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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함께하는 비전화공방/비전화수기

[비전화수기공모]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 자연과 나를 살린다 / 이지혜

비전화수기공모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 자연과 나를 살린다

이지혜


때는 20153, 목화송이의 면생리대 키트를 손바느질해서 나의 첫 면생리대와 마주했다. 당시 내가 썼던 면생리대는 방수 기능이 없었고 세탁하는 방법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해 핏기는 잘 가시지 않았다. 잘 새고 얼룩지고 귀찮기도 해서 한동안 면생리대를 쓰지 않았다. 그러다 방수 기능이 있는 면생리대와 세탁 노하우를 전수받고 지금은 편안하게 면생리대를 잘 쓰고 있다.



일회용 생리대는 최근 큰 이슈였다. 면생리대를 쓰면서 생리통이 사라지고 냄새도 덜 나고 심지어 생리양까지 줄어든 사람들의 증언이 일회용 생리대에게 질문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일회용 생리대 안에 어떤 화학물질이 인체에 작용하는지 아직도 검증을 요구하고 있다.



일회용 생리대는 공장에서 찍어낸다. 공장에서는 대량의 전기를 쓸 테니 많은 사람들이 면생리대를 사용하면 할수록 전기 사용을 줄일 수 있다. 면생리대 최초 제작에 최소한의 전기가 필요할 뿐이다. 또 사용자가 직접 손빨래를 하기 때문에 일회용 생리대를 태울 때 필요한 에너지나 태우면서 나오는 유해물질도 없다. 결정적으로 내 몸이 일회용 생리대로부터의 화학물질을 피할 수 있는 것 까지 하면 면생리대 사용은 환경면에서도 개인의 건강 면에서도 이롭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앞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면생리대 세탁이 진입자에게는 큰 벽으로 다가온다. 쓰고 버리는 일회용보다는 확실히 귀찮지만 천연세제를 잘만 활용하면 손쉽게 면생리대를 세탁 할 수 있다. 내가 사용하는 방법은 천연세제 삼총사 중에서도 산소계표백제, 과탄산소다이다. 이것은 하얀 알갱이인데 섬유에서 를 분리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먼저 생리혈을 최대한 찬물로 빨아내고 핏물이 덜 빠진 부분에 산소계표백제를 솔솔 뿌리고 접어서 3~4시간 방치하면 끝이다. 3~4시간이 지나면 산소계표백제에 의해 핏기가 쏙 빠져 하얀 순면만 남는다. 이 간단한 세탁 방법을 전수받고 나서는 면생리대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사라졌다. 산소계표백제는 친환경 세제이기 때문에 인체에도 무해하다. 친환경 세제는 바다에 버려져도 환경에 해를 주지 않고 오히려 버릴수록 수질을 정화시켜준다고 하니 손세탁의 귀찮음 정도는 감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심하지는 않지만 생리통이 있다. 이때 내가 애용하는 것은 전기장판이 아니라 물주머니. 물을 팔팔 끓여 살짝 식힌 뒤, 고무로 만든 물주머니에 넣고 아랫배에 올려두면 몸이 따듯하게 데워져서 아침까지 따뜻하게 통증 없이 잘 수 있다. 물주머니는 생리통뿐만 아니라 수족냉증이 심해지는 겨울철에도 아주 유용하게 쓴다. 한겨울에는 발밑에 물주머니 하나, 허벅지 사이에 물주머니 하나 그리고 난방텐트까지 있으면 가스비, 전기세도 절약할 수 있다.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은 지구에도 나에게도 이롭다는 경험을 계속해서 한다. 인공적으로 만든 섬유유연제 대신, 물에 녹인 구연산수를 사용하면서부터 죽어있던 후각이 섬세해졌다. 지금은 약간의 인공적인 향에도 몸이 싫다는 반응을 한다. 또 인공색소나 화학물질이 들어간 화장품을 쓰면 몸이 강력하게 저항하며 간지러움이나 염증 등으로 싫다는 신호를 준다. 이렇게 원래의 내 몸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길은 아마도 지구도 좋아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면생리대, 물주머니, 천연세제 이외에도 자꾸 원초적이고 자연적인 방법을 찾아서 헤매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