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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만남들

살고자 하는 방향으로 살다보면

비전화공방 일이 하나둘 진행될수록, 이런 생각을 합니다. '비전화'를 필요로 하는 곳은 지역이지 않을까. 효율성, 빠름을 추구하는 도시가 아닌 다르게 살기 위해 지역으로 간 사람들과 이야기나누고, 한국에서 이미 진행되는 대안적인 실험을 배우고자. 5월 말(5/25-26)에 강원도 홍천에 다녀왔어요. 


동서울에서 홍천까지는 1시간. 홍천터미널에서 고음실마을은 30분을 가야하는 한적한 곳입니다. 



강원도 홍천, 고음실 마을입니다. 이곳은 '자연농'을 추구하고 있어요. 자연농이란 자연에 해를 끼치지 않는 농사법입니다. 자연농을 가르치는 지구학교 선생님 최성현선생님이 계셨는데요. 「오래 봐야 보이는 것들」,「좁쌀 한 알」,「산에서 살다」 등의 저자이자 「나무에게 배운다」 등의 책을 번역하신 분이기도. (본인을 개구리라 불러 달라하셔서 "개구리개구리-"했는데 알고보니 깜짝 놀랐어요...ㅎ) 자연농은 4無입니다. 무경작, 무농약, 무비료, 무제초. 땅과 자연이 주는 힘으로 농사를 짓기에 숲에서 밭을 만들더라고요. 숲밭이라고 합니다. 자연농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지구학교 카페를 http://cafe.daum.net/earthschool  


저를 초대해준 두 친구 (홍천에 정착한 부부입니다)


숟가락 모양의 밭. 저 자리에 서 있으면 이고랑 저고랑에서 작업하기 쉽다고. 재미있는 모양이죠?





바질이 다른 풀들과 함께 자라고 있어요. 잡초라고 다 베어버리는 게 아니라, 다른 풀들은 그 나름대로 흙을 건강하게 만든다고 하네요. 자연의 순환에 대해 새롭게 배웠습니다.




지구학교 수강생이었던 청년들 5명이 올해부터 모여 살고 있습니다. 자연에 해를 끼치지 않는 농사를 짓다보니, 전기와 화학물질을 적게 쓰는 '기술'이 꼭 필요하다는 이야기로 시작했습니다. 특히 생활에 필수요소인 비전화 냉장고, 세탁기, 정수기에 관심을 나타냈어요. 집 안에 놓여지는 비전화제품은 어떤 것들인지. 실제 제작이 가능한지를요. 또한 안정적으로 농사에 집중할 수 있게 '3만엔비즈니스'도 나눴어요. 3비즈의 원리, 자신들의 활동이 어떤 비즈니스로 연결될 수 있을지에 대해. 마지막으로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이 어떤 공동체를 만들고자 하는지를 나눴답니다.


제가 답을 내기보다 지역에서 '자급자족'을 고민하며 살아갈 때 마주하는 지점들을 충분히 대화할 수 있어 좋았어요. 자연농에 담긴 철학을 배우기도 했고요. 숲밭에서 난 야생초로 밥을 해먹고, 해가 뉘엇뉘엇 질 때 모여 이야기 나눈 것만으로도요. 그 삶에 스며들어 자연스럽게 배웠달까요.


지속가능한 사회를 지향하고 조금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각자에게 맞는 방식으로 심화시켜 나가고 있구나. '비전화'도 그 중 하나구나. 각자의 경험이 깊어지는 과정에서 노하우를 공유하고 힘을 얻는 관계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힘을 참 많이 얻었습니다.


맑고 건강한 사람들, 초대해주어 고맙습니다.


최성현 선생님의 뒷모습




우리는 또 만나겠죠. 자급자족 기술, 노하우를 서로 공유하는 캠프가 만들어질지도 모르고요. 보고싶네요, 벌써. 저를 초대해준 이파람의 이야기를 마무리로. 


살고자 하는 방향으로 살다보면, 힘이 생기고, 사람도 생기는 것 같아요. 인연이 또 힘이 되어 때론 알 수 없는 불안마저 사라지게 하고요. 그런 의미로 이곳에 발걸음 내어준 호밀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요. 나를 포함한 고음실마을 사람들의 마음속에 양분을 듬뿍 넣어주고 갔더라고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호밀이 몰고 온 그날의 하늘도. 





글쓴이, 사진 재은


출장 덕분에 '호밀'이란 이름이 생겼습니다다. 벼를 수확하고 겨울에 호밀씨를 잔뜩 뿌려 봄이 되면 쑥쑥 올라와 논의 거름이 되는 녀석. 그런 삶을 살고 싶은, 재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