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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화수기공모] 나와 세상의 연결고리를 깨닫는 ‘노프 8개월 실험기’ / 임정아

비전화수기공모



나와 세상의 연결고리를 깨닫는 노프 8개월 실험기

임정아

 

샴푸에 들어있는 화학성분이 얼마나 몸에 안 좋은지, 얼마나 자연에 해가 되는지, 게다가 모발의 자체 기능마저도 상실하게 만드는 것에 대해 내 몸과 자연환경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여러 경로를 통해 들어 알고 있을 터이다. 특히 일반 샴푸에 들어있는 계면활성제가 두피에 남아 쌓이는데, 5분 이상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야 겨우 제거된다고 하니 사실상 얼마나 많은 화학성분이 몸에 쌓이는지 생각해보면 아찔하다. 그럼에도 선뜻 샴푸를 사용하지 않게 되기는 어렵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자연 환경이나 신체에 덜 위협적인 생협제품 등으로 바꾸며 위안을 삼기도 한다. 나 역시 그런 과정을 거쳐 생협에서 만든 천연비누와 구연산, 식초를 사용하게 되었다.

 

기존 샴푸보다는 확실히 생협에서 판매하는 것이 덜 자극적이다. 향기도 좋다. 때로는 샴푸 대신 비누를 사용해보기도 했다. 그런데 비누를 사용하면 기름기가 빠져 머리가 엉켜버리고 뻑뻑해져 빗질하는 과정이 즐겁지가 않다. 그래서 식초 혹은 구연산을 물에 섞어 헹궈주면 린스를 한 것처럼 부드러워진다. 이 때 시큼한 향이 나는 식초보다 구연산을 일반적인 분무기에 티스푼으로 한 스푼 정도 물과 섞어 머리에 뿌려준 후 헹구면 시큼한 향도 나지 않고 사용도 간편하다. 한동안 이 방법으로 머리를 감았다.

 

하지만 아이가 생기고 입덧이 시작되니 각종 비누며 샴푸향에 민감해졌다. 비누와 샴푸의 향을 바꿔도 헛구역질 등 올라오는 반응을 어찌 할 수 없었다. 임신으로 몸이 예민해지니 알아차리게 되었다. 생협제품 역시 덜 민감할 뿐 여전히 인위적인 제품이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아무것도 사용하지 않고 물로만 감는 것이다.

 

아무것도 사용하지 않기 위해 몇 가지 간단한 준비가 필요하다. 비누나 샴푸로 거품을 잔뜩 내어 빡빡 씻어주던 것에서 그냥 물로만 씻어주면 뭔가 다 씻기는 것 같지 않다. 그래서 따뜻한 물로 머리 곳곳을 문질러 줄 수 있는 빗과 같은 게 있으면 좋다. 기존에 머리를 감을 때는 머리카락을 씻는 느낌이었다면 물로 씻을 때는 두피를 씻어주는 느낌으로 씻는 편이 더 좋다는 것도 알았다. 머리를 다 감고 나서 말릴 때도 부드러운 빗으로 빗어주면 좋다. 이렇게 대략 3~5개월이 지나면 처음에 물로만 감았을 때와는 전혀 다른 머리카락이 된다.

 

이 과정이 조금 힘들게 느껴지기도 한다. 처음 물로만 씻을 때는 머리를 감고 나서 내 손에 기름이 남아 있는 것 같은 느낌, 머리를 감았는데도 머리에 두툼한 뭔가 올려져 있는 느낌, 머리를 감고 난 후 드라이기로 말릴 때도 기름을 바른 것처럼 이렇게 넘기면 이대로 있고 저렇게 넘기면 저대로 있는 머리카락의 묵직함, 그리고 비듬 등 두피에서 떨어지는 하얀 것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신기하게도 시간이 해결해 준다. 시간이 지나면 기름기가 빠지고 머리를 감고 말리는 과정에서도 그 전에 느껴졌던 묵직함이 사라지고, 머리카락에 윤기가 나는 느낌이다. 곱슬머리인 내 자체 머릿결도 살아난다.

 

반면 마지막까지 나를 힘들게 하는 건 향이다. 내가 먹은 것, 마신 것, 숨 쉬는 것으로 인해 내게서 나는 향이 낯설게 느껴진다. 지금까지 각종 좋은 향으로 덧씌워졌던 것들에서 벗어나니 내 몸에서 나는 향이 어색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여기에 적응하는 과정이 필요하지 싶다. 익숙해져버린 좋은 향에 대한 나의 관념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 실제 나의 몸에서 나는 냄새는 어색하고, 코를 자극하는 좋은 향에 매료가 된다. 그래서 지금은 나 역시 샤워를 마친 후 천연 오일을 몸에 발라주고 있지만 나는 오일을 왜 바를까, 아무것도 바르지 않는 내게서는 어떤 향이 날까하고 살펴보고 있다.

 

노프를 위해서는 먹는 것과 마시는 것, 공해 등 주변환경과도 연계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래서 먹거리를 포함한 주변환경을 더 좋은 방향으로 바꾸는 것에도 자연스레 마음이 쓰이게 된다. 그동안 좋지 않은 것을 독한 으로 덮어두었던 것에서 민낯을 확인하니 이제야 무엇이 문제인지 그 원인이 좀 더 분명히 살펴지고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무엇이 더 필요할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이런 변화는 혼자서 하기는 어렵게 느껴진다. 삶의 노하우나 방향을 같이 논의할 수 있는 동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