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고민

김유리


이틀 전, 20여 년 전에 지어진 빌라로 이사를 했습니다. 전에 살던 곳은 쉐어하우스였는데, 이제 친구와 함께 월세 집을 구했으니 우리가 추구하는 생활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큽니다. 친구는 우리 집을 플라스틱 프리존(Plastic Free Zone)으로 만들자고 했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이겠습니까. 그래서 그런 명칭은 나중에 달고, 지금은 바다 생명들을 죽어가게 만드는, 그리고 인간들에게도 위협이 되는 플라스틱을 최대한 줄여보기로 다짐했습니다. 물론, 그런 다짐을 한다 해도 현실에선 플라스틱을 멀리하기가 좀처럼 힘듭니다. 이사 당일은 8월 말인데도 폭염이 다시 찾아와 플라스틱에 담긴 이온음료를 사서 마셨고, 냉장고와 세탁기를 새로 주문해서 스티로폼 포장재도 잔뜩 배출했습니다. 그래도 에너지효율 1등급 175L 용량 냉장고를 선택해서 괜히 많은 음식을 보관하려는 욕심을 내지 않기로 했고, 세탁기도 반자동 3.5kg 용량으로 골랐습니다. 그러나 고민은 계속 됩니다. 너무 작은 냉장고, 작은 세탁기를 사건 아닌가 하고요. 이제부터 선택과 고민의 무한궤도로 살아가는 제 생활습관을 소개해보겠습니다


세탁 세제, 화장실 청소 세제, 주방 세제, 세안 용품들은 이전부터 조금씩 교체해가고 있었습니다. 이사 전에는 쉐어하우스에 공용으로 사용하는 세탁세제가 있어서 그냥 그것을 쓰다가 이사 와서는 과탄산소다로 세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 그리고 얼마 전에 한 장터에서 소프넛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어 소프넛과 과탄산소다를 함께 사용하고 있습니다. 소프넛은 주방세제로도 사용할 수 있어 베이킹소다와 함께 번갈아 사용하고 있고, 구연산은 주전자, 후라이팬 소독용으로 한 번 사용해봤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구연산은 린스 대용의 효과가 있어서 천연샴푸 바로 머리를 감고 나서 머리가 퍽퍽하다 싶으면 린스처럼 사용하긴 했었습니다. 최근에는 머리를 거의 삭발에 가깝게 잘라버려서 구연산은 주방에서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코코넛오일과 베이킹소다를 1:1로 섞어서 만든 치약도 사용 중입니다. 달콤하지도 않고 향도 없어서 여전히 낯설긴 하지만 효능은 괜찮은 것 같습니다. 효능을 증명할 능력은 제게 없지만 기성 치약제품과 비교했을 때 체감하는 효능의 차이는 없습니다, 아니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에는 전자레인지 때문에 다시금 고민에 빠졌습니다. 아마도 이 고민은 끊임없이 되풀이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지금의 선택은 전자레인지 없이 살기 입니다. 전자레인지는 주로 냉동밥을 데우는 용도 때문에 필요했습니다. 쉐어하우스에 살 때는 전기밥솥으로 밥을 짓고, 남은 것은 냉동실에 얼려두었습니다. 전기밥솥으로 보온을 해두면 꽤 많은 전기가 사용된다고 알고 있어서 그렇게 하기도 했고, 끼니마다 밥을 새로 짓기가 번거로워서 냉동밥을 전자레인지로 돌려 먹었던 것입니다. 굉장히 간편했습니다. 그런데 전자레인지가 건강에도 좋지 않고, 굳이 그렇게 급하게 먹고 살아야 하나 싶어서 냉동밥은 쪄서 먹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화구가 두 개뿐인 가스레인지로 밥도 짓고, 국과 반찬을 만들자니 굉장히 비효율적으로 느껴지던데 차차 익숙해지면서 나아지리라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아니면 같이 사는 친구의 할머니가 작은 전기밥솥을 주신다고 하니 밥은 그것으로 짓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집에 전기제품이 하나 더 생길 테지만 가스레인지 화구가 두 개뿐이라 종종 전기밥솥을 사용하는 건 괜찮지 않을까 스스로 합리화를 시켜봅니다.

어제 친구 할머니 댁에서 전기밥솥을 얻어 왔습니다. 앞으로는 아무래도 요리 해 먹기가 조금 더 수월해질 것 같습니다. 화구 한 쪽에서는 국이나 찌개를 끓이고, 또 다른 한 쪽에서는 뭐라도 굽고 볶을 수 있으니까요. 오늘 일을 마치고 집에 가서 전기밥솥으로 밥을 하면 얼마간의 시간이 걸리는지 테스트를 해보려고 합니다. 전자레인지는 딱 3분이면 됐고, 저수분 냄비로는 한 15분 정도 걸렸던 것 같은데, 전기밥솥은 그 중간쯤의 시간이 걸리길 바라봅니다. 그리고 전에는 일부러 밥을 얼리기 위해서 한 번에 밥을 많이 지었는데, 이제는 인원에 딱 맞는 용량으로 밥 짓는 연습도 해보려고 합니다. 아직 시도해볼 것들, 익숙해질 것들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주전자에 물을 끓여 마시고 있는데, 꽤나 불편합니다. 게다가 주전자 크기를 제대로 보지 않고 인터넷 주문을 했더니 아주 작은 주전자가 와서 물은 빨리도 끓지만 세 네 번을 끓여야 물 한통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살림 초급자라 이런 일들이 계속 반복되고 있습니다

 

고민을 하다하다 결심을 하고 선택을 했는데도, 또 이전과 같은 고민은 지속됩니다. 어제 어머니가 아버지와 함께 이사한 집에 오셨습니다. 그때 참 후회가 들었습니다. 냉장고가 작아서 어머니가 싸들고 온 반찬들 일부를 다시 되돌려 보내야 했으니까요. 그러나 그 후회가 아주 오래가진 않습니다. 장난감같이 보이는 냉장고, 세탁기가 조금 귀엽기도 하고, 감당 가능한 느낌이 들어서 좋습니다. 제가 들어도 무리가 없어 보이는 크기와 무게인 것도 꽤나 마음에 듭니다. 그런데 또 후회가 오지 말란 법은 없겠죠. 글의 제목을 고민과 선택으로 하지 않고, 선택과 고민으로 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생태적인 삶을 살고 싶어 어떤 선택을 하지만 그에 따르는 불편들로 인해 고민이 지속되기 때문입니다. 이 선택과 고민의 무한궤도를 제 운명처럼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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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럿이 사이좋은 비전화 라이프

김세리

 

*여럿이 사이좋다

이 수기에 어울릴 지 모르지만, 여럿이 사이좋아 함께 사고 함께 쓰고 함께 먹는 것이 얼마나 환경에 좋을까 자신을 갖고 있다. 각각이 혼자일 때와 비교해 보면, 함께 먹는 것은 음식 쓰레기 배출량은 훨씬 적고, 가스나 전기, 물을 적게 쓴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동네 친구들과 함께 밥 '' 먹는 자리를 갖고 있다. 함께 쓰는 것은, 예를 들어 얼마전에 캐노피 나사를 조일 수 있는 머리가 삼각형인 특이한 드라이버가 필요했는데, 동네 친구가 가지고 있어서 나는 사지 않아도 되었다. 벽에 곰팡이가 생겨 부분 도배할 일이 있었을 때에도, 도배 붓, 끌 등 이미 갖고 있는 친구의 도움을 받았다. 함께 작업하며 오랫만에 사는 이야기 하며 회포를 풀어, 더 사이좋게 된다. 함께 사는 것은, 자주 있는 공동구매이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고구마농사를 짓는 친구에게 여러명의 신청을 합해 주문을 했다. 유기농 두부도 신청을 합하여 사먹었는데, 한 친구가 스티로폼 박스포장이 신경쓰인다고 해서 멈추게 되었다. 멈추는 이유도 꽤 비전화스럽지 않은가.




*플라스틱 줄이기안쓰는 것이 목표이지만 어쩔 수 없이 손에 오게 되었을 때 업사이클링으로 새 모습을 찾아주고 싶다.여자 셋이 사는 우리집의 주방우리는 랩을 잘 쓰지 않는다가끔 도시락을 싸거나 빵을 만들거나 할 때 어쩔 수 없이 쓰게 되면쓰고 나서 잘 씻어두고 밀착력이 떨어질 때까지 몇 번 재사용한다테이크 아웃 플라스틱 컵은 지금 구연산 통잡곡콩통으로 쓰고 있다.장바구니에 소포장 주머니 몇 개 넣어서 장보러 간다요거트를 집에서 발효해 먹고 있다.(플라스틱 용기 줄임)




*전기에어컨은 부자가 아니라서 못쓰기도 하지만 몸에 잘 맞지 않는 것이 느껴진다사람 몸에도 이럴텐데 자연에는 어떨까진공청소기 대신 친구가 추천한 돈모 빗자루와 쓰레받이를 쓴다.

 

*요가와 명상여유있는 마음은 전기(=현대사회의 소비)에 대한 욕구를 줄여주지 않을까이렇게 주변에 비전화 삶에 관심 있는 친구가 많은 것 자체가 그런 삶으로 이어지게 하는 큰 힘이다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있다얼마 전에 '리플포레스트'라는 영화를 보았다꽤 많은 사람들이 호감을 가졌던 작품이라 하니그 전하려는 바가 사람들과 공감했기 때문이었을까 생각해본다어떤 점이 그랬을까내 나름 꼽아본다하나자연 속에서 산다많은 물건이 아닌 꼭 필요한 물건 속에서 단순하게 산다돈으로 사는 소비만이 아니라 직접 만드는 삶이 있다주인공들이 시행착오는 있지만 자기 속도대로 살고자 한다이런 점들이 떠오르는데비전화 가치의 다른 표현이 아닐까 하며나에게는 어떤 생활이 그렇다고 들려줄 수 있을까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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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넝쿨 바구니와 채반

샛별

 

 

우연한 계기로 해남에서 칡넝쿨을 이용해서 바구니를 만드는 법을 배웠다. 처음 만드는 거라 서툴기도 하고 단단하게 잘 되지 않았고 과연 이게 바구니가 될까?’ 라는 의심을 품었지만 수업 이후 집에서 차분하게 만들고 보니 어느새 작은 바구니가 완성이 되었다이때의 느낌은 뭐랄까? 단순히 기분이 좋다. 라고 하기에는 부족했다. 어떠한 해방감이나 충족감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경이롭다고 라고 할 수 있었다. 손재주가 없는 나의 손과 기다란 넝쿨이 만들어낸 바구니라니.. 지금 생각해도 기분이 좋다.

 

사실 만드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시작 할 때만 균형을 잘 잡은 뒤 계속 안으로 밖으로 둥글게 계속 꼬아주면 된다. 그렇지만 만들고 나면 그 감정은 단순하지는 않았다. 직접 만들다 보니 확실히 대하는 태도가 달랐다. 무언가 더 예뻐 보이기도 하고 향도 나고 그리고 다른 플라스틱 제품은 단순히 용도에 맞는 물건이라고 생각이 들었다면 칡넝쿨로 만든 바구니를 애장품 같이 대했다

 

그리고 일 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맞다. 칡넝쿨 바구니와 채반을 사용한지 일 년이 되었다 과연 지금도 사용하고 있을까처음에 느꼈던 감정은 사실 무뎌지고 실용적이라는 측면에서 확실히 떨어지지만 그래도 사용은 하고 있다. 장점과 단점을 말하자면 장점은 넝쿨과 넝쿨 사이 틈이 있어서 통풍이 잘 되어 무언가를 말릴 때 잘 말릴 수 있고, 바구니도 작은 과일이나 채소를 담고 보관하기에 용이하기도 한다. 단점은 만약 채반이나 넝쿨 안에 들어있는 과일이나 채소에 곰팡이가 피기 시작하면 넝쿨도 같이 곰팡이가 옮길 수도 있다는 점과 양이 많거나 무거운 것을 올리기에도 약하기 때문에 적당한 량만 담을 수 있다는 것이다.(그래서 나는 플라스틱 채반과 같이 사용한다.)

 

이렇게 칡넝쿨로 바구니와 채반을 만들고 사용하는 과정을 통해서 얻을 수 있었던 경험들은 이 경우에만 국한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예전과 조금은 다른 삶을 살고 싶은 마음으로 지금 있는 곳에 생활을 하지만 살아가면서 타협하고 인정해야 될 부분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러한 부분들로 인해서 괴리감으로 힘들기도 했지만 나의 해결책은 앞서 말 한데로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 그리고 너무 얽매이지 않기로 하는 것이 지금의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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