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풍성한 만남들

6월 적당포럼. 도시와 시골, 그 사이 적당한 어딘가

비전화공방서울×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 

6월 적당포럼 후기

도시와 시골, 그 사이 적당한 어딘가



6월 적당포럼 단체컷



내가 어디에서 사는지는 중요하다. 나는 부모님에게 독립하면서부터 서울의 꽤 여러 지역에서 살고 있다. ‘어디서 살아야 할까, 누구와 살까는 결국 어떻게 살까에 대한 고민과 연결된다. 물론 보증금과 월세를 뒷받침할 재정상태가 전제되어야 하지만 말이다.

 

6월 적당포럼도 비슷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비전화공방이 궁금하다고 연락 하는 친구들 중 많은 비율은 시골살이를 하고 있다. 도시는 전기와 화학물질에 의존하지 않고 살기가 애초에 어려운 구조이다. ‘사람의 부엌류지현씨 말처럼 정형화 된 아파트에, 냉장고 놓일 자리까지 설계되어 있으니. 그런 면에서 도시가 갖는 소비성, 효율성, 편리함에서 벗어나 다르게 살고 자 시골살이를 선택한 친구들은 막상 내려가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비전화공방에서 건축과 목공을 담당하며, 6월 적당포럼에서 이야기를 꺼낸 단디도 그 중 한 사람이다.



왜 시골로 내려가려고 했던 걸까 


가운데 가사를 들고 있는 사람이 단디



나는 시골에 내려갔지만 여전히 도시적인 패러다임이 삶을 지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간만 시골에서 살 뿐이지 내 삶의 욕구는 굉장히 도시적인 거죠. 더우면 에어컨을 찾는 것처럼. 또 하나는 관계가 부족한 게 컸어요. 시골엔 또래 친구들이 없으니 외롭더라고요. 서울에서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친구들을 알게 되어 다시 서울로 올라와 같이 살게 됐어요. 살다보니 6년 째 같이 살고 있는데요. 친구들과 이야기 나눈 건 우리가 왜 시골로 내려가고자 했던 걸까, 시골에서 무얼 원했던 건지본질적인 부분을 찾아보면서 어떻게 살지 고민해보자고. 도시에서의 삶, 시골의 삶. 어느 하나도 포기하지 않고 양쪽을 오가며 살기로 했어요. 도시에서의 삶을 부정하고 시골로 가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삶의 형태를 열어두고 오갈 수 있는 거죠. 이런 삶이 가능하려면 전제는 관계에 있어요.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는 관계들. 그런 관계가 지역과 공간에 한정되지 않고 자유롭게 만들어져야 하지 않을까. 서로가 연결되다보면 마음과 관계 또한 단단해진다고 봐요.”



삶의 전환은 고된 일 


시에서 필요한 적정기술을 연구하고 사용 가능하게 작업하는 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의 나영씨도 덧붙였다


저는 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에서 일하고 있지만 배운다는 표현이 더 정확해요. 저는 사회 시스템에서 자립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그러다보니 농사를 짓고 기술을 배우고 싶어 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에서 들어가게 됐어요. 삶의 전환은 고된 일이에요.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야하고요. 편한 걸 두고 납땝하랴 패달을 돌리랴, 불편한 걸 감수해야 해요. 하지만 넉넉해져요. 내가 사무실에 앉아서 했던 일보다 설명할 수 없는 희열이 있어요. 결국 내가 어떤 마음으로, 내 삶을 주관하고 얼마나 주체적으로 사느냐에 집중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에서 만든 패달로 돌려 갈아먹는 믹서기



귀농귀촌을 선택한 부모님을 따라 지역에 내려갔다가 외로움을 뼈저리게 겪어내고 도시에서 커뮤니티를 일구는 맛을 알았다는 동하씨 이야기도 들었다. 그러나 도시에 사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시골에 비해 쉼터가 없고 모든 것을 소비해야 누릴 수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혼란스러움을 나누고 싶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잘 산다는 것

 

6월 적당포럼에도 잘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누구나 자기가 생각한대로 살아지기 마련이다. 생각한대로 살다보면 시행착오를 겪게 되고 시행착오가 쌓이면 조금 더 나아보이는 선택을 하게 된다. 도시와 시골 사이 어디쯤에 위치한 지금의 나, 누구와 함께 살고 어떤 공동체를 이루고 싶은지 깊이 있는 관찰, 사람들의 이야기는 끊임없이 나에게 돌아온다. 이 자리에 왜 오게 되었는지 소개하다보니 시간이 훌쩍. 마칠 시간이 되자 한 달간 지키고 싶은 약속을 꺼냈다


일단 지금 내 가족,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안부를 묻는 것부터 해보면 어떨까요. 도시에 살든, 시골에 살든 함께 사는 감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면. 공동체는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지금의 나에서 출발하면 되니까요.


다들 끄덕였다. 우리는 한 달 뒤에 만나기로 했다. 

 



글쓴이/사진   재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