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비전화제작자2기 산고양이에요. 저는 지금 나스(일본 비전화공방이 있는 지역) 시내에 있는 고풍스러운 카페에 와있어요. 나스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에요. 고개를 들면 어디에나 맑고 푸른 하늘이 넓게 펼쳐져 있고 그 아래로는 덥고 습한 날씨 덕에 쑥쑥 자란 삼나무 숲, 깔끔하게 정돈된 연녹색 논이 펼쳐져있어요. 그런 풍경을 보며 길을 걷다보면 들리는 벌레소리, 새소리가 아름답고 다양합니다. 벌레, 새 라는 동일한 명칭으로 부르는 것이 적절하지 않게 느껴져요. 잊고 있던 감각들이 내 안에서 살아나 새로운 에너지가 샘솟는 것 같아요


일본 비전화공방은 아름다운 풍경 속에 자리 잡은 후지무라센세의 테마파크에요. 센세의 철학을 담은 다양한 건축물들(왕겨하우스, 트리하우스, 스트로베일하우스 등)이 있고 센세의 가족과 제자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어요.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센세께서 몸이 편찮으셔서 제자들과 함께하는 활동을 했어요. 체인톱으로 나무를 자르고 도끼로 장작을 패는 활동과 파워쇼벨(포크레인)과 트랙터 같은 중장비를 다뤘는데 생각보다 재밌었어요. 특별한 누군가만 할 수 있다고 여겨졌던 것들이 내가 할 수 있고, 어쩌면 누구나 할 수 있구나.’ 알게 되어 행운이라고 느꼈어요. 참 감사한 일이고요.

 

트랙터 교육 중


앞줄 가운데, 파란점퍼를 입은 산고양이


하루 종일 관광을 하는 날도 있답니다. 다부지고 성실한 느낌을 주는 일본제자 이치카와 상과 함께 차를 타고 나스 곳곳을 돌아다녔어요. 백합과 수국이 한 가득 피어있는 숲을 산책하고 여러 가지 선물을 살 수 있는 갖가지 숍들을 구경하는 코스였는데, 매장에서 여러 가지 물건을 보며 살까 말까 선택의 순간에서 나를 구매로 이끄는 지점을 발견했어요. 우리가 3만엔 비즈니스에서 생각해야 하는 기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관광하고 돌아오는 길에 다른 제작자 친구가 신나는 음악을 선곡하자 갑자기 모두들 흥이 나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어요. 마침 천장이 열리는 차여서 차 밖으로 몸을 내밀고 바람을 느끼며 신나게 소리를 질렀던 것이 기억에 남네요. 동료들과 자신을 던져버리고 놀아본 적이 거의 없었는데. 여행이 주는 자유로움 덕분인지 우리들을 덮고 있던 껍질이 한 꺼풀 벗겨졌던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나스에서 가장 좋았던 건 동료들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서로에 대해서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이었어요. 서울에서 공방을 다닐 땐 아침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정해진 일정을 하고 각자의 공간으로 돌아갔어요. 한정된 시간 안에서 기술적인 활동을 집중적으로 해야 하기에 한 사람 한 사람과 부딪힐 기회가 적었어요. 그런데 여기서는 아침에 눈을 떠서 잠들 때 까지 24시간을 함께 지내야 했고, 매일 함께 청소하고 삼시세끼 밥을 짓고 설거지를 하고 잠들기 전까지 얘기를 나누는 둥 모든 일상을 함께하며 동료 한 사람 한 사람과 깊이있게 만날 수밖에 없죠. 가끔은 내가 소화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느껴져 부담스럽고 피곤해 얼른 나만의 공간으로 도망치고 싶어졌고, 서로가 다름을 느끼며 갈등이 일어나기도 했어요.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깊은 곳에 있던 마음을 만날 수 있었어요.


친구와 동료는 다르다. 친구는 함께 즐기는 사이고 동료는 함께 살아가는 사이다. 함께 꿈을 꾸고 그 꿈을 위해 함께 땀을 흘리고 어려움이 생기면 극복하며 그렇게 살아가는 사이가 동료다. 그렇기 때문에 동료 사이에는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내심을 갖고 시간을 들이며 서로를 존중하는 노력을 할 때 갈등을 넘어서 함께 살아갈 수 있다.’ 동료란 무엇인가? 에 대해 센세께서 말씀해주신 얘기에요. 이번 현장연수에서 머리로 이해했던 동료에 대한 정의를 매일의 삶 속에서 체험하며 몸과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산책하는 사람들


비전화제작자로 활동하기 전 머릿속에 그리던 모습입니다. ‘자급자족 적인 삶, 자연과 함께하는 평화로운 삶을 살고 싶어. 외롭지 않게 함께 걸을 사람들이 있었으면 좋겠어. 내가 즐거운 방식으로 적당히 일하며 풍요롭게 살고 싶어. 그것이 가능한 일을 찾고 싶어.’ 동화책에 나오는 예쁜 삽화의 한 장면이 내 머릿속에 들어있었어요. 그런데 비전화제작자가 되고 실제로 기술을 배우고 노동을 하면서 예쁜 그림만은 아니겠다는 것을 느꼈어요. 체력적으로 힘이 들었고 인간관계도 쉽지만은 않았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지금 나스, 이곳에서 자급자족 적인 삶을 24시간 살아내는 일본의 제자들과 우리를 보면서 동화의 한 장면이 그려지기 위해 생략된, 가끔은 힘겹고 눈물 나는 순간들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알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동료들과 함께, 스스로에게 질문했어요. 바라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할 수 있을까? 그런 용기와 힘이 있냐고. 아직은 당당하게 그래!’라고 답 할 수 있는 내가 아님을, 몸의 체력도 마음의 체력도 부족해서 내가 해야 할 일들에, 나를 둘러싼 사람들에게 온전히 에너지를 집중할 수 없어요. 하지만 함께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기뻐하는 순간, 누군가와 마음 속 이야기를 나누며 그 사람의 깊은 곳을 만나는 순간, 맛있는 것을 먹으며 행복해하는 순간. 그런 순간들이 소중하고 아름답다. 라는 것을 느꼈기에 가능한 노력해보고 싶어요. 스스로의 체력, 몸과 마음의 힘을 길러나가는 것이 필요하겠지요.

 

나의 눈길이 머무는 곳에 네가 있기를. 어두운 밤이 지나간 밝은 아침에 네가 있기를. 힘겨운 마음이 울고 있을 때 안아 줄 수 있기를... 기도해 봅니다.

 

2018. 7. 나스에서. 산고양이.

 




Posted by 비전화공방

#3. 비전화제작자들의 일본 비전화공방 소식, 세 번째

 

비전화제작자들은 일본 연수기간 동안 나스에 있는 히덴카코보(일본 비전화공방)에 있지만은 않았습니다. 나스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러 사례를 탐방했는데요. 그 내용을 소개합니다. 



1. ARI(Asia Rural Institute) 아시아 지방 연구기관

 

ARI의 A는 '아시아'이지만, 이 곳은 세계 어느 곳에서든 지역의 활성화가 필요한 사람들이 농사와 리더십을 키우게끔 하여, 그 지역을 이끄는 리더를 기르는 곳입니다. 일본 비전화공방 근처인 '나스마치'에 위치합니다. 기독교재단이 지원하는 기관입니다리더를 기르는 과정은 3~4월에 시작해 12월에 마무리됩니다. 유기농법과 농장일(, 돼지 키우기)등을 함께 배웁니다. 기계를 되도록 사용하지 않습니다. 모든 지역에 기계가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배운 것을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서 실천할 수 있게 하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하는데요. 비료를 만들 때도 자신의 고향에 어떤 재료가 있는지, 여기서 배운 것들이 그 지역에 없다면 어떤 것으로 대체할 수 있을지도 공부합니다. 


기독교재단에서 운영하지만 종교에 매여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다양한 나라에서 오는 곳이니만큼 더 조심한 것 같아요. 우리를 안내해주셨던 분도 기독교분이 아님에도 스텝으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채플도 기독교 예배당이지만 불교를 포함한 몇몇 종교의 느낌도 함께 넣어 만들었다고 합니다많은 부분이 후원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곳에서 생산한 것들을 파는 것으로도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계란, 고기, 간장, 채소 등을 판매하는데 간장이 정말 맛있었습니다.  


간판 앞에서 



2. 아시노 마을과 지산지소도시락식당(?)

 

아시노 마을에 있는 지산지소(지역에서 생산하고 지역에서 소비하는)를 테마로 도시락을 파는 식당에 갔습니다. 식당을 운영하며 마을만들기, 살리기 활동을 하는 카스미상을 만났습니다. 


아시노 마을 주변은 고령화, 낮은 출산율로 인하여 현재는 유치원, 초등학교가 없습니다. 카스미상은 맑은 공기와 물, 자연 그리고 역사가 있는 이 곳을 계속 지켜나가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을 만들고 있는데요. 그 중의 하나로 지역 생산물로 레스토랑을 하고, 빈집으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합니다. 즉 지역에서 생산하고 지역에서 소비하는 것이죠. 지산지소입니다. 


지산지소를 중요하게 강조했습니다. 이 활동이 계속 지속되어 마을이 계속 이어져나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도시 사람들의 정착해서 마을/지역의 살아남과 유지됨을 기대하고 있다고 하네요





  글쓴이 : 비전화제작자 1기 단영

(온 몸으로 흥을 표현하는 사람. '아침의 노래'라는 뜻처럼 늘 입술에 노래를 묻히고 다닌다. 

그가 있는 곳은 음악과 춤, 그리고 사람들이 있다. by모로)

Posted by 비전화공방

#2. 비전화제작자들의 일본 비전화공방 소식, 두 번째

 


지난 글에 이어서 히덴카코보(非電化工房)에서의 생활을 전하려고 합니다이번에는 우리가 배운 것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겠습니다. 지난번에 올린 트렉터와 포크레인 타는 것 외에도 많은 활동들을 했는데요. 하루하루 알차게 보냈습니다.

 

1. 체인톱 사용&장작패기


흔히 전기톱이라고 하는 체인톱과 묵직한 도끼로 나무를 잘랐습니다. 히덴카코보는 겨울에는 '스토브(나무아궁이 같은 개념)'로 집을 데우고, 고에몽(장작으로 물을 데우는 일본 전통 욕조)을 사용하기 때문에 장작이 많이 필요합니다. 2년 전에 히덴카코보에서 제작자로 계셨던 '마시'가 가르쳐주었는데, 전기톱을 사용하면서 덴카코보데스네~’(전기공방이네~)라고 한 것이 기억에 남네요. 아무래도 기계의 힘을 빌리게 되기도 합니다. 



 

2. 스몰비즈니스 발표와 코멘트


비전화공방 1년 과정 중 상품을 만들어 도시장터에 출품하는 활동이 있는데요. 6월동안 준비한 아이템을 선생님께 발표하고 피드백을 받았습니다선생님과 동료들의 피드백으로 상품성이 2배는 올라갈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앞으로 우리가 하게될 것들에 설렘이 생겼습니다. 



 

3. 페시브솔라페이퍼하우스 4분의 1사이즈로 만들어보기


8월부터 서울에 가면 우리 할 일이 많습니다. 그 중 작업장 겸 식당으로 쓰고 있는 전봇대집의 개조인데요. 전봇대집이 비닐로 구성되어 있어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습니다. 후지무라선생님께 방법을 여쭤보니,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재료인 종이로 패시브솔라하우스를 작게 만들어보자고 하셨습니다. 물론 전봇대집 안에 짓는 거죠.

일본에서는 선생님께서 주신 4분의1 사이즈의 설계도로 만들었는데요. 만들어보니 서울에서 지을 때의 순서와 보완할 점들을 발견하고 함께 나누었습니다.




4. 금속가공


제작자들은 이번에 처음으로 금속가공을 했습니다. 얇은 금속판으로 연필꽂이를 만들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우리가 평소에 금속으로 된 물건들을 많이 써서 그런지 되게 쉬울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어려워서 놀랐습니다.




5. 방사능측정


봄에는 방사능 측정기 사용방법과 측정방법을 가볍게 배웠다면, 이번에는 복습입니다. 또한 다양한 방사능 물질들, 밭에서 난 작물들을 측정해보고 그 과정에서 질문과 답변을 하는 과정을 가졌습니다. 나스에서 머문지 10일이 지났을 때쯤 이 활동을 했는데요. 밭의 작물들을 측정하면서 설마 방사능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하며 조마조마한 마음이었습니다. 다행히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6. 2x4 공법 배우기


가을부터 지어지는 비전화카페는 2X4공법으로 지어집니다. 2X4공법이란 규격화된 목재로 저렴하고 쉽게 집을 짓는 공법으라고 할 수 있습니다히덴카코보에는 2X4공법으로 지어진 shop건물, 포장마차, 트레일러하우스가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데리고 다니시면서 건축에 대한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글쓴이 : 비전화제작자 1기 단영

(온 몸으로 흥을 표현하는 사람. '아침의 노래'라는 뜻처럼 늘 입술에 노래를 묻히고 다닌다. 

그가 있는 곳은 음악과 춤, 그리고 사람들이 있다. by모로)





Posted by 비전화공방

히덴카코보에 간 제작자들, 첫 번째 이야기

히덴카코보(非電化工房)비전화공방의 일본어 발음입니다. 이 글에서는 일본의 비전화공방은 히덴카코보, 서울의 비전화공방은 비전화공방서울로 표기했습니다.


 

2017.07.03. 첫째 날

서울에 장맛비가 시작되는 날 아침, 일본으로 출발했다




도착한 일본도 장마기간이다. 비가 오고 습하고 덥다. 게다가 온통 풀과 나무와 꽃으로 덮인 히덴카코보에는 진디응애, 일본어로 부요가 산다. ‘부요는 잠깐 사이에도 살을 뜯어 상처를 낸다. 그리고 미친 듯이 가렵고 부어오른다. (열흘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렇다.) 나스에 도착하자마자 모두들 부요에게 살을 뜯기고 상처가 났다. 피가 맺혀있는 상처를 보며 우리들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중얼거렸다. 그때 후지무라 센세는 이치, , , ..” 숫자를 세며 작은 그릇에 담긴 소금물로 상처부위를 100번 문질러주셨다. 16일의 나스 생활이 시작되었다.


히덴카코보에는 후지무라 센세, 부인 유리코상, 아들 켄스케상, 제자 유카상과 소헤이상, 강아지 무크, 닭 키키, 염소 페터가 살고 있다. 피아니스트였던 유리코상은 보름달이 뜬 날 밤, 거실에 놓인 그랜드 피아노로 드뷔시의 <달빛>을 연주했고 그 순간 모두가 숨을 멈추었다. 지난 5월 서울에 방문해 방사능 이론과 측정을 강의해준 켄스케상은, 방사능 측정 실습을 진행해주었다. 유카상은 자연 속에서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숲 학교에서 일했었고, 나중에 일본식 전통 카페를 만들고 싶다고 한다. 유명한 중장비 회사에서 일하다 히덴타코보에 들어온 소헤이상은 트럭 모바일 카페를 만들 예정이다



유리코상의 연주


후지무라센세와 유리코상


사진을 보고 제일 왼쪽이 유카상


소헤이상



천방지축 강아지 무크와 자유로운 11살 닭 키키는 집 안과 밖을 자유롭게 드나든다. 덕분에 동물을 무서워하는 제작자는 밥을 먹다말고 의자 위로 올라가서 발을 동동 구르곤 한다. 하루에 한 번씩 산책을 시켜줘야 하는 염소 페터는 울타리 문을 열어주자마자 튀어나가 마음대로 풀을 뜯고 다닌다. 목줄을 잡은 제작자는 페터에게 산책당하는 모양새로 끌려다니기 일쑤다.


무크 


키키



2017.07.04.-2017.07.05. 둘째 날과 셋째 날


드디어 히덴카코보의 카페, 스트로베일하우스, 왕겨하우스, 트리하우스 등을 실제로 보게 되었다. 서울에서 사진으로 봤지만, 직접 보면서 구조와 제작방식에 대한 설명을 들으니 훨씬 이해가 쉬웠다. 무엇보다 그 공간의 감성이 직관적으로 느껴져, 그동안 센세가 강조하셨던 아름다움감성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비전화카페, 그리고 페타 




나는 특히 트리하우스에 반했다. 가파른 사다리를 타고 높은 나무 위에 올려져있는 작은 집에 올라가면, 콸콸 흐르는 계곡물과 무성한 푸른 나뭇잎, 파란 하늘만 보인다. 마치 다른 세계에 온 것 같은 트리하우스는 너무도 매력적이다. 아침 햇살에 저절로 눈이 떠지고, 문을 열면 새소리와 물소리가 귀를 채운다한명이 다리를 쭉 펴기 어려운 작은 공간은 제작자들의 인기 숙소가 되었다.


트리하우스



2017.07.06.-2017.07.07. 넷째 날과 다섯째 날


서울에서는 트랙터, 포크레인 등의 기계를 사용할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히덴카코보에서의 트랙터와 포크레인 일정을 기대하고 있었다. 밭을 가는 트랙터는 수동 차를 운전하는 것과 비슷하다. 4륜 구동이고, 좌우 브레이크가 달려서 각각의 바퀴를 움직일 수 있다. 그리고 뒤쪽에 달린 로터리의 높낮이를 조절해서 밭을 간다. 히덴카코보에 있는 두 대의 트랙터는 고장나도 자가 수리할 수 있는 아날로그 방식이다. 포크레인은 땅을 파거나 흙을 밀어내는 기계이다. 대부분 처음 하는 운전이지만 열심히 배우고 즐겼다. 마치 소풍 온 것만 같았다. 비전화공방서울에서 우리는 삽으로 땅을 파고 두둑과 고랑을 만들었었다. 기계의 힘이 엄청나고 편하기도, 위험하거나 불편한 부분도 있었다. 비전화공방은 전기를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기계의 힘을 빌려야 하는 부분에서는 적절하게 사용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여러 번 갈아 폭신폭신해진 흙에 메밀 씨를 뿌리고 물을 주었다. 이 메밀이 자라서 수확할 때는 9-10월쯤, 가을이 될 것이다. 그 때쯤이면 히덴카코보 식구들은 알록달록 단풍이 비치는 호수를 보며 메밀국수를 만들어 먹고 있지 않을까.





히덴카코보에서의 하루들


우리는 농업기술, 목공/금속/건축기술, 3만엔 비즈니스 등 여러 가지를 배우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기술을 배우는 이유는 우리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하기 위함이다. 기술이나 소비 자체가 목적이 아닌 삶, 이른 아침에 일어나 밭의 풀을 뽑고 따온 작물로 아침을 해먹는 삶, 해먹에 누워 늦은 오후의 하늘을 즐기는 삶, 어떤 높은 빌딩에도 시야가 가리지 않고 밤의 검은 나무와 달을 볼 수 있는 삶, 밤에는 네온사인이나 지나친 조명 없이 컴컴한 어둠을 만날 수 있는 삶, 그 속에서 작게 반짝이는 반딧불을, 밤하늘의 수많은 별을 만나는 삶, 목욕을 하기 1-2시간 전에 미리 불을 피워 목욕물을 데워놓는 삶.


히덴카코보에서 어떤 삶의 모습을 만나는 중이다. 비록 낡고 불편하고 도시의 강박적인 위생도 없으나, 삶에서 잊고 있거나 잊어야만 했던 모습들을 발견하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발견되는 반짝임과 아름다움은, 부요에게 물린 상처에 100번 동안 소금물을 문지르는 수고를 감내할 만하다





글쓴이 : 비전화제작자 1기 모로

(모로. 여러모로. 사람들의 마음을 잘 살피고 보듬어 주는 따뜻하고 사랑스런 모로

함께 있으면 속 깊은 얘기를 하게 만드는 편안함을 주는 모로. _by 수미마셍) 




Posted by 비전화공방

2017.2.14. from 단디


오늘은 작업을 쉬는 날이어서 후지무라 센세와 하루 종일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일본어는 오이시!(맛있어요!) 정도 밖에 못하고 영어도 어설픈 제가 후지무라 센세와 하루 종일 이야기를 나눴다는 게 제가 생각해도 신기하네요. 그건 아마도 제작자로서 무언가를 만드는 일에 대해 서로가 비슷한 종류의 경험이 있고 세상의 바라보는 시선과 일상의 결이 닮아 있었기에 가능했던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일 처음 이야기 나눈 주제는 비전화냉장고였습니다비전화공방에서 가장 유명한 발명품 중 하나지요후지무라 센세는 비전화냉장고의 원리와 제작방법에 대해 아주 상세하게 설명을 해주셨어요비전화공방에서 만들어 낸 비전화냉장고는 사실 현재의 전기냉장고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습니다후지무라 센세도 전기냉장고를 함께 사용하고 있을 정도니까요하지만 비전화냉장고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는 우리의 삶속에서 냉장고가 어떤 모양으로 자리 잡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복사냉각의 원리를 바탕으로 작동하는 비전화냉장고 



저는 트럭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친구들의 이사를 도와준 경험이 많습니다이사를 할 때 마다 가장 옮기기 어려운 물건이 바로 냉장고입니다대부분의 가정에서 가장 거대하고 무거운 살림살이가 바로 냉장고입니다냉장고는 어쩌다가 이렇게 거대해졌을까요제가 어릴 때만 해도 한 가정에서 쓰는 냉장고는 어른키보다 조금 작은 냉장고 하나였습니다그런데 요즘은 거대한 양문형 냉장고는 기본이고 거기에 작은 보조 냉장고와 김치냉장고까지 해서 한 집에 보통 2~3개의 냉장고를 가지고 있습니다그리고 현대인들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모든 식품을 냉장고에 보관하기 시작했습니다바나나토마토양파감자고구마 등은 냉장고에 보관하면 더 빨리 상하게 되는데도 무조건 냉장고에 모조리 집어넣어버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뭐든지 냉장고에 넣어두면 더 신선할거라는 맹신이 생긴 거지요냉장고가 점점 커져갈수록 음식물을 장기간 보관하기 위해 발전해온 인류의 소박한 지혜들은 점점 잊혀지게 되었습니다.


비전화냉장고는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대신 일반적인 전기냉장고처럼 사용하기에 편리하지도 않고 저장공간도 작고 강력한 냉장능력을 가지고 있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냉장고에 꼭 넣어야 할 것과 넣지 않아도 되는 것에 대해 더 고민하게 될 것이고, 냉장고에 넣지 않고 식품을 보관하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서도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어쩌면 냉장고에 음식을 잔뜩 쌓아두고 사는 우리의 삶의 방식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볼지도 모릅니다.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냉장고는 단순히 전력소비를 줄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대인의 음식문화에 대해서, 더 나아가서는 이러한 음식문화가 나오게 된 사회적 구조와 시대적 흐름에 대해 근본적으로 돌아보는 기회를 만들어 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바로 이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내가 만드는 물건들이 그저 고상한 미적 취향이나 삶의 편리를 만족시키는데 그치지 않고 단단하게 굳어져버린(그래서 이것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삶의 잘못된 습관들에 작은 균열을 낼 수 있는 것이 되기를. 그런 작은 균열에서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조금씩 내 삶에 대해, 그리고 나를 둘러싼 세상에 대해 성찰의 범위를 넓혀가고 싶습니다. 그런 방식은 느리지만 조화롭고 오래갑니다. 머릿속의 철학이나 이념에서 시작하지 않고 일상의 소소한 부분에서부터, 실제로 만져지는 내 손끝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는 그런 작은 변화를 만들어가는 게 저처럼 소심하고 소박한 제작자의 역할입니다.    









후지무라 센세



 키키짱. 사람으로 치면 할머니정도의 나이


Posted by 비전화공방

2017.02.11. from 단디


오늘 새벽에 지진이 일어났어요제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겪은 지진 중에서 가장 뚜렷하게 느낀 지진이었습니다저의 느낌으로는 지난 가을의 경주지진보다도 강한 듯 했어요하지만 전혀 불안하지는 않았어요이불속에서 지진을 느끼면서도 이 작은 집이 무너져봐야 머리에 혹이나 나는 정도겠지...하며 안심되는 마음이 들더군요생각해보면 지진이 무서운 것은 인간이 만든 지나치게 거대하고 인공적인 시스템 때문입니다그것은 땅이 조금만 흔들려도 심각하게 망가져버리니까요숲속에 작은 오두막을 짓고 사는 사람이 있다면 웬만한 지진이 와도 전혀 걱정될 게 없겠지요별로 부서질 게 없으니까요하지만 도시에서는 강진이 오면 대참사가 일어납니다콘트리트 건물과 도로들이 순식간에 부서져버리고 전기가 끊어져서 전기에 의존하는 모든 시스템이 마비되고 상하수도가 망가져서 어떤 곳에는 물이 넘쳐흐르고 어떤 곳에는 물이 전혀 나오지 않게 되겠지요제일 위험한건 아마 가스일겁니다지진이 일어나면 건물에 연결되어 있거나 지하에 매설된 가스배관도 망가지게 되고 가스들이 새어나오게 됩니다보이지 않게 새어나오는 가스들이 언제 어디서 연쇄폭발을 일으킬지 모릅니다인간이 만든 이 거대하고 편리한 시스템은 이렇게 위태롭습니다오늘 아침 비전화공방에서 겪은 작은 지진은 이런 시스템에 의존하는 우리의 삶에 대해 다시금 돌이켜보게 만드는 기회가 되었어요아침식사를 하면서 마쓰에게 물어보니 전혀 대수롭지 않다는 얼굴로 이 정도 지진은 자주 있으니 걱정할거 없다고 하네요역시 지진과 화산의 나라에서 사는 일본인답군요.



내가 지내고 있는 오미가라(왕겨)하우스





오늘은 연못처럼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둥실둥실 떠다니고 차가운 바람이 부는 날이었습니다내일쯤에는 바퀴가 완성되겠군요오늘도 기분 좋게 목욕하고 밤하늘의 달을 바라보며 시원하게 오줌 한번 누고 타닥타닥 타오르는 난로가 점점 온기를 더해가는 조그만 나의 집으로 들어왔습니다하얀 눈이 덮인 고요한 비전화공방의 하루를 조용히 마무리합니다다들 평온한 밤 보내시길.







Posted by 비전화공방

2017.02.10. from 단디


저는 비전화공방의 여러 건축물들 중에서 모미가라(왕겨)하우스라는 곳에서 지내고 있어요방을 새롭게 정돈하고 난로에 불을 지펴놓으니 이곳에 참 아늑하게 느껴집니다저녁은 제자숙소에서 제자들과 함께 먹었어요일을 끝내고 제자들끼리 숙소에 모여 있으니까 분위기가 훨씬 편안하더군요낮에 작업실에서 제작을 하고 있을 때는 제자들이 약간 긴장해있는 듯한데 저녁에는 낮의 일과 시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편안하게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장난꾸러기 다카



다카는 역시나 굉장한 장난꾸러기였어요후지무라 센세 흉내뿐만 아니라 유리코상 흉내도 잘 내고 농담도 잘 해요다카가 자신의 위스키를 꺼내 와서 다함께 저녁식사에 곁들여 먹었어요마쓰는 공동주거 커뮤니티에 관심이 많이 보여서 우동사의 이야기를 사진과 함께 들려주었어요메구미상은 안녕하세요고마워요잘 자요’ ... 저에게 여러 가지 한국어를 물어보면서 열심히 익히고 있어요



진지하고 섬세한 남자 마쓰



언제나 친절하고 부지런한 메구미



주로 영어로 어버버...어버버..하며 대화를 나누다가 말이 막히면 통역 앱을 이용해서 일본어로 보여주거나 직접 발음을 해보는데 여유 있게 대화를 나눌 때는 이 방법으로도 상당히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었어요한국인 팀원들과 함께 있을 때와는 다르게 나 혼자 제자들 속에서 함께 지내다보니 제자들도 나를 더 챙겨주고 편안하게 여기는 것 같아요저도 이들과 더 가까워진 느낌입니다.



제자들이 지내는 숙소



저녁에는 마쓰에게 가마솥 목욕탕에 불을 피워서 목욕물을 데우는 방법을 배웠어요하루 일을 마치고 가마솥 같은 욕조에 들어가는 목욕은 이제 빼먹으면 너무나 아쉬운 소중한 일과가 되었어요뜨거운 물로 몸속까지 깊숙이 데운 다음 마지막에 찬물로 몸을 헹구고 나면 정신은 맑고 시원한데 몸은 후끈말랑해집니다이 기분이 아주 훌륭합니다깊이 스며든 온기를 몸 안에 가득 품고서 서늘한 저녁공기를 들이키며 목욕탕에서 모미가라하우스까지 100미터쯤 되는 짧은 길을 걸어가는 때가 이곳에서 보내는 가장 행복한 시간입니다.



가마솥 목욕탕



Posted by 비전화공방

2017.02.09. from 단디


오겡끼데스까? 저는 지금 일본 비전화공방에서 지내고 있어요. 이곳은 후지무라 야스유키라는 일본의 유명한 발명가가 만든 곳인데 냉장고, 제습기, 정수기, 커피 로스팅기 등 전기와 화학물질로 작동하는 기존의 생활용품들을 전기와 화학물질을 사용하고 않고 기능하도록 하는 비전화제품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곳입니다(물론 전기를 쓰는 제품처럼 편리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지금 이곳에 비전화공방의 생활을 경험하고 기술을 배우러 왔어요.



비전화제품을 만드는 작업실



이곳에는 난방은 주로 화목난로를 이용하고 석유난로를 보조적으로 이용하고 있어요한국의 보일러난방처럼 따뜻하고 편리하지는 않지만 매일저녁마다 집안에 있는 난로에 나무를 넣고 불을 지피는 즐거움이 있습니다장작불에서 전해지는 온기와 구수한 냄새타닥타닥 타들어가는 소리가 주는 평온함과 기쁨은 아주 오래 전부터 인간의 몸속에 새겨진 것이 분명합니다목욕할 때도 엄청나게 큰 무쇠 솥 밑에 불을 떼서 물을 덥힌 다음에 그 물로 몸을 씻고 나서 그대로 무쇠 솥 안으로 몸을 담급니다......거대한 냄비 안에 들어가는 느낌이랄까요거대한 에너지 공급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고 불편해도 내가 사용하는 에너지를 직접 공급하면서 감각할 수 있는 단순하고 원초적인 방식의 매력을 매일매일 경험하고 있어요.


비전화공방이 위치한 도치키현의 나스라는 지역은 자연경관이 참 훌륭합니다이렇게 경치가 아름다운 곳에서 지내보니 좋은 풍경이 사람의 행복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 새삼 느껴집니다오늘 아침에 일어나보니 밤새 내린 눈이 세상을 하얗게 덮고 있는데 그 아름다운 풍광이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텃밭으로 건너가는 징검다리



후지무라 센세의 집 앞  풍경



후지무라 센세를 바라보는 산양 패따-








Posted by 비전화공방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엔
새로운 항로가 필요해요 
어디로 나아갈지 어떻게 나아갈지
같이 만들어 가요

돈보다 생명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편리를 위해 너무 많은 걸 잃지는 않기
태양과 바람의 나라로 항해를 시작하자

탈핵 하자 너와 나 모두의 안전을 향해
상상 하자 너와 나 모두의 행복을 향해
노래 하자 평화를 향해서 노래 하자
랄랄라라라 탈핵! 랄랄라라라 하자! 
랄랄라라라 탈핵! 랄랄라라라 하자!

'항해' - 쥬디 작사, 작곡



Posted by 비전화공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