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비전화제작자2기 산고양이에요. 저는 지금 나스(일본 비전화공방이 있는 지역) 시내에 있는 고풍스러운 카페에 와있어요. 나스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에요. 고개를 들면 어디에나 맑고 푸른 하늘이 넓게 펼쳐져 있고 그 아래로는 덥고 습한 날씨 덕에 쑥쑥 자란 삼나무 숲, 깔끔하게 정돈된 연녹색 논이 펼쳐져있어요. 그런 풍경을 보며 길을 걷다보면 들리는 벌레소리, 새소리가 아름답고 다양합니다. 벌레, 새 라는 동일한 명칭으로 부르는 것이 적절하지 않게 느껴져요. 잊고 있던 감각들이 내 안에서 살아나 새로운 에너지가 샘솟는 것 같아요


일본 비전화공방은 아름다운 풍경 속에 자리 잡은 후지무라센세의 테마파크에요. 센세의 철학을 담은 다양한 건축물들(왕겨하우스, 트리하우스, 스트로베일하우스 등)이 있고 센세의 가족과 제자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어요.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센세께서 몸이 편찮으셔서 제자들과 함께하는 활동을 했어요. 체인톱으로 나무를 자르고 도끼로 장작을 패는 활동과 파워쇼벨(포크레인)과 트랙터 같은 중장비를 다뤘는데 생각보다 재밌었어요. 특별한 누군가만 할 수 있다고 여겨졌던 것들이 내가 할 수 있고, 어쩌면 누구나 할 수 있구나.’ 알게 되어 행운이라고 느꼈어요. 참 감사한 일이고요.

 

트랙터 교육 중


앞줄 가운데, 파란점퍼를 입은 산고양이


하루 종일 관광을 하는 날도 있답니다. 다부지고 성실한 느낌을 주는 일본제자 이치카와 상과 함께 차를 타고 나스 곳곳을 돌아다녔어요. 백합과 수국이 한 가득 피어있는 숲을 산책하고 여러 가지 선물을 살 수 있는 갖가지 숍들을 구경하는 코스였는데, 매장에서 여러 가지 물건을 보며 살까 말까 선택의 순간에서 나를 구매로 이끄는 지점을 발견했어요. 우리가 3만엔 비즈니스에서 생각해야 하는 기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관광하고 돌아오는 길에 다른 제작자 친구가 신나는 음악을 선곡하자 갑자기 모두들 흥이 나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어요. 마침 천장이 열리는 차여서 차 밖으로 몸을 내밀고 바람을 느끼며 신나게 소리를 질렀던 것이 기억에 남네요. 동료들과 자신을 던져버리고 놀아본 적이 거의 없었는데. 여행이 주는 자유로움 덕분인지 우리들을 덮고 있던 껍질이 한 꺼풀 벗겨졌던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나스에서 가장 좋았던 건 동료들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서로에 대해서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이었어요. 서울에서 공방을 다닐 땐 아침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정해진 일정을 하고 각자의 공간으로 돌아갔어요. 한정된 시간 안에서 기술적인 활동을 집중적으로 해야 하기에 한 사람 한 사람과 부딪힐 기회가 적었어요. 그런데 여기서는 아침에 눈을 떠서 잠들 때 까지 24시간을 함께 지내야 했고, 매일 함께 청소하고 삼시세끼 밥을 짓고 설거지를 하고 잠들기 전까지 얘기를 나누는 둥 모든 일상을 함께하며 동료 한 사람 한 사람과 깊이있게 만날 수밖에 없죠. 가끔은 내가 소화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느껴져 부담스럽고 피곤해 얼른 나만의 공간으로 도망치고 싶어졌고, 서로가 다름을 느끼며 갈등이 일어나기도 했어요.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깊은 곳에 있던 마음을 만날 수 있었어요.


친구와 동료는 다르다. 친구는 함께 즐기는 사이고 동료는 함께 살아가는 사이다. 함께 꿈을 꾸고 그 꿈을 위해 함께 땀을 흘리고 어려움이 생기면 극복하며 그렇게 살아가는 사이가 동료다. 그렇기 때문에 동료 사이에는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내심을 갖고 시간을 들이며 서로를 존중하는 노력을 할 때 갈등을 넘어서 함께 살아갈 수 있다.’ 동료란 무엇인가? 에 대해 센세께서 말씀해주신 얘기에요. 이번 현장연수에서 머리로 이해했던 동료에 대한 정의를 매일의 삶 속에서 체험하며 몸과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산책하는 사람들


비전화제작자로 활동하기 전 머릿속에 그리던 모습입니다. ‘자급자족 적인 삶, 자연과 함께하는 평화로운 삶을 살고 싶어. 외롭지 않게 함께 걸을 사람들이 있었으면 좋겠어. 내가 즐거운 방식으로 적당히 일하며 풍요롭게 살고 싶어. 그것이 가능한 일을 찾고 싶어.’ 동화책에 나오는 예쁜 삽화의 한 장면이 내 머릿속에 들어있었어요. 그런데 비전화제작자가 되고 실제로 기술을 배우고 노동을 하면서 예쁜 그림만은 아니겠다는 것을 느꼈어요. 체력적으로 힘이 들었고 인간관계도 쉽지만은 않았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지금 나스, 이곳에서 자급자족 적인 삶을 24시간 살아내는 일본의 제자들과 우리를 보면서 동화의 한 장면이 그려지기 위해 생략된, 가끔은 힘겹고 눈물 나는 순간들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알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동료들과 함께, 스스로에게 질문했어요. 바라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할 수 있을까? 그런 용기와 힘이 있냐고. 아직은 당당하게 그래!’라고 답 할 수 있는 내가 아님을, 몸의 체력도 마음의 체력도 부족해서 내가 해야 할 일들에, 나를 둘러싼 사람들에게 온전히 에너지를 집중할 수 없어요. 하지만 함께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기뻐하는 순간, 누군가와 마음 속 이야기를 나누며 그 사람의 깊은 곳을 만나는 순간, 맛있는 것을 먹으며 행복해하는 순간. 그런 순간들이 소중하고 아름답다. 라는 것을 느꼈기에 가능한 노력해보고 싶어요. 스스로의 체력, 몸과 마음의 힘을 길러나가는 것이 필요하겠지요.

 

나의 눈길이 머무는 곳에 네가 있기를. 어두운 밤이 지나간 밝은 아침에 네가 있기를. 힘겨운 마음이 울고 있을 때 안아 줄 수 있기를... 기도해 봅니다.

 

2018. 7. 나스에서. 산고양이.

 




Posted by 비전화공방

그린이: 서경


2018년 6월 19일(화) - 2018년 6월 22일(금). 3박4일 지리산 산내면에서 진행한 <손과 손이 만나는 캠프> 참여자분들의 후기입니다. 종종, 이런 시간 만들어볼게요. 관심가져주신 모든 분께 감사한 마음 전해요. 


서로의 손이 되기도 하고 서로 손을 잡아주기도 하면서 각자 속도나 리듬을 만들어가는, 동료들이 함께하는 삶을 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그리고 삶과 다른 이들의 삶이 사는게 목표예요.  있도록 여유롭고 빛나게 사는 방법을... 저는 어제 산책하면서 반딧불이를 봤어요. 아름답고 신비로웠어요. 내가 별을 보러 갔다가 반딧불이를 있는 너무 좋더라고요. 어둠 속에서 반딧불이 만났을 아름다웠던 것처럼 일상에서도 찾아갈 있었으면 좋겠어요.

 

여기서 이것 저것 만들다 보니 내가 모르는 분야는 주고 사는데 정수기도 탄두르도 만드니까사람이 머리를 쓰고 여럿이 힘을 합치면 만들건 없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궁리하고 손을 쓰는 과정이 좋았어요. 일간 많은 것을 배웠고 뜻밖에 불지피는 법도 배우게 됐고요. 이제 집에 돌아가면 훨씬 쓸모있는 사람이 같아요.”

 

작은 일로 자립하는 것에 대해서,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있지만 내가 시도하려면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저도 일을 그만두고 이런 저런 궁리를 하고 있었어요. 하루 8시간 근무에 40시간을 근무하면서 기계처럼 일하는 것에 회의를 느껴 그 터라 내가 좋아하는 일로 살아가고 싶어졌어요. 그리고 스스로 만드는 생활. 직접 만들면서 내가 발명가가 같고 삶을 주체적으로 사고하게  같아서 재밌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혼자 궁리하고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지만 어쨌든 내가 멀리가고 성장하려면 같이 하는 사람들이 중요한 것 같아요. 같이 먹으면서 명절같은 분위기에 아무런 걱정 없이 웃고. 힐링을 받았고 좋았어요.”

 

저도 문득 생각했는데 이렇게 무기력했을까. 모든 것이 돈으로 환산되는 것을 보며 내가 아무 것도 없구나 하는 무기력함이 있었어요. 만들면서 이런 것을 하는 과정. 정수기를 돈으로 밖에 없고 돈을 벌기 위해 일을 밖에 없는데 정수기를 내가 만들어서 쓴다는 것이 의미가 있구나를 느끼게 되었어요. 저는 사람과 관계에 관심이 많아요. 비전화 스텝, 1 분들을 보면서 일년 같이 지내면서 많은 것을 얻었겠지만 가장 크게 동료를 얻은 것이 부러웠어요. 동료를 얻으려고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가야겠다 생각했어요. 일상으로 돌아가서 생활하다가 지리산이 그리울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Posted by 비전화공방


학습세미나


<적게 일하고 더 행복하기>


제작자 2기의 첫 학습세미나가 열렸습니다. 학습 세미나는 일, 생활, 기술이 함께하는 삶을 위한 생각의 힘을 키우는 시간입니다. 매달 한 번, 한 권의 책을 읽고 공동 발제나 토론을 합니다.


이번 학습세미나는 후지무라 센세의 <30만원으로 한 달 살기(적게 일하고 더 행복하기)>를 읽고 자유롭게 이야기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착한 사람이 하는 비즈니스


‘착한 일’로 한 달에 3만엔만 버는 비즈니스를 하려는 사람은 당연히 착한 사람이겠죠. 착한 사람은 과도한 경쟁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경쟁에서 패한 타인의 눈물과 희생을 대가로 돈을 번다면 행복하지 않을 테니까요. 착한 사람은  자신의 행복추구 노력이 타인과 사회 전체의 행복으로 이어 질 때만 보람을 느낄 수 있습니다. ‘3만엔 비즈니스’는 그런 사람들만이 관심을 갖습니다.


착한 사람을 위한 비즈니스


‘3만엔 비즈니스’는 착한 사람이 착한 일을 비즈니스로 삼는 것입니다. 비즈니스는 상품, 즉 물건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므로 ‘3만엔 비즈니스’는 착한 사람이 착한 상품을 판매하는 일입니다. 착한 사람은 어질기도 하고 좀 어수룩한 구석도 있다 보니 상품의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지 못할 수도 있고 상품의 완성도가 좀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 ‘흠결’을 이해하고 사주는 소비자도 역시 착한 사람일 테지요. 착한 사람이 벌이는 착한 비즈니스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품질에 대해 너무 깐깐하지 않고 가격에 대해서도 조금은 관대할 수 있는 것이지요.


<30만원으로 한 달 살기> 중에서


책에서 3만엔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은 착한 사람, 그 일을 알아주는 사람도 착한 사람이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3만엔 비즈니스로 대표되는 착한 사람, 착한 일은 무엇일까요? 학습세미나에서 나눈 대화 내용을 공유합니다.



착한 사람, 착한 일이 뭘까?

"센세가 지성이 낮은 사람과 높은 사람을 나누어 이야기 했어요. 지성이 높은 사람은 평화와 환경의 지속성을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했는데 이것도 착한 사람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을까요."

"도시장터, 마을장터를 가는 것은 암묵적으로 환경적인 것에 지지한다, 소규모 공방을 응원한다는 마음도 있어요. 이런 곳에서 시장의 잣대로만 평가한다면 부딪히는 지점이 있어요. 예를 들어 조그만 공방에서 만들었다고 했을 때 위생 품질 보증서 보여달라고 할 수 있죠. '착함'이라는 것은 값을 지불하고 응당한 대가를 받아야하는 가치 기준과 다르지 않을까요?, 또는 시장 속에서 길들여진 소비자의 태도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닐까요?"


"센세가 우리가 하는 작은 일에 대해 '선한 의도만 가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선은 넘어야한다.'고 하셨어요. 착함을 마냥 내세우기보다 설득력을 가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물건을 파는 것도 있지만 가치를 파는 것이기도 해요. 제작자는 제품이 만들어진 과정이나 가치를 잘 담고 알리는 데도 힘을 써야할 것 같아요. 그래서 책에서 '착한 일은 착한 사람들이 구매해 줄 것이다'라고 하는 것이 아닐까요?"



‘착한 사람, 착한 일이 뭘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작은 일을 통해서 내가 만들 상품과 만나게 될 소비자를 ‘어떤 태도로 만들고 맞이할 것인가?’로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우리가 각자 생각하는 좋은 일, 착한 일에 부여할 수 있는 의미도 다를 것 같아요. 저에게 착한 일은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는 것이에요. 아무리 상품이 가치가 있더라도, 만든 사람들이 어떤 관계망 속에서 일을 하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저에게 있어선 좋은 관계망 속에서 일을 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을 할 것인지는 크게 중요치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요. 소비하는 사람도 생산해 내는 사람 사이도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책에서 강조하시는 부분이 동료잖아요. 워크숍의 참여자(소비자)이기도 하지만 동료이기도 해요. 책에서도 판매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은 즐겁게 대화하고 인간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했어요. 이 지점이 3비즈가 핵심적으로 다른 비즈니스와 다른 지점 일 것 같아요. '소비자가 아니라 상품을 매개로 삶을 같이 고민하는 동료가 될 수 있다.'부분이 되게 재밌더라고요."


어쩌면 판매자와 소비자를 나누는 게 무의미 할 수도 있습니다. 상품의 라이프사이클인 제조, 유통, 구매와 사용, 유지 및 보수를 함께 하는 동료 관계를 떠올려보세요. 동료 사이니까 뭔가 감출 필요도 없고 단기적 이익을 위해 속임수를 쓸 일도 없습니다. 상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도, 착한 상품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것도, 함께 즐기면서 해나갈 수 있습니다. 동료애가 싹트는 건 물론이지요.


<30만원으로 한 달 살기> 중에서



제작자들은 ‘3만엔 비즈니스는 착한 사람이 하는 착한 일’이라는 말을 통해 '작은 일'에 대한 각자의 ‘태도’를 고민하고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앞으로 제작자 2기의 학습세미나는 계속 됩니다. 다음 세미나는 한국에 출간 된 후지무라 센세의 또 다른 저서 인 <플러그를 뽑으면 지구가 아름답다>를 읽고 이야기 나눕니다. 센세가 발명하신 비전화 제품에 대한 소개와 비전화 프로젝트에 대한 철학이 담긴 책입니다. 본격적으로 여러가지 비전화 기술을 익히고 있는 제작자들에게 이 책은 어떤 생각거리를 가져다 줄까요?


한 권의 책을 함께 읽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다른 이의 생각을 듣는 것은 서로 알고, 연결되고, 자립하는 삶으로의 전환 안에 있습니다. 함께 읽어 보아요.  



                                                                                                                               글/사진 서경






Posted by 비전화공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