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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함께하는 비전화공방/비전화수기

[비전화수기공모] 보습엔 시어버터! / 강혜지

비전화수기공모



보습엔 시어버터!

- 내 손으로 만드는 즐거움

강혜지

 

천연화장품이 있다고? 천연화장품 만들기도 강습을 해? 천연화장품을 처음 접한 내 반응이었다. 화학물질로 화장품을 만들고, 오래된 화장품은 피부에 더 안 좋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나에게 화장품은 어쩔 수 없이 구입해야 하는 필수품 중에 하나였다.


정제수 40g, 시어버터 40g, 넣고 싶은 오일을 준비해주세요. 유상층과 수상층을 구분해 잘 섞어 주세요.”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선생님이 안내해주는 데로 하나씩 따라가니 한 시간 만에 6개월은 사용할 수 있는 크림이 완성됐다. 왠지 더 부드러운 건 기분 탓일까? 좋은 재료로, 내가 직접 만드니 애착이 가는 건 당연했다. 용기에 넣고 남은 유리 비커 속 크림까지 싹싹 바르고, 책상에 흘린 크림까지 다리에 쓱쓱 바르며 한 방울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 내 피부에 맞는 천연 크림은 봄, 가을 엄마의 뱀살 피부를 닮아 살이 쩍쩍 갈라졌던 건조증에 해방을 알렸다엄마들이 좋아하는 피테라 에센스를 다음 시간에 만들어 볼게요.” 이 외에도 립밤, 스킨, 로션, 샴푸까지 천연화장품으로 만들 수 있는 건 무궁무진했다. 스킨은 정제수에 원하는 과일, 채소를 넣으면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도 배웠다.


몇 차례 선생님의 강의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혼자 만들기에 돌입했다. 제일 처음 도전한 화장품은 선생님과 가장 처음 만들었던, 내 건조한 피부에 맞는 시어버터 크림이었다. ‘! 왜 크림이 안 돼지? 왜 물과 기름처럼 섞이질 않는 거야?’ 첫 시도는 실패라고 해야 하나?.... 시중에 판매하는 크림처럼 질감이 표현되지 않았지만 시어버터가 듬뿍 들어가 보습 크림이라 위로하며 엄마와 친구에게 선물을 했다. 건조한 뒤꿈치 보습에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처음 만든 크림치고는 잘 만들었다고 스스로를 위로했었다.


천연화장품은 한 번 만들 때 여러 개를 만들어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할 수 있는 것도 큰 매력이었다. 내가 선물한 천연화장품을 사용하고 난 뒤, 아마씨를 구입한 엄마는 스스로 스킨을 만들어 오랜만에 집에 간 내게 직접 만든 스킨을 권했다. 언니도 화장품을 만들고 싶다며, 민감성 피부에 좋은 재료를 넣어서 같이 만들어보기도 했다. 화장품 사는 걸 줄이고, 내가 만든 화장품을 기다리던 가족들이 하나, 둘 본인들이 할 수 있는 천연화장품을 만들어갔다. 가족들의 반응에 용기를 얻은 나는 천천히 주변 사람들에게 화장품을 선물했다.


천연 화장품 재료 


천연화장품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화장품 가게에 가면 어떤 성분이 들어있나 제일 먼저 보기 시작했다. 성분표시에 눈을 돌리고 어떤 물질이 들어갔는지 확인하는 습관이 생기면서, 어떤 게 천연재료이고 어떤 게 화학재료인지 자연스럽게 구분이 됐다. 여기는 동백 오일이 들어갔네.’, ‘시어버터가 들어가서 더 비싸구나.’ 내가 만든 천연 재료가 들어간 화장품을 보면 반갑고, 1%라 아닌 10%가 들어간 화장품을 쓰고 있다는 뿌듯함이 나를 감쌌다.


화학물질을 줄이는 것도 좋았지만, 내가 구매하지 않고 만들 수 있는 생활의 기술이 생긴 것도 천연화장품 만들기가 나에게 준 즐거움이었다. 화장품 말고 내가 사지 않고 만들 수 있는 게 또 있을까?’ 다음 질문이 이어졌다. 그리고 내 시선이 먹거리로 옮겨 갔다. 늘 농사를 짓고 싶었다고 말했었는데, 이번에 해보고 싶다는 용기를 얻었다. 마침 친구가 주변 지인에게 텃밭을 얻었다는 소식도 들렸다. 우리 같이 텃밭 농사 해보자! 나도 해본 적 없는데... 텃밭 다이어리 보면서 하면 되지 않을까? 각자 먹고 싶은 채소부터 심자.” 친구와 함께 텃밭 농사를 시작했다. 천연화장품처럼 천천히 배우면서 하면 되지 않을까? 새롭고 즐거운 고민이 시작됐다.


친구와 함께 짓는 텃밭 농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