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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함께하는 비전화공방/비전화수기

[비전화수기] 매일 손으로 빨래를 하고 있습니다.

매일 손으로 빨래하고 있습니다. 

박경아


 안녕하세요. 저는 매일 손으로 빨래를 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세탁기를 이용했으나 제 옷 몇 벌 빨겠다고 매일 세탁기를 돌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전 가지고 있는 옷이 많지 않아 여름처럼 땀으로 옷이 흠뻑 젖는 계절에는 세탁 바구니가 다 차기도 전에 세탁기를 돌려야 했습니다.

 어느 날, 이렇게 낭비되는 전기와 물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요한 집안에 울려퍼지는 시끄러운 세탁기 소리도 되도록 듣고 싶지 않았습니다. 좋은 방안에 대해 고민하다 결국 손빨래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손빨래는 전기를 쓰지도 않고 적은 양의 물로도 세탁이 가능하며, 무엇보다 신경을 날카롭게 하는 소리가 아닌 첨벙 거리는 부드러운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땀 자국이나 얼룩은 세탁 비누를 이용해 애벌 빨래한 뒤, 베이킹 소다를 이용해 2차 세탁 및 헹굼하는 방식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물에 베이킹 소다를 녹이면 손에 닿는 물의 감촉이 굉장히 부드러워집니다. 빨래 후에는, 옷들을 잘 짜서 세탁실에 걸어 둡니다.

 손빨래를 끝내면 간단하게 몸을 씻고, 방을 정리합니다. 역시나 시끄러운 청소기 소리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방 청소에는 미니 빗자루와 걸레를 이용합니다. 빗자루로 바닥을 쓰는 소리는 꼭 나뭇잎 위를 밟는 듯한 소리를 닮았습니다. 기분 좋게 쓸어준 뒤, 걸레로 바닥을 가볍게 닦아 줍니다. 이때 물 대신 베이킹 소다와 물을 혼합한 베이킹 소다수를 이용합니다.

 옷도 방도 저의 손길이 닿기 시작하면서 더 애뜻한 감정이 생겨난 것 같습니다. 세탁기와 청소기를 이용할 때는 내게 주어진 일을 처리한다는 의무의 느낌이 강했다면 손을 이용하면서 내 옷과 방을 정성스럽게 가꿔 나가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습니다.

 미래에는 미래형 세탁기와 청소기가 등장할테고 그에 따라 더 짧은 시간 안에 효율적으로 가사를 처리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더 편리한 생활을 누리게 되겠지만 그 안에서 과연 사람들은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까요? 손으로 하는 일은 기계에 비하면 번거롭지만 손길이 닿은 물건일수록 보고 느끼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렇게 정리를 끝내고 나면 몸과 마음 역시 정돈된 느낌을 받습니다. 그 때문인지 제게 손빨래와 빗자루 청소는 하루를 마무리하는 하나의 의식과 같은 작업입니다. 기계에 도움 없이 스스로 했을 뿐인데, 제 자신도 조금씩 변화하는 것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앞으로도 할 수 있을 만큼, 최대한 이 생활 방식을 유지할 예정입니다. 정답은 아니겠지만 저에게 가장 잘 맞는 방식이라고 생각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