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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함께하는 비전화공방/비전화수기

[비전화수기공모] 생리와 나 / 이보람

비전화수기공모



생리와 나

이보람(이봄)


저는 생리의 시작과 동시에 그 전에는 알지 못했던 여러 가지 고통을 알게 되었습니다. 생리로 겪게 되는 몸의 변화만으로도 힘이 드는데, 생리기간 내내 사용하는 일회용생리대 또한 제겐 큰 문제였습니다. 일회용생리대를 사용하는 날이면 생리대가 닿는 부위가 벌겋게 일어나고, 하루 이틀 뒤에는 발진이 되어 앉지도 서지도, 걷지도 못하는 날들이었습니다. 제 몸은 일회용생리대의 흡수력과 압축력을 위해 사용되는 수많은 화학약품들을 이겨낼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께선 신생아 때 사용하던 면 기저귀를 떠올리셨고, 어느 날엔 천을 구해 오셔서, 옛날 사람들은 다 이렇게 사용했다고 하시며, 길게 자른 광목천을 제게 주셨습니다. 일회용생리대 처럼 팬티에 고정할 수 있는 ‘날개’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TV광고에서처럼 보송하거나 상쾌함을 보장해줄 것처럼 생기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얇은 천을 여러 번 개어 두툼하게 만든 천이라는 것, 뿐이었습니다. 분명 샐 것같이 생긴 허술함을 의심하며 착용한 순간, 일회용생리대의 따가움이나 간지러움, 발진 대신 부드러움과 편안함, 그리고 빨래를 얻었습니다. 이는 제가 중학교 1학년 때의 일입니다.


그 이후 10년 가까이 면 생리대를 사용했고, 올 초부터는 생리컵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5년 사이, 대안 생리대가 널리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다른 선택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중 하나인 면 생리대가 일회용생리대와 유사한 형태로 날개에 똑딱단추가 달린 제품으로 판매되어, 그 즈음부터 저 또한 완전히 면 생리대만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 날부터 저는 면 생리대 예찬가가 되어, 주변 친구들에게 전파하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면 생리대를 생소해 했고, 빨래에 대한 부담이 컸습니다. 


면 생리대 사용 이후, 한 번도 발진이 일어나 본 적이 없어, 화학약품으로부터 내 몸을 지킬 수 있었고, 이렇게 편한 것을 사용하지 않을 가장 큰 이유가 ‘빨래’ 라면, 조금 쉬운 경험을 전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많은 화학약품이 사용된다는 팬티라이너의 경우, 생리가 아닌 날에도 흔하게 사용하고 있어 가장 걱정되는 제품이었습니다. 팬티라이너로 사용할 수 있는 면 생리대도 크기가 작아 가격도 가장 저렴했고, 당연히 빨래도 수월하니, 친구들에게 이 작은 경험을 선물하기로했습니다.


       여러 종류의 면 생리대      

        

당시 선물 했던 작은 크기의 면 생리대와 생리 컵


친구들에게 팬티라이너로 사용할 수 있는 작은 크기의 면 생리대와 사용법을 적은 편지를 함께 선물했습니다. 면 생리대도 일회용 생리대와 마찬가지로 같은 방식으로 사용하지만, 손빨래를 해야 하는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살아가면 살아 갈수록, 인류는 더 편리해지는 쪽을 선택해왔지만 때때로 그 방법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면 생리대를 빨래하는 일 또한 그렇다고 생각했습니다. 손쉽고, 빠르다는 이유로 편리를 위해 우리가 감당하는 다른 일들을 기억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편지 안, 빨래하는 법 밑에 작은 소제목으로 ‘불편해도 괜찮아’를 적었습니다. 10년을 넘게 면 생리대를 사용해오며 터득한 방법과 다른 분들이 귀띔해주신 것들을 토대로 정리한 내용, 친구들에게 적어 보냈던 편지를 공유합니다.



1. 면 생리대 사용법


      • 면 생리대도 일회용생리대와 같은 방법으로 사용합니다.

      • 면 생리대도 일회용생리대와 동일하게, 생리양, 시간에 따라 교체해주어야 합니다.


2. 면 생리대 세탁방법




하나, 사용한 면 생리대는 분비물을 흐르는 물에 적당히 씻어 내립니다.


둘, 약간의 비누칠을 해 살짝 비빈 후 찬물에 담가 둡니다.

단, 락스나 옥시크린 등 표백제를 사용하시면 아니아니 아니되어요.

너무 오랫동안 불리는 것은 권하지 않아요.


셋, 비누칠하여 담가두었던 면 생리대를 비누를 사용해 깨끗하게 손빨래 합니다.

얼룩이 지워지지 않는다고 너무 세게 비비면, 천이 찢어질 수 있어요. 세탁 후에도 얼룩이 있다면 조금 더 불려서 다시 빨래를 하셔도 좋지만 옅은 얼룩이라면 햇볕에 말려 건조할경우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경우도있답니다.


넷, 끓는 물에 삶아도 괜찮다고는 하지만 추천은 안하겠어요.

면 생리대도 종류가 많아, 방수천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방수천이 있는 면 생리대의 경우 삶을 때 천이 가질 수 있어요. 꼭 삶아야겠다면, 2~3분 정도 짧게 해주세요. 지나치면, 망가져요.


다섯, 면 생리대를 잘 펴서 모양을 다듬고 햇볕에 잘 말려주세요.

  반짝 햇님은 자연 소독기랍니다!

  다 말랐으면 탁탁 두드려 보풀을 정리해주세요.

  속옷과 같이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보관해주세요.



보람Tip

      • 동거인이 있을 경우, 면 생리대 빨래를 누군가 보는 것이 민망한 날이 있습니다. 저는,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휴지통을 (뚜껑 있음) 생리대 불림통으로 사용했어요.
      • 저는 귀차니즘 때문에, 하루 이틀 정도 생리대를 불려놓고 모아서 빨래를 했답니다.
      • 집에 EM 발효액이 있다면, 함께 사용해도 좋아요. 저는 EM 비누를 사용했답니다.
      • 저는 햇볕이 좋은 날엔 종종, 가지고 있는 모든 생리대를 꺼내어 햇볕에 말려두어요. 왠지 모르게 소독하는 기분이 들어요.


몸이 거부하는 것을 알아차리고 내 몸에 맞는 것을 찾다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방법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이 선택들이 유별나고 까다로운 것이 아니라, 그저 다른 방식일 수 있다는 것을 쉽게 전하고 싶어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면 생리대보다 더 편리하지만, 제 몸을 더 잘 알게 해준 생리컵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아직 초보단계라 그 사용법을 전할 순 없지만, 저의 노력이 내 몸에 맞고 건강한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많은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