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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함께하는 비전화공방/비전화수기

[비전화수기공모] 화장품 다이어트를 해 보아요 / atheoasis

비전화수기공모



화장품 다이어트를 해 보아요

atheoasis


나는 3개월째 화장품을 완전히 끊었다.


화장품에 화학물질이 들어간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화장품이 나의 피부를 촉촉하고 탱탱하게 만들어 회춘시켜 줄 거라는 기대를 좀처럼 놓아버리기는 어렵다.혹시나...’,‘그래도...’하는 마음에 아침저녁으로 무슨 의식이라도 치르듯 5단계에서 심지어 10단계에 이르는 지난한 기초 케어 과정을 매일 매일 실천하는 것이다


하지만 화장품에 대해 알아보니 여러 가지 제품의 차이는 성분의 차이라기보다 점성의 차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화장품을 바르면 피부가 좋아 보이는 현상이 실은 화장품의 화학성분으로 인해 피부의 각질 등이 녹아내린 상태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자연 상태의 피부는 각질이 저절로 떨어지고 다시 생기는 재생 능력이 있고 피지 분비도 조절할 수 있는데 강력한 화학 성분으로 인해 그러한 조절 능력이나 재생 능력이 떨어진 예민한 상태의 피부가 되는 것이다. 자연성분의 화장품도 별반 다르지 않아서 제품의 전성분을 확인해 보면 일반 제품과 큰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나는 화장품을 끊는 실험에 돌입하게 되었다.


무언가 전혀 바르지 않고 지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좀 걱정이 되었다. 화장품을 끊은 첫날, 세수를 한 뒤 아무것도 바르지 않으니 매우 허전했다. 세수한 뒤 화장대로 가는 자연스런 동선도 꼬일 뿐만 아니라 과연 이 얼굴로 세상을 돌아다녀도 민폐가 아닐지 심히 걱정되었다. 아무튼 실험은 이어졌고 한달이 될 때까지 피부 상태는 최악을 향해 달려갔다. 내 얼굴이 원래 이렇게도 많은 각질과 피지를 생성했었는지 그때까지는 몰랐었다. 마치 피부 밑 저장고에 감춰뒀다가 한꺼번에 방출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한달을 고비로 피부가 점점 화장품을 바르지 않는 상태에 적응해 나갔고 미친 듯이 당기던 피부도 더 이상 당기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피부가 더 좋아졌냐고 묻는다면 그건 잘 모르겠다. 하지만 가장 놀라운 점은 화장품을 끊기 이전과 아무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나는 아무 차이 없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그토록 많은 시간과 정성과 비용을 들여 화학성분 가득한 화장품을 열심히 발라왔던 것이다.




처음부터 화장품을 완전히 끊는 건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화장품 개수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가벼운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해보자, 화장품 다이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