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화수기공모



겨울 준비를 시작할 때

윤태임

 

11월이면 우리 동네는 겨울 준비를 시작할 때입니다. 감나무가 많은 우리 동네의 골목 끝이 우리집인데 포도넝쿨이 무성한 아랫집은 지난주 토요일에 마당과 지붕을 비닐로 포장을 하였답니다. 한참 추울 때는 바깥보다 방안온도가 싸늘해서 뼈 속까지 추위가 느껴질 때가 있었으니까요. 1년의 사계절을 느끼면서 세월의 변화를 몸소 알게되는 단독 주택의 고즈넉한 가을이 깊어가는 요즈음입니다.


나도 서서히 겨울나기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지난 일요일 먼저 지난 여름 더위를 식혀주던 고마운 선풍기를 분해하여 곱게 닦아 덮개를 씌워 치웠습니다. 다시 만날 때를 기다리면서...

그리고는 여름철 겉옷 벗듯이 더울새라 떼어 놓았던 이중창을 달고 다소 묵직한 커튼을 꺼내 마루며 방마다 알록달록 매달았습니다


훨씬 안온한 느낌이 드네요. 한겨울에는 이것으로는 찬기를 맊을 수 없더라고요. 우리집은 유난히도 창문이 많아 여름에는 정말 시원하지만 겨울에는 추워서 손이 곱아 글씨 쓰기가 불편할 정도에요. 온풍기나 히터를 켜 볼까 생각했다가도 전기값과 화재의 위험 때문에 생각을 접었지요. 바닥의 온도를 높여보면 좀 추위가 덜 할까 싶어 궁둥이가 따끈 할 정도로 온돌방처럼 지진다고 좋아했다가 전기세 폭탄을 맞았지요.


돈 한푼이 아쉬운판에 우선은 겨울 난방비를 고려 안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창문마다 뽁뽁이 붙이기와 비닐 커튼을 만들어 커튼 속에 덧달기였어요. 비닐의 윗부분에 천을 대고 꼬매면 커튼핀을 꼽을 수 있게 됩니다. 거실과 창문위에 커튼을 달듯이 비닐커텐을 속에 달고 겉커튼을 치면 바깥 공기가 차단되거든요


그리고는 약국에서 파는 빨간 물주머니에 뜨거운 물을 담고 겨드랑이에 끼고 잠자리에 들면 세상 부러울게 없었습니다. 그러다가도 아주 추우면 침낭을 이불속에 깔고 들어가 자기도 했답니다. 신기하게도 전혀 안추웠어요. 게다가 빨간 물주머리는 아침까지도 매지근하답니다. 다음날 그 물 또 데워 물주머니를 채우고 하면서 나름 재미있었던 잠자리 의식이였지요.


그때 우리집에서 유일하게 하나 있었던 온수매트는 더 추워, 정말 추워서 어쩔 줄 모르는 그날에 옹기종기 모여 발을 디밀고 길게 놓아 세식구의 등을 따습게 덥힐 수 있는 강력한 도구였어요. 언젠가 세식구가 1인용 매트에 가로로 등을 대고 누우니 꽉찼지요. 누군가 한마디 했어요. 지금 보다 더 살찌면 매트에 같이 누울 수 없을테니까 더이상 살찌지 말기 하자고, 그러자 그러자하고 맞장구치면서 행복감이 밀려왔던 느낌에 서로 등을 부비댔었지요


돈이 빠져버린 자리에 사람의 정이 채워지는 겨울 준비를 하면서 새록새록 또 한해를 보낼 준비를 합니다. 다시 새로 채워지는 다가올 봄을 기다리면서 긴 겨울과 친하게 지내는 법을 배워갑니다

Posted by 비전화공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