. 유기농생리대, 천연소재생리대 등 유해하지 않은 성분으로 만들어진 생리대가 많이 출시되고 있다. 외적인 요인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면생리대를 선택했지만 한 번 쓰고 버려야 하는 생리대를 자발적으로 선택하지는 않을 것 같다.


새롭게 습관 들이려고 노력하는 행동은 손수건 사용하기이다. 아름다운가게 에코파티메아리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하면서 매주 새활용플라자에 간다. 이 건물에서는 일회용컵, 휴지를 사용하고 있지 않다. 휴지사용을 줄이기 위해 가방에 손수건을 넣어 다니고 있다. 아직 습관이 되지 않아 화장실을 갈 때 깜빡 한다. 적응하는 중이니 계속 손수건을 가지고 다니다보면 언젠가 당연하게 손을 씻고 나서 손수건을 꺼낼 날이 올 것이다.


중국이 플라스틱을 받아주지 않기로 하면서 아편전쟁이라고 표현하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원인을 중국의 탓으로 돌릴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문제인식을 하고 불편함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폭염 속에서 바리바리 가방에 넣어 다니다보면 그냥 지갑만 들고 나가 이것저것 사고 싶은 날도 있다. 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내가 이렇게나 많이 쓰고 버렸구나라는 걸 인지하는 순간 마음이 편치 않다. 나만 편하면 된다는 생각보다 불편함과 무거움을 감수하면서 조금 더 건강한 지구를 공유하고, 늦게 태어났다는 이유로 나쁜 환경에서 자라질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