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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화수기공모] 화학물질 없는 면생리대 이야기 / 장리아

비전화수기공모



화학물질 없는 면생리대 이야기

장리아


5년쯤 전 인가보다. 친구가 흘러가는 말로 면생리대를 추천했고, 나는 심심하던 차에 그 이야기를 주워담아 사이트를 찾아보았다. 그리고 반신반의하지만 '그래도 난 환경을 공부하는 학생이니깐'이라는 이유로 장바구니에 담아 결제 버튼을 눌렀던 거 같다


그렇게 호기심 섞인 가벼운 마음으로 사용해보았던 면생리대는 이제 내 생활의 필수품이 되어버렸고, 외박을 하거나 하는 특별한 일이 아니면 일회용 생리대와는 그 뒤로 말도 없는 이별을 해버렸다. 아마 그렇게 된 이유는 아무리해도 새로 만난 면생리대가 더 좋다는 걸 내 몸이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면생리대를 사용하며 가장 좋게 느꼈던 좋은 점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편안하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내 몸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첫 번째는 소재가 면이기 때문에 속옷을 입는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살이 닿을 때 훨씬 불편함이 덜하다는 점이다. 더구나 시판되는 면생리대는 이미 생리혈이 새지 않도록 하는 방수기능 등 생리대의 기능을 수행함에 있어 걱정할 일이 없다. 또한 덤으로 면이기 때문에 일회용보다 통기성이 뛰어나 혈의 부패로 인한 냄새도 적다. 


두 번째 부분은 내게 매우 소중한 경험인데, 바로 내 몸에서 나오는 생리혈에 대한 관점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면생리대를 사용하기 전에는 내 몸에서 나온 생리혈은 내겐 일회용생리대와 함께 버리는 '쓰레기'였다. 그리고 실제 사용하기 전에 나의 반응은 그 더러운 걸 씻어야 한다구? 였다


하지만 재사용을 위해 생리혈이 묻은 면생리대를 씻으면서 생리혈은 내 생각과 달리 깨끗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점차 소중한 내 몸의 일부임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던 거 같다. 그리고 달마다 생리혈의 양과 색을 보며 내 몸의 상태도 체크할 수도 있게 되었다. 이렇게 여성이기에 가지게 되는 몸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된 것은 꽤나 나에게 특별한 계기가 되었다.




물론 솔직히 불편한 점도 있다. 사실 나의 게으름 탓이지만. 그건 일회용품은 사용 후 바로 버리는 것과 달리 면생리대는 재사용되기 때문에 빨아야한다는 점이다. 솔직히 말하면, 이 부분은 나도 오랫동안 사용했지만 아직도 귀찮을 때가 있다. 하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좋길래 라는 면생리대의 매력에 대한 반증이라 생각하면 되겠다.


생리대 이야기를 하니 이 문제를 이야기 안할 수가 없는데, 최근 일회용 생리대에서 벤젠과 같은 위해한 화학물질이 검출되어 큰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따지고 보면, 오년 전 나는 이미 환경을 공부하는 학생이였기 때문에 강의실 어딘가에서 들어 귀에 묻은 듯 희미해도 케미컬 포비야(chemical phobia)를 가지고 있었고 면생리대의 사용으로 이어졌던 거 같다


물론 면생리대도 공장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유해한 화학물질이 아예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옷도 처음에 빨아 입듯이 면생리대도 사용 전 제대로 빨고 사용한다면, 우려하는 유해한 화학물질은 거의 빠져나간다. 그렇게 따지면 일회용 생리대는 그럴 틈도 없이 계속 새 상품을 사용하게 되는 것이니 그 생각을 하면 아찔하다. 


화학물질이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위해성은 화학물질이 얼마나 유해한지에 대한 '독성'과 얼마나 '노출'되는지에 대한 측면을 모두 생각해야된다. 결국 우리가 화학물질로 부터 완전히 따로 분리되어 살수는 없지만 최대한 유독한 화학물질의 사용을 줄이고, 화학물질로부터의 노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생활해야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면생리대의 사용은 우리 몸에 대한 화학물질의 영향을 줄일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음에 강력히 추천한다.


여성들이여, 화장품을 고르듯 자궁을 위해서도 깐깐해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