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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함께하는 비전화공방/비전화수기

[비전화수기] 칡넝쿨 바구니와 채반

칡넝쿨 바구니와 채반

샛별

 

 

우연한 계기로 해남에서 칡넝쿨을 이용해서 바구니를 만드는 법을 배웠다. 처음 만드는 거라 서툴기도 하고 단단하게 잘 되지 않았고 과연 이게 바구니가 될까?’ 라는 의심을 품었지만 수업 이후 집에서 차분하게 만들고 보니 어느새 작은 바구니가 완성이 되었다이때의 느낌은 뭐랄까? 단순히 기분이 좋다. 라고 하기에는 부족했다. 어떠한 해방감이나 충족감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경이롭다고 라고 할 수 있었다. 손재주가 없는 나의 손과 기다란 넝쿨이 만들어낸 바구니라니.. 지금 생각해도 기분이 좋다.

 

사실 만드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시작 할 때만 균형을 잘 잡은 뒤 계속 안으로 밖으로 둥글게 계속 꼬아주면 된다. 그렇지만 만들고 나면 그 감정은 단순하지는 않았다. 직접 만들다 보니 확실히 대하는 태도가 달랐다. 무언가 더 예뻐 보이기도 하고 향도 나고 그리고 다른 플라스틱 제품은 단순히 용도에 맞는 물건이라고 생각이 들었다면 칡넝쿨로 만든 바구니를 애장품 같이 대했다

 

그리고 일 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맞다. 칡넝쿨 바구니와 채반을 사용한지 일 년이 되었다 과연 지금도 사용하고 있을까처음에 느꼈던 감정은 사실 무뎌지고 실용적이라는 측면에서 확실히 떨어지지만 그래도 사용은 하고 있다. 장점과 단점을 말하자면 장점은 넝쿨과 넝쿨 사이 틈이 있어서 통풍이 잘 되어 무언가를 말릴 때 잘 말릴 수 있고, 바구니도 작은 과일이나 채소를 담고 보관하기에 용이하기도 한다. 단점은 만약 채반이나 넝쿨 안에 들어있는 과일이나 채소에 곰팡이가 피기 시작하면 넝쿨도 같이 곰팡이가 옮길 수도 있다는 점과 양이 많거나 무거운 것을 올리기에도 약하기 때문에 적당한 량만 담을 수 있다는 것이다.(그래서 나는 플라스틱 채반과 같이 사용한다.)

 

이렇게 칡넝쿨로 바구니와 채반을 만들고 사용하는 과정을 통해서 얻을 수 있었던 경험들은 이 경우에만 국한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예전과 조금은 다른 삶을 살고 싶은 마음으로 지금 있는 곳에 생활을 하지만 살아가면서 타협하고 인정해야 될 부분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러한 부분들로 인해서 괴리감으로 힘들기도 했지만 나의 해결책은 앞서 말 한데로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 그리고 너무 얽매이지 않기로 하는 것이 지금의 해결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