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OFF 하고 있는 것

안주영

 

저는 목동에 살고 있습니다. 기독활동가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사무실은 광화문에 있습니다. 집에서 사무실까지의 거리는 15km입니다. 결혼 전 살을 뺀다고 극단적으로 시작한 자전거 출퇴근은 이제 저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하루에 30km 가는 건 기본이고, 더 멀리 가기도 합니다. 교회는 13km가 떨어져 있는데 교회도 자전거로 다닙니다. 이제 서울 전역은 자전거로 다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코엑스에서 공연을 보고 23km 자전거를 타고 오기도 했습니다. 올 여름은 유난히도 덥고 비도 안와서 자전거를 신나게 탔습니다. 대중교통으로 나갈 비용 7~8만원 정도를 아끼고 있으며, co2 배출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자족해 봅니다. 도시에 살면서는 자동차 없이 살 수 있을것만 같습니다. 자전거도로가 많이 확장되어 자전거타는 사람들이 더 안전하게 자전거 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화장품 사용을 최소화 하고 있습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약 4년동안 노푸(샴푸를 쓰지않고 물로만 머리를 감음)를 실천했습니다. 마침 그때 드라이기가 고장나서 그때부터 드라이기 없이 자연바람으로 머리를 말립니다. 그러다가 무슨 원인인지는 모르겠지만 올해부터 탈모가 진행되어 EM 샴푸를 쓰고 있습니다. 더불어 집안에 제품들을 em 제품들로 바꾸고 있습니다. 그리고 몸에 화장품을 바르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는 핸드크림만 발라도 손이 찝찝합니다. 언젠가부터는 선크림도 바르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에 토시로 팔과 다리 얼굴을 열심히 가리고 다닙니다.

 

에어컨도 없이 훈훈한 여름을 잘 버텨냈습니다. 주변 도서관에 무더위쉼터를 이용하여 더위를 이겨냈습니다. 8월에 청구된 전기요금은 1만원도 되지 않았습니다. 역대 최악이라는 여름도 잘 버텨냈고, 더위도 한때 잠깐일 따름입니다. 평생 집에는 에어컨을 두지 않고 살아보려고 합니다. 여름 모기를 대비해 계피를 2주동안 숙성시켜 모기기피제를 만들었지만 올 여름엔 모기가 힘을 못써서 거의 써보지는 못했습니다.

 

그외 마트에 갈때는 에코백을 꼭 챙겨갑니다. 아내의 구박을 받으며 비닐 재사용을 열심히 실천하고 있습니다. 주민센터에서 공급되는 EM을 받아와 빨래할 때 세탁세제를 조금 줄여봅니다. 밥을 할 때는 쌀뜨물을 잘 받아두었다가 너무 많은 기름기가 나오지 않는 이상은 쌀뜨물로 설거지를 합니다. 밥은 전기밥솥에 한끼분을 잘 맞춰서 밥솥 코드는 바로바로 빼버립니다. 편의점에서 빨대 있는 커피음료들 사먹기를 좋아했는데, 이제는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기 위해 종이팩으로 된 것들을 사려고 합니다. 이왕에 소비도 줄여볼까 합니다. 소비에 대한 고민이 있습니다. 약간 가격은 있지만 그래도 안전한 생협을 선택해야 할지, 아니면 그냥 싼 가격에 대형마트를 이용해야할지 고민만 3개월이 넘어갑니다.

 

아내가 6월에 비전화정수기를 만들어 왔는데, 그동안 사놓았던 플라스틱에 담긴 물들이 있어서 사용을 못했어요. 그런데 이제 거의 다 소비해서 비전화정수기 쓸 생각에 제 마음이 설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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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나 같은 폭염엔 차가운 수건이 딱

에어컨 없는 여름의 필수품 수건

열쭝 


 

어쩌다 보니 에어컨 없는 여름을 보냈다. 새로 이사온 집의 침실에는 이전 거주자가 쓰던 에어컨이 있었는데 마침 이것이 고장이었던 것이다.

다행히 새 집은 통풍이 아주 잘 되는 집이었지만 계속되는 폭염에서는 별 소용이 없었다. 뒤늦게 에어서큘레이터와 선풍기를 구했는데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올해 나는 백수라서 에어컨 있는 사무실로 피신할 수도 없었다. 카페가 멀진 않지만 밖으로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찬 물 샤워찬 물에 적신 수건찬 물에 적신 스포츠수건

 

상황이 절박하면 자구책을 만들게 된다. 일단 찬 물을 자주 마시고 찬 물 샤워도 자주 했다. 같은 높이의 옆 건물이 없는 덕분에 집에선 거의 헐벗고 지냈다. 샤워를 한 뒤 물기가 남은 채로 마루에서 선풍기 바람을 쐬면 좀 살 만 했다. 그러나 효과가 오래가진 않았다.

이렇게 수시로 샤워를 하다가 좀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그러면서 물도 아낄 만한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처음엔 찬 물에 적신 수건을 생각했다. 야외에 나갈 때 찬 물에 적신 손수건을 목에 두르면 꽤 오랫동안 시원한데 여기서 착안한 것이다. (비슷한 효과를 노리고 쿨링 스카프도 사용해봤지만 너무 좁은 부위만 커버해서 아쉬웠다.) 효과는 꽤 좋았고 심지어 몸이 너무 차가워져 선풍기를 잠시 끌 정도였다. 그러나 치명적 단점이 있었다. 앉은 자리가 물바다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대체재로 흡수력이 좋은 스포츠수건을 생각해냈다. 스포츠수건은 일반 수건과 비슷한 재질의 건식과 물기가 있으면 부드럽지만 마르면 딱딱해지는 습식이 있다. 내가 사용한 것은 집에 있던 습식 수건이다. 샤워할 때 걸쳤다가 적당히 물기를 짜내고 두르면 끝.

이렇게 찬 물에 적신 스포츠수건은 꽤 오랫동안 냉기를 보유했다. 너무 축축하지도 않았다. 재질에 따라 다르지만 옷 위에 둘러도 옷이 젖지 않을 정도였다. 선풍기와 함께 사용하면 더욱 시원했다. 밤에는 이 수건을 덮고 잤다. 손수건에 감싼 아이스팩까지 베면 열대야도 견딜 만 했다.

이 수건은 야외에서도 효과를 발휘했다. 쪽팔림을 무릅쓰고 수건을 목에 두르고 다녔더니 한결 더위를 견디기 쉬웠다. 열기 때문에 숨이 막힐 때는 수건을 잠시 얼굴에 대고 있기도 했다. 숨통이 조금 트였다. 사우나 들어갈 때 찬 물을 적신 수건을 갖고 들어가는 것과 비슷한 효과였다.

(이후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몸 전체에 두르는 대형 사이즈에 UV 효과, 냉감 효과까지 갖춘 수건도 나와있었다. 역시 나만의 노하우는 아닌 듯 하다.)

 

누진세 경감보다 중요한 폭염대책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에어컨 없이 여름을 견디고 보니 좀 뿌듯하다. 수십 년만의 폭염을 에어컨 없이 견뎠으니 내년의 (아마도) 좀더 얌전한 더위도 에어컨 없이 살 수 있을 것 같다그렇다고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에어컨을 끊자는 뜻은 아니다. 일단 사람이 살고 봐야지. 난 엄청 튼튼하고 아직은 나이가 많지 않고 또 통풍이 잘 되는 꽤 넓은 집에 산다. 지난해에는 좁고 더운 원룸에서 지냈는데, 만일 그 집에 계속 살았다면 에어컨을 꽤 틀었을 게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에어컨을 더위 탈출의 디폴트로 생각하는 것은 여러 모로 안타깝다. 기후변화 측면에서 내년의 더 큰 더위를 땡겨쓰는 사채이고, 무엇보다도 이게 영 불공평하고 정의롭지 않은 방식이라서 더욱 맘에 안 든다. 마치 모든 사람이 언제든 에어컨을 틀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진짜 폭염에서는 에어컨이 없는 사람들의 입장이 더 급하다는 얘기다.

남의 염병이 나의 고뿔만 못하다는 속담이 있다. 남의 큰 고통보다는 내 작은 고통이 중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아무리 힘들어도 고뿔부터 치료해달라고 목소리 높이는 것은 염치없고 부끄러운 짓이다. 더워서 짜증이 나고 잠을 설치는 것도 괴롭지만, 적어도 삶이 위협받는 수준은 아니다.

그러니 우리 사회가 폭염대책을 세운다면, 에어컨 누진세가 아니라 에어컨이 더 필요한데도 갖출 수 없는 사람의 생명권을 먼저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당장 가가호호 모든 집에 에어컨을 설치할 수는 없다.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돈도 없고 몸도 약한 사람들이 에어컨 없이도 시원하게 살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그나마 내가 스포츠수건을 떠올린 것은 어느 정도 정보력과 시간적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노인, 장애인, 이주민에겐 상대적으로 더 어려울 것이다. 각자가 끙끙대며 고민하지 않아도 되도록, 혼자 폭염에 시들어버리지 않도록 정부가 나서서 대책을 개발하고 지원해야 한다. 그게 나라다.

내년 여름에는 에어컨 없이 시원할 수 있는 방법이 더 많이 만들어지고 관련 제품도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함께 시원하게 지내면 좋겠다. 에어컨 없는 사람도 부디 폭염에 고통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부디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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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모든 부분으로부터 

박예진

 

도시의 한 사람으로 존재하며 환경에 남기는 발자취를 zero로 만드는 건 쉽지 않습니다. 손만 뻗어도 소비할 수 있는 것들이 투성이지요. 바쁘고, 즐길 거리는 많고 또 피곤한 도시 생활에선 ‘더 빠르고, 쉽고, 간편한’ 것들이 선호되기 마련입니다. 삶의 편의를 가져오는 선택지가 너무 많아서 굳이 어려운 길로 돌아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지요. 이런 삶 속에서 ‘비(費)전화’ 라던가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라는 말이 멀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TV에 나오는 유명 제로 웨이스트 실천가들은 종종 이런 말을 하지요. “이것이 제가 지난 2년 동안 배출한 쓰레기의 양입니다”. 소량의 쓰레기가 담긴 물컵 크기의 유리병을 들고서 말입니다. 누군가에게는 고무적일 수도, 누군가에게는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말일 수도 있지요. “과연 저렇게까지 실천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어려운 목표를 잡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긴 여정을 떠난다 생각하고, 삶의 면면에서 환경에 발자취를 덜 남기는 선택을 하나씩 취해 나가면 됩니다. 조금씩 버릇을 들이다 보면, 처음엔 번거롭던 일도 자연스러워지기 마련이지요. 저도 긴 여정에 놓여있는 한 사람입니다. 한 번에 지치지 않기 위해, 작은 것부터 바꿔 나가고 있지요. 개인 생활에서 직업에까지, 약소하지만 출발이 될 수 있는 몇 가지 이야기들을 적어봅니다. 

 

편리함을 OFF 하다 낭비 문화에 한 몫 공조하고 있는 생활습관을 들춰보자면, ‘끊임없는 편리함의 추구’를 말할 수 있을 겁니다. ‘더 쉽게, 더 빠르게’는 제품/서비스를 구매하는 기준이 되기도 하지요. 텀블러를 예로 들어볼까요? 사람들은 사은품으로 받은 텀블러를 신줏단지 모시듯 찬장에 꼭꼭 숨겨둡니다. 카페를 찾을 때마다 일회용 플라스틱 컵에 빨대까지 꽂아 음료를 마시면서 말이지요. 그리곤 쓰레기통에 플라스틱 컵을 버리며 매번 후회도 합니다. 그나마 자책감이 든다면 다행이지요. 생리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쓰고나서 돌돌 말아 쓰레기통에 버리면 될 것을, 굳이 면 생리대를 써서 물에 불리고, 빨래하고 삶아야 하는 과정을 감수하고 싶어 하지 않아 합니다. 2017년 발암 생리대 사건이 터졌을 때, 생리대 전 성분 표시와 여성 건강권 보장에 대한 요구가 빗발쳤지요. 그리고 면 생리대나 생리컵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언제라도 안전하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일회용 생리대가 있다면 다시 사람들은 그것을 거머쥘 것 같았지요. (아마 대부분의) 우리는 일회용품이 문화로 자리 잡힌 시대에 태어났고, 편리함은 익숙하고 또 당연합니다. 내 건강, 안위가 중요한 것만큼 환경도 건강하고 안전하게 유지돼야 한다는 것을 개인 차원의 문제로 받아들이지 못한 결과입니다. 편리함을 버리고 내 시간을 조금만 내어주면, 땅속이나 바다에 흘러갈 쓰레기가 전혀 생기지 않는데도 말이지요. 면 생리대를 사용한 지는 3~4년 정도가 되어 갑니다. 늘 빨고 말려 쓰는 게 번거로울 것 같아 며칠 정도 넉넉히 사용할 수 있는 양을 구매했지요. 그래서 주기가 끝날 때쯤 한꺼번에 세탁하고 푹푹 삶습니다. 삶을 때 과탄산소다를 소주 컵 4/1 정도 넣으면 새로 산 것처럼 깨끗하고 뽀송해집니다. 

번거로울 것 같지만, 금방입니다. 유튜브 영상 몇 편 보는 시간에 끄떡없이 할 수 있는 일이죠. 그리고 매달 생리대를 사는 지출도 줄고, 배출하는 쓰레기도 줄게 됩니다. 면 소재라 통풍도 잘되고 피부의 자극도 그만큼 덜합니다. 불편함을 조금만 감수했을 때 따라오는 이득이지요. 

 

가지고 있는 플라스틱 생(生)이 다한 후에야 플라스틱 FREE 작년 7월부터 중국이 재활용 쓰레기 수입 중단을 선언하며 전 세계적으로 쓰레기 대란이 일어났습니다. 이후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는 운동이 전례적 없이 일어나고 있지요. 얼마 전에는 ‘플라스틱 없는 7월(Plastic Free July)’이라는 캠페인이 SNS를 통해 퍼지기까지 했습니다. 세계 각지에서 사람들이 전해주는 영상이나 글을 모으면서, 제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플라스틱을 돌아봤습니다. 샴푸 통, 화장품, 칫솔, 반찬통에 이르기까지 플라스틱 아닌 것을 찾기가 어려웠지요. 그래서 얼마 전부터 욕실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나오는 샴푸 통은 고체형 샴푸 바로, 플라스틱 칫솔은 나무 칫솔로 말이지요. 아직은 시도치 못했지만, 지금 있는 튜브 치약을 다 쓰면 칡가루와 코코넛오일로 치약을 만들어서 쓰려고 합니다. 집에 남는 유리 용기에 담아서 말이지요. 단, 플라스틱으로부터 멀어지기 전에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아직 멀쩡히 생(生)이 남아있는 플라스틱제품들을 몽땅 처분하지 않는 것이지요. 오로지 플라스틱 FREE에 동참하기 위해, 아직 몇 번을 거듭해도 더 쓸 수 있는 물건을 버리는 것은 또 다른 과소비를 부르고 더 빨리 쓰레기를 만들게 됩니다. 아직 튼튼하게 사용할 수 있는 플라스틱이 있다면 몇 년이고 거듭해서 쓰고, 버려야 한다면 내용물을 깨끗이 씻고 라벨지를 벗겨서 분리수거해야 합니다. 비닐봉지가 있다면, 물로 씻어서 찢어질 때까지 몇 번이고 더 사용합니다. 

 

직업 속의 전환 인터넷 사용에 있어서 한가지 변화가 생겼습니다. 검색엔진을 에코시아로 바꾼 거지요. 독일의 스타트업이 창립한 그린 검색엔진인데, 검색마다 발생하는 광고수익 일부를 나무 심는데 환원합니다. 45회의 검색마다 1그루의 나무를 심을 수 있다고 하지요. 나무 심기는 지역의 NGO를 통해 이뤄집니다. 업무 또는 일상에서 습관적으로 하는 인터넷 검색에 더 나은 선택을 들여올 수 있다면, 그것도 작은 전환이 아닐까요? 또 다른 하나는 손님 맞기입니다. 저의 직업 특성상, 행사를 운영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그때마다 준비할 거리가 늘어나면 그만큼 쓰레기도 많이 생겨나기 마련이지요. 각자가 속해 있는 단체가 어떤 성격을 띠고 있느냐에 따라 ‘환경’이라는 존재감은 클 수도 작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제가 맡은 일에서는 환경적 영향을 줄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환경단체에 소속된 분들 만큼은 못 미치겠지만요. 행사의 주최자로 실천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부분은 손님들에게 개인 컵을 가져와 달라 요청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재사용 가능한 컵을 늘 배치해 둡니다. 행사장에 오는 손님에게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하는 것도 탄소배출을 줄이는 한 가지 방법입니다. 없어도 그만 일 것 같은 인쇄물은 제작하지 않습니다. 무언가를 만들 때, 이것이 의례적인 것인지 아니면 정말 필요한 것인지 

생각해봅니다. 그러면 불필요한 생산물은 줄일 수 있지요. 꼭 필요한 것이라면 되도록 재사용 가능한 형태로 제작합니다. 예를 들어, 엑스 배너 같은 것은 일회성 행사를 위해 제작하기보단, 되도록 범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특정 날짜나 행사명이 들어가지 않게 만듭니다. 물론 엑스 배너 같은 것은 만들지 않는 것이 가장 좋겠지요. 

 

제가 할 수 있는 환경적 실천은 아직 무궁무진합니다. 그만큼 고쳐 나가야 할 부분도 많다는 얘기지요. 편리한 문화가 상용화된 사회에서 ‘환경에 더욱 나은 선택을 하는 것’에는 한계와 어려움이 분명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개개인의 ‘불편을 감수할 용기’만이 환경 중심의 문화를 점증적으로 이뤄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찬장 안의 텀블러를 꺼내는 것부터 시작해도 좋습니다.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면 그만큼 공장을 덜 돌려도 되고, 화학물질 쓰레기를 덜 버릴 수 있습니다. 그렇게 삶은 비전화와 제로 웨이스트, 화학물질 없는 삶에 더 가까워집니다. 사기 전에, 버리기 전에, 집을 나서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기. 살아감에 있어, 내가 남길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적 발자취를 남기며 사는 것이 나와 우리 그리고 앞으로 지구를 살아갈 모든 이들을 위한 일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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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손으로 빨래하고 있습니다. 

박경아


 안녕하세요. 저는 매일 손으로 빨래를 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세탁기를 이용했으나 제 옷 몇 벌 빨겠다고 매일 세탁기를 돌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전 가지고 있는 옷이 많지 않아 여름처럼 땀으로 옷이 흠뻑 젖는 계절에는 세탁 바구니가 다 차기도 전에 세탁기를 돌려야 했습니다.

 어느 날, 이렇게 낭비되는 전기와 물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요한 집안에 울려퍼지는 시끄러운 세탁기 소리도 되도록 듣고 싶지 않았습니다. 좋은 방안에 대해 고민하다 결국 손빨래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손빨래는 전기를 쓰지도 않고 적은 양의 물로도 세탁이 가능하며, 무엇보다 신경을 날카롭게 하는 소리가 아닌 첨벙 거리는 부드러운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땀 자국이나 얼룩은 세탁 비누를 이용해 애벌 빨래한 뒤, 베이킹 소다를 이용해 2차 세탁 및 헹굼하는 방식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물에 베이킹 소다를 녹이면 손에 닿는 물의 감촉이 굉장히 부드러워집니다. 빨래 후에는, 옷들을 잘 짜서 세탁실에 걸어 둡니다.

 손빨래를 끝내면 간단하게 몸을 씻고, 방을 정리합니다. 역시나 시끄러운 청소기 소리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방 청소에는 미니 빗자루와 걸레를 이용합니다. 빗자루로 바닥을 쓰는 소리는 꼭 나뭇잎 위를 밟는 듯한 소리를 닮았습니다. 기분 좋게 쓸어준 뒤, 걸레로 바닥을 가볍게 닦아 줍니다. 이때 물 대신 베이킹 소다와 물을 혼합한 베이킹 소다수를 이용합니다.

 옷도 방도 저의 손길이 닿기 시작하면서 더 애뜻한 감정이 생겨난 것 같습니다. 세탁기와 청소기를 이용할 때는 내게 주어진 일을 처리한다는 의무의 느낌이 강했다면 손을 이용하면서 내 옷과 방을 정성스럽게 가꿔 나가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습니다.

 미래에는 미래형 세탁기와 청소기가 등장할테고 그에 따라 더 짧은 시간 안에 효율적으로 가사를 처리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더 편리한 생활을 누리게 되겠지만 그 안에서 과연 사람들은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까요? 손으로 하는 일은 기계에 비하면 번거롭지만 손길이 닿은 물건일수록 보고 느끼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렇게 정리를 끝내고 나면 몸과 마음 역시 정돈된 느낌을 받습니다. 그 때문인지 제게 손빨래와 빗자루 청소는 하루를 마무리하는 하나의 의식과 같은 작업입니다. 기계에 도움 없이 스스로 했을 뿐인데, 제 자신도 조금씩 변화하는 것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앞으로도 할 수 있을 만큼, 최대한 이 생활 방식을 유지할 예정입니다. 정답은 아니겠지만 저에게 가장 잘 맞는 방식이라고 생각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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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OFF하는 것은

김현아


최근 플라스틱의 무서움이 많이 보도되고, 급작스럽게 제도가 만들어지고, 혼란스러워 하지만 다들 방향성에는 동의하고 있는 듯하다. 일상 속에서 밀접한 장소부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카페에 가면 다회용컵을 추천하고, 친환경 비닐봉지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길거리를 다니면서 일회용컵에 담긴 빅사이즈 아이스아메리카노를 가지고 다니는 걸 좋아했고, 편리성을 추구하면서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했었다


당장 결혼을 하거나 아기를 낳아 직접적으로 대를 이어나갈 생각은 없지만 나만 잘 살고 가면 된다는 생각보다 후대에 태어나는 사람들이 조금 더 건강한 환경에서 살 수 있길 바란다. 우리나라 영유아들 중 20% 이상이 아토피 증상을 앓고 있다고 한다. 정확히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태어날 때보다 확실히 아토피를 앓고 있는 사람이 많은 걸 보면 환경적인 원인이 크다는 생각이 든다.


내 몸에 베어 있는 가장 오래된 습관은 텀블러 사용하기이다. 처음엔 예뻐서 샀다. 대학생 때 콩다방 텀블러를 내 돈 주고 처음 사서 쇳냄새가 날 때까지 오래 썼다. 이후에 콩다방, 별다방 텀블러를 하나씩 모으기 시작했다. 부엌 찬장에 전시용으로 두기 보다는 가방 속에 넣어 다니면서 닳고 닳을 때까지 쓰는 경우가 많았다. 예전엔 외출준비를 할 때 의식적으로 텀블러를 챙겼지만 요즘엔 무의식 중에 챙기는 경우가 많다. 항상 가방에 들어있다 보니 우연히 들어간 카페에서도 텀블러 할인을 받을 수 있는 행복이 있다.


전지구적 환경을 위한다기 보다는 내 몸을 위해서 시작된 습관은 면생리대 사용하기이다. 일회용 생리대에 대한 불안감이 은연중에 있긴 했지만 생리컵을 알지 못했었고, ‘편리함을 버릴 수 없어서 한 달에 한 번씩 일회용 생리대를 구입했었다. 싸게 구입하기 위해 티몬, 쿠팡에 들어가 최저가 위주로 검색해 릴리안, 깨끗한 나라 등을 대량구매 해 놓고 썼다. 생리대 보관하는 곳에 소형, 중형, 대형, 팬티라이너 등이 일서정연하게 꽉 채워져 있으면 뿌듯함을 느꼈었다. 어느 날 생리대 논란이 기사화 되고 그 중심에 내가 자주 구매했던 생리대가 있었다. 1+1 행사를 할 때 의심 없이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구매 1순위가 되었었다.


어쩔 수 없이, 다른 방안이 없어 선택하게 된 면생리대이다. 논란이 일고 면생리대를 구입하려니 구매대란이 일어나 배송받기까지 두 달 넘게 걸린 것 같다. 처음 1-2달은 잘 사용했다. 세척하는 부분도 어렵지 않았고 바로바로 빨아 말리곤 했다. 하지만 한 달에 한번씩 이 을 하려니 쉽지 않다. 바쁜 일상을 마치고 집에 와서 물에 면생리대를 넣어놓고 핏물이 빠지면 천연비누로 문질러 빤다. 1개도 아니고 하루에 4-5개씩을...... 쉽지 않은 일이지만 다시 일회용 생리대로 돌아갈 거 같진 않다. 유기농생리대, 천연소재생리대 등 유해하지 않은 성분으로 만들어진 생리대가 많이 출시되고 있다. 외적인 요인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면생리대를 선택했지만 한 번 쓰고 버려야 하는 생리대를 자발적으로 선택하지는 않을 것 같다.


새롭게 습관 들이려고 노력하는 행동은 손수건 사용하기이다. 아름다운가게 에코파티메아리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하면서 매주 새활용플라자에 간다. 이 건물에서는 일회용컵, 휴지를 사용하고 있지 않다. 휴지사용을 줄이기 위해 가방에 손수건을 넣어 다니고 있다. 아직 습관이 되지 않아 화장실을 갈 때 깜빡 한다. 적응하는 중이니 계속 손수건을 가지고 다니다보면 언젠가 당연하게 손을 씻고 나서 손수건을 꺼낼 날이 올 것이다.


중국이 플라스틱을 받아주지 않기로 하면서 아편전쟁이라고 표현하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원인을 중국의 탓으로 돌릴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문제인식을 하고 불편함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폭염 속에서 바리바리 가방에 넣어 다니다보면 그냥 지갑만 들고 나가 이것저것 사고 싶은 날도 있다. 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내가 이렇게나 많이 쓰고 버렸구나라는 걸 인지하는 순간 마음이 편치 않다. 나만 편하면 된다는 생각보다 불편함과 무거움을 감수하면서 조금 더 건강한 지구를 공유하고, 늦게 태어났다는 이유로 나쁜 환경에서 자라질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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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살림의 동반자-베이킹소다, 식초, 폐식용유 비누

박소현 


나의 경우, 4년 전부터 나름대로 전기, 화학 물질을 줄이며 생활하기 시작했다. 계기는 불교 공부를 진지하게 시작하면서 이 세상 모든 것들이, 심지어 아주 작은 미물들끼리도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걸 배웠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나로부터 나아가 나에게로 돌아온다.’는 말이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러니까 갑자기 화장실에서 써오던 독한 합성 세제와 샴푸가 무서워졌다. 그것들이 주는 편리함에 비례하는 속도로 내 건강과 자연을 맞바꾸고 있다는 생각이 물밀듯이 몰려왔다. 물을 정화할 때 액체 세제가 고체보다 생분해성이 낮다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성분들로 오염 된 물을 정화시키려면 그만큼 독한 뭔가를 다시 필요로 할 것이고 이건 악순환의 반복이 될 게 뻔했다. 더군다나 머리는 거의 매일 감아야 하는데... 알아차린 이상 적어도 내 스스로 끔찍한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대체품을 찾다가 베이킹소다, 식초, 폐식용유 비누와 친해지기로 했다. 먼저 시범적으로 부엌과 화장실의 물 때 청소를 베이킹소다와 식초로 해봤는데 화학합성세제는 청소 내내 코와 머리가 아팠지만 이들은 그렇지 않았고 물때나 오염물질도 뽀드득하게 잘 닦여서, 게다가 가격도 착해서 만족스러웠다. 건강과 환경, 호기심 충족까지 13조 효과를 보았다. 그때를 기점으로 내 생활 속에서 환경과 몸에 나쁘다는 것들을 찾아내고 대체품을 찾아 실험하는 재미에 빠졌다. 다음 타자는 아주 어릴 적부터 머리를 감을 때 쓰던 샴푸와 린스를 바꾸는 것이었는데 이건 내게 맞는 방식을 찾을 때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인터넷에는 다양한 방법과 수기가 있었다. 노푸는 지성 타입인 내 두피에는 도저히 안 될 것 같았고, 어릴 적 교과서에서 옛 사람들이 비누와 식초 몇 방울을 이용했다는 걸 기억해내서 먼저 해봤다. 패기는 좋았으나 머리를 말려보니 빗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의 뻑뻑함과 빗에 묻어나는 비누 찌꺼기에 나는 몹시 당황했다. 엄마는 나를 보더니 한 일주일 동안 머리 안감은 애 같다며 놀리셨다. 적응기라서 그런가 싶어 며칠 더 해봤는데 도저히 안 될 거 같아서 포기하고 샴푸를 다시 써버렸다


그러다가 EM쌀뜨물 발효액으로 린스를 만들 수 있다는 포스트를 보고 제조에 들어갔다. 하지만 결과는 식초 때와 다르지 않았다. 그러면서 며칠 째 힘들게 고민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발효액을 본래보다 훨씬 많이 물에 타서 헹구게 된 날! 드디어 샴푸와 린스를 썼을 때와 똑같은 결과를 볼 수 있었다. 발효액을 너무 적게 넣었던 게 원인이었다. 소주 반 컵~한 컵 정도는 부어줘야 머리카락에 남은 비누 여분을 완전히 분리해 씻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이후로 안심하고 샴푸와 작별을 고했다. 드디어 대략 3개월의 치열하고 외로운 실험을 끝내고 안착할 수 있었다. 스스로가 자랑스러웠다.

그 후 지금까지도 샴푸 없이 잘만 살고 있다. 미끄덩한 느낌이 손과 모발에 오래 남는 샴푸와 린스를 쓸 때는 흐르는 헹굼 물을 엄청나게 사용했는데, 비누와 발효액을 사용하니 헹굼 시간과 물도 2배 줄었다. 덤으로 대야에 마지막 헹굼 물을 받아서 청소 때 사용하는 새로운 습관도 생겼다. 그렇게 몇 년 동안 Em 쌀뜨물발효액을 직접 만들어서 사용하다가 부모님 집에서 독립해 살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제조가 귀찮아서 식초 대용량을 사서 쓰고 있다. 식초도 발효액과 똑같이 소주 한 컵 분량 정도를 물에 희석 시켜서 시도해봤더니 통했다


지금도 식초와 베이킹소다, 폐식용유 비누는 내 삶에 없어서는 안 될 동반자들이다. 모든 청소와 머리감기 샤워까지 이렇게 해결하다보니 삶이 정말 단순해지고 돈도 많이 절약할 수 있었다. 몇 달에 한 번씩 대용량으로 주문해두면 오랜 기간 동안 부엌과 화장실에서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향이 없는 아이들과 친해지다 보니 역으로 향에 꽤 민감해졌다. 그동안 얼마나 독한 인공 향에 파묻혀 살아왔는가.. 내가 파묻혀있었다는 것도 몰랐다.




늘 생활 속 친환경 라이프 노하우를 여러 사람들과 나누는 걸 즐거워하고 소망했는데 4년 전만해도 오프라인에서는 먹고 살기도 바쁜데 유난 떤다는 불편한 시선을 받을 때가 많았다. 요즘 들어 많은 사람들이 환경에 대해 위기의식을 느끼고 저마다 실천 사례를 서로 나누는 게 좋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사람들이 체감할 정도로 생태계가 무너지고 오염되고 있다는 걸 반증하는 것 같아 두렵기도 하다. 그래도 오늘 하루,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생활 습관으로 살아내고 싶고 그게 세상에 티끌이라도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 만족한다. 내가 뿌린 이 작은 씨앗이 언젠가는 나무가 되고 울창한 숲의 일부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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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OFF하는 것들 

친절한 리나씨 


2년 전인가, 우연히 비전화공방을 알게 되었다.

그 때 읽었던 후지무라 야스유키 선생님의 책들이 내게 용기를 주었다. 전기청소기가 없어도 전기정수기가 없어도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생각해 보니 인류가 전기를 이용한지는 얼마 안되었지 않은가. 평소 자연주의를 외치던 나는 그것이 생각보다 쉽고 단순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플러그를 뽑으면 지구가 아름답다..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 청소기를 먼저 퇴출시켜보자고 생각했다. 사용횟수가 줄더니 지금은 동생이 가져가서 쓰고 나는 쓰지 않는다. 다음에는 냉장고를 쓰지 않으려고 식품을 대부분 밖에 두고 써 본 적이 있었는데 실패했다. 채식을 지향하다 보니 슈퍼에서 사온 음식들이 상했다. 그날그날 장을 보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해서 냉장고가 필요했다. 다음에 다시 해 볼 계획이다


 그렇게 하나씩 해보면서 되는 것은 몸에 익히고 어려운 것은 잠시 미룬다우리집에는 상시 꽂혀 있는 플러그가 5개인데, 2개는 인터넷 모뎀과 Wifi이고 1개는 거실의 전자시계나머지는 각각 정수기와 냉장고 코드이다핸드폰 충전은 거의 회사에서만 하고 집에서 쓰더라도 사용할 때만 잠깐 꽂고 빼 버린다전기밥솥을 쓰는데밥을 하자마자 모두 냉동밥으로 만들기에 보온기능을 쓰지 않으니 이 역시 코드를 뽑아 둔다커피포트나 전자레인지 모두 평상시에는 코드 뽑고 수면상태이다.



 요즘 공기가 안 좋아 집집마다 아니, 방마다 공기청정기를 둔다고 한다. 나는 한국전통생활에서 힌트를 얻어 백탄참숯’ 20kg을 구매했다. 거실부터 옷방, 주방, 침실, 화장실, 신발장까지 곳곳에 대바구니와 숯을 두었더니 속된 말로 뭐 좀 있어 보인다. 참숯은 해독정화작용이 강해서 배탈이 났을 때 가루내어 먹으면 금새 나으니 말이 필요없는 자연화학이다. 여기에 솔방울도 주워다 물을 먹이면 얌전히 오그라든다. 숯과 오므린 솔방울을 침실에 두면, 공기정화는 기본이고 솔방울이 향과 수분을 뱉으면서 벌어지면 피톤치드 가득한 자연 침실이 된다.





 ! 선풍기. 선풍기를 올 해 꺼내어서 단 2번 작동했다. 한 번은 열쇠공 아저씨가 오셔서 땀을 죽죽 흘리실 때에 죄송한 마음에 얼른 틀어드리고, 다른 한 번은 어머니와 이모님이 오셔서 정중히 틀어드렸다. 집안 최고온도가 34도까지 올랐었는데도 더우면 냉수욕하고 수박 잘라먹으니 자연히 자연에 적응이 된다. 덕분에 밖에 나가도 웬만한 더위에 죽을 것처럼 힘들지 않다. 요즈음 사람들은 잠시 찬바람이 없어도 참지못해 힘들어하던데. 아마도 에어컨바람에 너무 익숙해서 더위에 약해진 듯 하다. 덥다고 에어컨을 팡팡 돌리니 밖은 더 데워지는 악순환이다. 참고로 2018년 올해 6월부터 8월까지 전기세를 평균 내어보니 7,300원이다.


 에세이를 쓰려고 했는데 그게 뭔지 잘 몰라 줄줄 흘려쓰다보니 두서가 없다. 또 뭐가 있더라.

그래 장바구니! 장바구니는 가장 실천하기 쉬웠던, 아니 도전하기 만만했던 과제다. 물론 처음부터 잘 되지는 않았다. 마트를 가면서도 장바구니를 자꾸 집에 두고 나간다거나, 밖에 있다가 갑자기 계획에 없던 쇼핑이라도 하면 금새 10개나 되는 봉지들이 집에 늘어나고 죄책감을 느끼기 일쑤였다. 그러면서 또 한 가지씩 습관을 보태어 가기를 몇 해. 지금은 썩지도 않고 질긴 커다란 비닐봉지 한 장을 손바닥 반 만하게 접어서 가방 앞주머니에 항상 넣어둔다. 면가방을 깜빡했을 때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이 봉지를 쓴다. 또 장을 많이 본 날에는 보조가방과 갖고다니던 비닐봉지에 물건을 둘로 나눠담고 양손에 들으면 힘도 덜 들고 그리 흐뭇할 수가 없다.


집에 비닐봉지가 더 이상 늘지도 않고 썩지않는 쓰레기를 양산하는 데 조금이라도 방해를 했기를 바란다여기에 장보기 팁 하나 더나는 동네마트에서 주로 장을 보는데이 가게들은 주고 야채나 견과류를 소분하는데 스티로폼 접시를 쓴다전에는 집에 와서 포장을 풀고 모아두었다가 다시 가져다 주었지만이제는 꾀가 나서 계산이 끝나는대로 돌려드린다미리 챙겨간 재활용봉투에 구매한 내용물을 옮겨 담고 바로 직원분께 드리면 감사하다는 인사도 듣느다그 분들에게는 돈이 되는 자재이고나에게는 골치아픈 쓰레기다그러니 얼마나 좋은 팁인가이제는 직원분들이 기억해 주시고는 내가 장바구니에 물건 넣는 새에 먼저 포장을 뜯어주고 계신다대단하시다며 예쁘다며 칭찬도 덤으로 주신다.



 나의 혼자만의 생활이야기. 아니 막 뱉은 이 글이 어떻게 읽혀질 지는 모르겠다. 그저 천천히 한개씩 하다보니 조금은 스스로 만족해 가고 있다는 것. 다같이 노력했으면 하는 바람에 써 보았다. 이런 생활이 불편하고 신경쓰이고 귀찮은 일일거라고 해 보기전에는 시작이 잘 안된다. 다만 내 글을 읽고 , 별거 아니네. 하면 되네.’ 라고 느끼시길. 실천하는데 도움되길 바라면서. 필요한 것은 거창한 용기가 아니라 소소한 재미다.

 지금 내가 사는 집은 플러그를 뽑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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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대해지는 쪽으로.

박근희



봉투 드릴까요?

아니요, 괜찮아요.

크진 않지만 혼자 사는 나에겐 딱 알맞은 사이즈의 장바구니다. 직접 산 것도 아닌데 내 것이 되려니 눈에 딱 들어온다. 동네 친구가 아름다운 가게에 물품을 보내기 전 에코백들을 잔득 꺼내 놓으며 필요한 것이 있으면 가져가라 한다. 그 중에 동글동글 귀엽게 생긴 가방을 골랐다. 장바구니로 쓰면 되겠다! 가만히 보니, 장바구니로 만든 가방이었다. 이후로 장을 볼 때마다 챙기는 아이템이 되었다. 그러나 무섭고 무시하지 못 할 것이 있었으니 습관이라는 것이 그랬다. 플라스틱을 줄여 나가고 친환경적인 것을 쓰기 위해 노력은 하고 있지만 순간의 선택은 습관을 무섭게 따라 나선다. 예를 들면 외출을 나갔다가 집으로 가는 길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마트나 편의점에 들른다. 집에서 누가 메로나를 사오라 한 것도 아닌데, 나는 꼭 이것저것, 끼니로 삼을 것들을 잔뜩 사서 계산대로 향한다. 그때서야 집에 둔 장바구니가 떠오른다. 뒤에 손님들은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고 직원은 바코드를 찍으며 묻는다. “봉투 드릴까요?” 메고 있는 가방이 크다면 어떻게든 구겨 넣었을 테지만 어림도 없는 작은 가방을 메고 있다. “, 쓰레기봉투로 주세요.”쓰레기봉투에 스티로폼과 플라스틱, 랩으로 포장된 식자재들을 넣어서 가져 올 때면 그제 서야 그런 생각이 든다. 박스에 넣어서 가져올 걸. 당장 오늘 먹을 것만 살 걸. 쉽게 고쳐지지 않는 이런 생활습관들을 쓰레기봉투에 버렸으면 좋겠다, 생각하며 오르막길을 오르면 독거인의 사각큐브 집이 보인다. 주차장 옆으로 재활용쓰레기통이 넘친다. 혼자 살아도 먹어야 하니 어쩔 수 없는 건가 싶다가도 문화의 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일회용에 관련된 다큐를 보고나서 그 심각성을 다시 한 번 느끼며 심기일전, 내가 있는 곳부터 시작하리라 마음을 다잡았다. 집에 있는 까맣고 하얗고 로고가 새겨진 수많은 비닐봉투를 다 갖다버렸다. 그런데 이걸 다 갖다버리면 결국 이건 또 어떻게 되는 건가. 생각도 많아지고 마음도 불편했지만 있으면 계속 쓰게 되고 그것이 아무렇지 않게 되어버리는 건 더더욱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일회용품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장을 보러 갈 때도 일회용품을 줄여보기 위해 반찬통을 가져갔지만 온통 포장된 것들뿐이었다. 가게에 포장지를 버리고 오거나 내가 집에서 버리거나. 어쨌든 사용되고 버려지는 것들이었다. 유럽 어디에는 야채나 과일, 식자재들을 한꺼번에 무게를 달아 판다는데. 용기를 가져가야 살 수 있는 그런 곳. , 그럴 수만 있다면 좋겠다. 높은 이상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아직은 장바구니를 사용하고 텀블러를 챙기며 카페에 갔을 때 잔을 사용하고 빨대는 사용하지 않거나 손수건을 챙긴다든지, 비닐 사용을 최소한 하는 정도에서 습관이 될 수 있도록 노력 중에 있다.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건,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게 아니라 습관이 되기까지 쉽지 않다는 말이니까. 그리고 동네 친구(나보다 나이가 많다.)에게 들었던 놀라운 이야기가 있는데 내가 유치원 때 까지만 해도 시외버스나 공공기관에서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국가에서 장소를 제한시키고 흡연하는 것에 대해 법제화를 해나갈 때 그것은 가능하지 않다, 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지배적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노력해 보고 싶다. 요즘은 일회용품 줄이는 것에 대해 법제화가 되기 시작했고 여기저기 문화로 확장해 나가려는 것을 지지하고 함께하고 싶다. 우리의 몸과 환경, 모든 생태계를 위한 일이 아닌가. 같이 잘 살자는 것. 이런 마음이나 행동에 관대해 지는 것. 유별난 것이 아니라 결국은 모두를 유리하게 만드는 길이기도 하니까. 나중이 아니라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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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화장품을 살 때 엄격한 기준이 생겼습니다.

김윤희


전성분을 확인하고 화학성분을 최소화하기로 마음을 먹은 거죠. 그 기준이 생기고 나서 눈에 띄게 좋아진 것은 돈 씀씀이가 줄었습니다. 기준에 따라 살 수 있는 것이 적기 때문이에요. 서울에 많은 화장품가게의 연중 세일이나 인터넷커뮤니티에서 올해의 화장품, 잇템을 얘기해도 전성분을 따지기 시작하면 살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그만큼 화학성분의 남발이 많은 것일 수도 있겠지요. 요즘 유행하니까~ 라고 물건을 들어봐도 뒤에 쓰인 전성분을 확인하면 미련 없이 내려놓게 됩니다. 오히려 그 기준 덕분에 사는 것이 심플해지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머리를 감는 샴푸, 린스, 가끔 헤어 에센스와 왁스를 바르고 얼굴에는 오일, , 아이크림, 요일별 다른 로션, 몸에 바르는 로션 온몸 오일이 따로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것이 2-3개로 줄어들었습니다. 쓰는 시간, 고르는 노력, 돈은 줄어들고 피부는 더 좋아졌죠. 그리고 스트레스도 없어졌습니다. 이게 좋다는데, 저게 좋다는데? 에 신경이 쓰이지 않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세상의 다양한 화장품 정보(?) 뉴스에 혹해서 사들이던 시간들이 없어졌다는 것이 가장 좋은 점입니다. 예전에는 사놓고도 쓰지 않고 남들 좋다는데 나한테는 안 맞더라 하는 게 참 많았거든요.


머리를 감을 때는 창포비누를 쓰거나 계면활성제 설페이트류가 들어가지 않은 샴푸를 씁니다. 창포비누는 쓰면 머리가 좀 더 뻣뻣하고 비누가 물러서 쓰임이 좀 헤픕니다. 하지만 플라스틱 포장재를 쓰지 않으므로 애용하고 있습니다. 바디워시는 예전에 공정무역 쉐어버터가 들어간 비누를 썼는데 올해 여름, 삼베로 만든 샤워타올을 쓰면서 바디워시를 쓰는 것 자체가 줄었습니다. 삼베로 만든 수세미가 세제를 쓰지 않아도 기름기 설거지가 가능하다고 해서 샀는데 써보니까 괜찮아서 몸에도 괜찮겠다 싶어서 쓰게 되었는데 물론 귀찮습니다. 쓰고 잘 말려야 하고 아주 기름기가 많은 것은 비누를 써야 하죠. 한번씩 베이킹소다물에 담가놓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크릴 수세미의 미세 플레스틱 걱정을 안해도 되고 세제도 적게 쓰니 훨씬 기분이 좋습니다. 이런 기준을 가지면 색조 화장품은 사는 것이 좀 더 까다로워집니다.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제품을 (그 정보를 공개한 제품도) 한국에서 찾기 어렵고 전성분에서 많이 첨가되지 않은 것 몇 개를 해외 직구를 통해 사고 있습니다. 그런데 특히 입술 색을 내는 종류들은 많지 않고 있어도 그나마 발색이 칙칙합니다. 바르면 오히려 얼굴색이 죽어 보일 때도 있어서 입술 색을 내는 것은 그냥 일반 화장품 회사 것을 어쩔 수 없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입술틴트나 립스틱에 있어서 대체제를 발견하지는 못해 가장 아쉬워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선크림은 내가 씀으로 인해 바다의 산호를 죽일 수 있는 성분이 아니라 나노화하지 않고 코팅하지 않은 징크옥사이드가 들어간 제품만 씁니다. 이런 화장품들은 방부제인 페녹시에탄올과 파라벤 대신 토코페롤- 비타민 e를 방부제로 사용하는 제품이기도 합니다. 그것이 좋은 성분의 제품을 고르는 팁이 되기도 하지요. 이런 선크림은 많은 이들이 알고 있듯 백탁 현상이 심하고 한여름에는 땀이 흐르는 데로 하얀 땀줄기 자리가 만들어지곤 합니다. 그게 유일하지만 엄청난 단점이죠. 바르고 안 바르고 티가 너무 선연하고 한여름에 안 그래도 더운데 오일 성분이 많고 피부에 발림성이 좋도록 만드는 성분들이 첨가되지 않았기 때문에(디메치콘, 카보머, 글리세린 등등 많습니다) 잘못 바르면 얼굴이 하얗게 얼룩덜룩해집니다. 사람들이 인터넷상으로 많은 팁을 공유를 했는데(에어퍼프를 쓴다, 다이소 똥퍼프를 쓴다) 그것들도 일회용품을 쓰는 것인지라 저의 방법은 손을 맞비벼서 열을 낸 다음 크림을 바르고 손의 열기로 얼굴을 지긋이 누르는 것입니다. 열기로 녹이는 것인데 처음에는 귀찮았지만 이제는 그 기다리는 시간에 느긋해졌습니다. 뭔가를 줄인다는 것은 좀 더 불편함을 감수하고 가는 것, 좀 더 느린 속도로 살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그 것은 한 가지를 줄이고 끝나는 게 아니라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결국 화장품 하나를 따지다보면 삶의 다른 부분으로 곁가지가 뻗어나갑니다. 저의 경우 화장품 전성분을 신경 쓰다 보니 아니 그렇다면? 하면서 내 몸에 닿는 천을 신경 쓰게 되고 그러면 옷을 신경 쓰고, 패스트 패션을 사입기 보다는 좀 더 비싸더라도 천에 신경을 쓰고 공정무역이나 제대로 노동에 대해 지불한 옷감이나 옷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일회용 생리대 대신에 천생리대를 쓰고 그러다 생리컵을 쓰는 쪽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갑니다. 내가 어떻게 살고자 애쓰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순간들이 그때 그때 알아차려지는 것을 경험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유난이겠지만 효율성이 아닌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살아가고자 할 때 세상이 또 반 발짝 달라지는 길을 걷고 있는 것이 아닌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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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과 고민

김유리


이틀 전, 20여 년 전에 지어진 빌라로 이사를 했습니다. 전에 살던 곳은 쉐어하우스였는데, 이제 친구와 함께 월세 집을 구했으니 우리가 추구하는 생활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큽니다. 친구는 우리 집을 플라스틱 프리존(Plastic Free Zone)으로 만들자고 했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이겠습니까. 그래서 그런 명칭은 나중에 달고, 지금은 바다 생명들을 죽어가게 만드는, 그리고 인간들에게도 위협이 되는 플라스틱을 최대한 줄여보기로 다짐했습니다. 물론, 그런 다짐을 한다 해도 현실에선 플라스틱을 멀리하기가 좀처럼 힘듭니다. 이사 당일은 8월 말인데도 폭염이 다시 찾아와 플라스틱에 담긴 이온음료를 사서 마셨고, 냉장고와 세탁기를 새로 주문해서 스티로폼 포장재도 잔뜩 배출했습니다. 그래도 에너지효율 1등급 175L 용량 냉장고를 선택해서 괜히 많은 음식을 보관하려는 욕심을 내지 않기로 했고, 세탁기도 반자동 3.5kg 용량으로 골랐습니다. 그러나 고민은 계속 됩니다. 너무 작은 냉장고, 작은 세탁기를 사건 아닌가 하고요. 이제부터 선택과 고민의 무한궤도로 살아가는 제 생활습관을 소개해보겠습니다


세탁 세제, 화장실 청소 세제, 주방 세제, 세안 용품들은 이전부터 조금씩 교체해가고 있었습니다. 이사 전에는 쉐어하우스에 공용으로 사용하는 세탁세제가 있어서 그냥 그것을 쓰다가 이사 와서는 과탄산소다로 세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 그리고 얼마 전에 한 장터에서 소프넛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어 소프넛과 과탄산소다를 함께 사용하고 있습니다. 소프넛은 주방세제로도 사용할 수 있어 베이킹소다와 함께 번갈아 사용하고 있고, 구연산은 주전자, 후라이팬 소독용으로 한 번 사용해봤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구연산은 린스 대용의 효과가 있어서 천연샴푸 바로 머리를 감고 나서 머리가 퍽퍽하다 싶으면 린스처럼 사용하긴 했었습니다. 최근에는 머리를 거의 삭발에 가깝게 잘라버려서 구연산은 주방에서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코코넛오일과 베이킹소다를 1:1로 섞어서 만든 치약도 사용 중입니다. 달콤하지도 않고 향도 없어서 여전히 낯설긴 하지만 효능은 괜찮은 것 같습니다. 효능을 증명할 능력은 제게 없지만 기성 치약제품과 비교했을 때 체감하는 효능의 차이는 없습니다, 아니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에는 전자레인지 때문에 다시금 고민에 빠졌습니다. 아마도 이 고민은 끊임없이 되풀이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지금의 선택은 전자레인지 없이 살기 입니다. 전자레인지는 주로 냉동밥을 데우는 용도 때문에 필요했습니다. 쉐어하우스에 살 때는 전기밥솥으로 밥을 짓고, 남은 것은 냉동실에 얼려두었습니다. 전기밥솥으로 보온을 해두면 꽤 많은 전기가 사용된다고 알고 있어서 그렇게 하기도 했고, 끼니마다 밥을 새로 짓기가 번거로워서 냉동밥을 전자레인지로 돌려 먹었던 것입니다. 굉장히 간편했습니다. 그런데 전자레인지가 건강에도 좋지 않고, 굳이 그렇게 급하게 먹고 살아야 하나 싶어서 냉동밥은 쪄서 먹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화구가 두 개뿐인 가스레인지로 밥도 짓고, 국과 반찬을 만들자니 굉장히 비효율적으로 느껴지던데 차차 익숙해지면서 나아지리라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아니면 같이 사는 친구의 할머니가 작은 전기밥솥을 주신다고 하니 밥은 그것으로 짓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집에 전기제품이 하나 더 생길 테지만 가스레인지 화구가 두 개뿐이라 종종 전기밥솥을 사용하는 건 괜찮지 않을까 스스로 합리화를 시켜봅니다.

어제 친구 할머니 댁에서 전기밥솥을 얻어 왔습니다. 앞으로는 아무래도 요리 해 먹기가 조금 더 수월해질 것 같습니다. 화구 한 쪽에서는 국이나 찌개를 끓이고, 또 다른 한 쪽에서는 뭐라도 굽고 볶을 수 있으니까요. 오늘 일을 마치고 집에 가서 전기밥솥으로 밥을 하면 얼마간의 시간이 걸리는지 테스트를 해보려고 합니다. 전자레인지는 딱 3분이면 됐고, 저수분 냄비로는 한 15분 정도 걸렸던 것 같은데, 전기밥솥은 그 중간쯤의 시간이 걸리길 바라봅니다. 그리고 전에는 일부러 밥을 얼리기 위해서 한 번에 밥을 많이 지었는데, 이제는 인원에 딱 맞는 용량으로 밥 짓는 연습도 해보려고 합니다. 아직 시도해볼 것들, 익숙해질 것들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주전자에 물을 끓여 마시고 있는데, 꽤나 불편합니다. 게다가 주전자 크기를 제대로 보지 않고 인터넷 주문을 했더니 아주 작은 주전자가 와서 물은 빨리도 끓지만 세 네 번을 끓여야 물 한통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살림 초급자라 이런 일들이 계속 반복되고 있습니다

 

고민을 하다하다 결심을 하고 선택을 했는데도, 또 이전과 같은 고민은 지속됩니다. 어제 어머니가 아버지와 함께 이사한 집에 오셨습니다. 그때 참 후회가 들었습니다. 냉장고가 작아서 어머니가 싸들고 온 반찬들 일부를 다시 되돌려 보내야 했으니까요. 그러나 그 후회가 아주 오래가진 않습니다. 장난감같이 보이는 냉장고, 세탁기가 조금 귀엽기도 하고, 감당 가능한 느낌이 들어서 좋습니다. 제가 들어도 무리가 없어 보이는 크기와 무게인 것도 꽤나 마음에 듭니다. 그런데 또 후회가 오지 말란 법은 없겠죠. 글의 제목을 고민과 선택으로 하지 않고, 선택과 고민으로 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생태적인 삶을 살고 싶어 어떤 선택을 하지만 그에 따르는 불편들로 인해 고민이 지속되기 때문입니다. 이 선택과 고민의 무한궤도를 제 운명처럼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Posted by 비전화공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