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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화수기공모] 삼베수세미의 매력에 푹 빠지다 / 여신주현

비전화수기공모



삼베수세미의 매력에 푹 빠지다

여신주현

 


아크릴 수세미가 처음 나왔을 때 야호 환호성을 질렀다. 결혼하기 전이라 부모님과 함께 살 때라 집에서 설거지도 잘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주방세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수세미라는 것이 어찌나 반갑던지! 화학제품에 대한 거부감은 그리 크지 않을 때였지만 난 주방세제 냄새가 싫었다. 특히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뚝배기에 나오는 된장찌개에 세제거품과 꼭 닮은 색깔의 거품이 뽀글뽀글 보일 때, 무심코 식당에서 물을 마셨는데 물에서 세제맛이 그대로 느껴질 땐 속이 메스꺼웠다.

 

그런데 주방세제를 쓰지 않고도 기름까지 잘 지는 수세미라니! 아크릴 수세미를 알고 난 이후론 즐겨하지 않던 설거지를 좀 더 자주 하게 되었다. 그러다 급기야는 시장에서 아크릴실을 사다가 내가 직접 수세미를 뜨기 시작했다. 처음 해보는 코바늘 뜨기였지만, 눈과 입에 힘을 주고 한 삼십분 집중하면 손바닥만한 아크릴수세미가 나오는 것도 어찌나 재미있던지... 내가 참 좋아하는 아크릴 수세미를 주위에 선물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다만 아크릴 수세미를 오래 쓰다보니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발생했다. 세제를 쓰지 않고 수세미를 쓰다보면 기름이 끼기도 하고, 제대로 마르지 않으면 쉰냄새도 난다. 근데 아크릴실은 인공섬유라 열에 약하기 때문에 삶기도 힘들었다. 그렇게 쓰다보면 찜찜한 마음에 결국은 세제를 쓰게 되곤 했다. 그러다보니 언젠가부턴 아크릴수세미에도 당연스레 세제를 쓰게 되었다.

 

그러다 얼마 전 삼베 수세미를 알게 되었다. 삼베는 수분을 빨리 흡수·배출하고 자외선을 차단하며 곰팡이를 억제하는 항균성과 항독성이 있다고 한다. 삼베수세미도 아크릴 수세미처럼 세제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반가운 마음에 사서 써봤다. 결과는 대만족!



아크릴 수세미에 처음 반했을 때처럼 세제 없이도 웬만한 기름때는 쓱싹 지워졌다. 게다가 설거지를 끝내도 물을 꼭 짜내면 물도 어찌나 잘 짜지는지 말리기도 쉽고 쉬이 냄새도 안 났다. 그러다 조금 찜찜해질 즈음이면 팍팍 삶아 쓸 수도 있으니 얼마나 속이 후련한지~! 내가 반했던 아크릴 수세미의 장점은 모두 갖추되, 단점은 모두 커버한 느낌이었다.

 

 폭폭 삶아 오랫동안 쓴 헌 삼베수세미    

 

 

   새로 꺼내어 쓸 새 삼베수세미


삼베수세미로 바꾸고 나선 세제를 쓰지 않아도 되니 설거지에 대한 부담이 팍 줄어들었다. 밥 먹고 싱크대에 놓자마자 그냥 스윽 설거지를 하면 되니 설거지 시간도 팍 줄었다. 삼베수세미를 쓰며 세제를 쓰지 않으니 환경오염도 줄이고,세제 비용도 줄이고, 내가 싫어하는 세제 냄새를 맡지 않아도 되고, 설거지 시간과 부담도 줄였다. 무려 15조라니! 좋은 건 소문내는 것을 좋아해 얼마 전엔 동네 친구들과 함께 삼베수세미를 공동구매 하기도 했다. 아크릴 수세미에 뭔가가 아쉬웠거나 주방세제를 쓰고 싶지 않다면, 삼베수세미 강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