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이: 서경


2018년 6월 19일(화) - 2018년 6월 22일(금). 3박4일 지리산 산내면에서 진행한 <손과 손이 만나는 캠프> 참여자분들의 후기입니다. 종종, 이런 시간 만들어볼게요. 관심가져주신 모든 분께 감사한 마음 전해요. 


서로의 손이 되기도 하고 서로 손을 잡아주기도 하면서 각자 속도나 리듬을 만들어가는, 동료들이 함께하는 삶을 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그리고 삶과 다른 이들의 삶이 사는게 목표예요.  있도록 여유롭고 빛나게 사는 방법을... 저는 어제 산책하면서 반딧불이를 봤어요. 아름답고 신비로웠어요. 내가 별을 보러 갔다가 반딧불이를 있는 너무 좋더라고요. 어둠 속에서 반딧불이 만났을 아름다웠던 것처럼 일상에서도 찾아갈 있었으면 좋겠어요.

 

여기서 이것 저것 만들다 보니 내가 모르는 분야는 주고 사는데 정수기도 탄두르도 만드니까사람이 머리를 쓰고 여럿이 힘을 합치면 만들건 없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궁리하고 손을 쓰는 과정이 좋았어요. 일간 많은 것을 배웠고 뜻밖에 불지피는 법도 배우게 됐고요. 이제 집에 돌아가면 훨씬 쓸모있는 사람이 같아요.”

 

작은 일로 자립하는 것에 대해서,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있지만 내가 시도하려면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저도 일을 그만두고 이런 저런 궁리를 하고 있었어요. 하루 8시간 근무에 40시간을 근무하면서 기계처럼 일하는 것에 회의를 느껴 그 터라 내가 좋아하는 일로 살아가고 싶어졌어요. 그리고 스스로 만드는 생활. 직접 만들면서 내가 발명가가 같고 삶을 주체적으로 사고하게  같아서 재밌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혼자 궁리하고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지만 어쨌든 내가 멀리가고 성장하려면 같이 하는 사람들이 중요한 것 같아요. 같이 먹으면서 명절같은 분위기에 아무런 걱정 없이 웃고. 힐링을 받았고 좋았어요.”

 

저도 문득 생각했는데 이렇게 무기력했을까. 모든 것이 돈으로 환산되는 것을 보며 내가 아무 것도 없구나 하는 무기력함이 있었어요. 만들면서 이런 것을 하는 과정. 정수기를 돈으로 밖에 없고 돈을 벌기 위해 일을 밖에 없는데 정수기를 내가 만들어서 쓴다는 것이 의미가 있구나를 느끼게 되었어요. 저는 사람과 관계에 관심이 많아요. 비전화 스텝, 1 분들을 보면서 일년 같이 지내면서 많은 것을 얻었겠지만 가장 크게 동료를 얻은 것이 부러웠어요. 동료를 얻으려고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가야겠다 생각했어요. 일상으로 돌아가서 생활하다가 지리산이 그리울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Posted by 비전화공방

로드스꼴라 학생들이 비전화공방에 견학을 왔습니다. 로드스꼴라는 길 위에서 배우고, 놀고, 연대하고자 하는 여행학교입니다. 로드스꼴라 학생들은 현재 ‘전환’이라는 주제로 배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삶의 전환을 꿈꾸고 수행하는 비전화공방으로의 방문도 그 배움 안에 있다고 합니다.  


이번 견학은 1기 제작자 홍, 노엘라, 수정이 맡아 진행했습니다. 1년의 수행을 마치고 사회에서 ‘바라는 삶으로의  전환’을 이어가는 제작자 1기와 ‘전환’이라는 주제로 길 위에서 배우는 로드스꼴라 학생들의 만남을 전합니다.


벚나무 아래에서 서로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로드스꼴라 학생들이 자신들의 여행을 소개하며 노래를 선물해 주었습니다.



비전화 공방 투어를 하며 제작자 1기가 일 년간 한 활동과, 공간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현장에서 질문과 답을 하면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이번 견학은 1기 제작자들이 진행 한 만큼 비전화공방에서의 배움을 그들의 언어로 전하는 자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좀 덜 일하고 자유시간을 늘리면서 더 자유롭게, 건강하게, 스트레스 없이 행복한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게 후지무라 센세의 생각이에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거대한 시스템으로부터, 익숙한 것들로부터 자립하고자 해요. 그리고 이것을 혼자가 아니라 동료와 함께 하려 해요.


자연과 연결되면서 손을 쓰고 몸을 사용하면서 제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고 일상이 풍요로워지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런 삶을 해나갈 때 우리의 ‘일’이라고 하는 것은 생활과 기술과 일이 모두 연결이 되는 거예요." - 홍


"제가 실질적으로 작은 일 만들기를 일년 동안 하면서 든 생각은  정해져 있는 직업과 직장에 나를 끼워 맞추지 않고, 내게 맞는 것을 찾아서 '일을 만든다'는 거에요. 하지만 일을 찾는 것도 아니고 만든다는 게 되게 불안하잖아요. 그래서 저는 혼자가 아니라 동료들과 함께 일을 만들거나, 찾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 노엘라



비전화공방에서의 배움과 더불어 홍, 노엘라, 수정이 각각 살아온 이야기, 비전화공방을 만나게 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자신의 이야기의 흐름에 맞는 키워드를 보여주며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수정 ‘변태 중’

“비전화공방을 알게 되고, 일년을 보내게 되었죠. 그러면서 저는 번데기에서 변태를 합니다.

비전화공방에서 배운 많은 것 중 하나는 ‘유무형의 뭔가를 만들어내는 감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그 말은 크고 작은 실패에 대한 맷집이 생겼다는 거에요. 실패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는거, 그 다음에 어떻게 할지를 생각하는게 중요다는 걸 작게 또는 크게 겪으면서 배운 것 같아요.”


홍 ‘자유롭게 꿈꾸며 살기'

“비전화 공방을 만나고 여기서 제가 정말 꿈꾸는 것을 시도해 볼 수 있었어요. 저는 도시에서 사람들이 생태적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하고, 만들어 나가는 것을 해보고 싶어요. 천편일률적으로 소비만 하는 삶이 아니라, 생명과 공존하는 감각을 가지면서 살아가고 싶다는 느낌을 여기와서 확실히 느끼게 되었고, 지금도 그런 쪽으로 살려고 하고 있어요.”


노엘라 '좀 더 살고 싶다'

"비전화 공방에 와서 무엇보다 자신감이 생겼어요. 누가 내 말을 들어주는 것 만으로 자신감이 생긴다는 걸 느꼈고, '내가 남들과 달라도 받아들여주는 곳'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자신감, 불안이 사라졌다고 해야하나요? 스스로를 받아들이게 되고 자신감이 생기니까 하고 싶은 것도 생기고, 아이디어도 생기더라고요."


비전화공방에서 뿐 아니라 삶 전체를 풀어놓고 전해주는 이야기였습니다. 비전화공방에서의 시간은 비단 1년 간의 배움이기 보다 자신이 바라는 삶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이전의 삶으로 부터 전환을 수행하는 과정 안에 있음을 전달 하는 시간이 었습니다.



끝으로 로드스꼴라 학생들이 남겨줬던 소감입니다.


"앞으로 제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도 해보고, 상상 해봤던 시간인 것 같아요. 무조건 전기와 화학을 배제하고 자연과 함께 살아간다는 느낌보다는 내 삶에 대해 생각하고 살아보고 싶은 데로 살면서 지출을 줄여가며 환경에 파괴되지 않는 일을 하는 멋있는 삶을 사는 세분을 보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확실히 인터넷에서 보는 것과 달리 직접 세분의 이야기도 듣고 보니 인터넷에서는 보여지지 않는 내용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세분 인생 이야기 정말 잘 들었는데, 저희는 아직 많이 살아보진 못해서 (앞서서 살아온 경험을 들었던 것이)되게 인상 깊었던 것 같아요.”


"작은 일을 하되 재미있게 하는 것을 보면서 멋지다는 생각들었어요. 세분의 인생 이야기 들으면서 오늘 처음 보는 저희들에게 이렇게 깊은 이야기를 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여러분에게 지금 당장 작은 일 만들기를 시작해보라는 게 아니라 진로를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나의 일을 찾을 수도 있지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저의 이야기를 듣고 한번 상상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여러분들을 어떤 작은 일을 만들고 싶으세요?' 오늘 강의를 통해서 마음껏 상상해 주셨으면 했어요."


강의 끝에 노엘라가 한 말 처럼 로드스꼴라학생들에게 이번 견학은 전환하는 삶을 만나보고, 앞으로 자신들의 삶에 대해 한 번 상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비전화제작자와 로드스꼴라 학생들은 또 어떻게 '연결 되어' 갈까요?


비전화공방 견학은 매월 마지막 수요일에 진행됩니다. 견학신청 및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noplug.kr/program) 비전화공방 활동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누구나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이번 견학과 같이 비정기적으로 외부요청에 의해 견학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글/사진 서경


Posted by 비전화공방

바라는 삶을 만드는 즐거움

- 스스로 만들고 즐기는 일상 1강 후기



비전화제작자로 산 2017년, 제작자 모두 작년 한 해를 넘기는 심정이 다른 해와 같지는 않았을 것 같다. 비전화제작자가 된 4월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비슷한 질문에 당면하고 있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작년 봄과 여름에는 “왜 비전화공방에 왔어요?”, “비전화공방은 뭔가요?”, “비전화공방에서 무얼 하나요?”와 같이 동기와 배경에 관한 질문이 많았다면, 날이 추워질수록 그리고 다시 봄이 찾아드는 근래에는 “졸업 후 무슨 일을 하려고 하나요?”, “그동안 생계는 어떻게 유지했어요? 앞으로도 비전화의 방식으로 생계를 꾸려갈 수 있을 것 같나요?”와 같이 1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각자가 도달한 지점이 어디냐는 질문이 많다. 묻는 이에 따라 답하는 시점에 따라 응답은 매번 조금씩 바뀌었고, 어쩌면 그 질문에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답을 하기 위해 여태 고군분투해왔는지 모르겠다.




그런 점에서 문화비축기지와의 프로그램은 그 답을 보여줄 적당한 장이었다. 비전화공방서울 사업단을 통해 비전화공방에서의 배움을 시민들에게 나눠주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았고, 여러 차례 논의를 거쳐 비전화제작자 1기 모두가 각자 방점을 두고 있는 혹은 나눌 수 있는 역량을 중심으로 함께 일하는 기회를 가져보기로 했다. 무엇으로 시민들에게 말을 걸까, 어떤 방식으로 다가가야 그들의 고민과 우리의 삶이 맞닿을 수 있을까, 우리가 지금까지 배워온 것을 어떻게 정리하고 전할 수 있을까. 총 7회의 『스스로 만들고 고치는 일상』은 여러 측면에서 지난 시간들을 응축하고 체화하는 시간이었다. 비전화제작자 1기가 서로가 외부의 요청에 응하는 방식으로 어떻게 동료로 일할 수 있을지 우리의 일하는 방식은 기존의 것들과 어떤 점에서 같거나 다를 수 있을지 확인해보는 상황이기도 했다.


개론 격이자 1강이었던 「바라는 삶을 만드는 즐거움」을 준비하는 과정은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 이 주제로 어떤 처지와 마음가짐의 사람을 우선 만나보고 싶은지 그렇다면 그 방법은 어떻게 설계하면 좋을지 함께 하는 제작자인 모로, 진뭉과 여러 차례 의견을 나눴다. 그 후 각자가 이 장에서 어느 정도의 품과 시간을 내고 싶은지 솔직하게 꺼내놓고 역할을 조율했다. 서로가 맡은 일을 준비해오면 함께 살펴보면서 보완하거나 수정할 점들을 맞춰나갔다. 서로의 빈 곳을 메우고 얹어가는 과정이 때로는 더디거나 버겁기도 했지만, 그 과정 동안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과 중심으로 두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서로를 상기시켰다. 세세하게 분업하고 함께 일하는 이가 신경 쓰지 않을 수 있게 일하는 방식이 능숙했던 내겐 새로운 경험이었다.







강의와 질의응답을 준비하며 비전화공방에서의 생활을 들춰보고 재배열하면서 센세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한 순간순간이 끊임없이 떠올랐다. 나의 1년을 가지런히 배치해보며 내가 무엇을 느끼고 익혔는지 새삼 깨닫기도 했다. 문화비축기지에 우리와 이야기나누기 위해 찾아온 사십여 명의 시민들과 눈을 맞추며 그들이 이곳까지 찾아온 수고가 괜한 것이라 여기지 않게 되기를 바랐다. 다행히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우리의 목소리를 귀 담아 들어주셨고 날카롭게 물음을 던지시기도 했다. 완벽하거나 충분하지는 않았지만 우리의 지나온 1년과 앞으로 함께 하고픈 시간과 방식에 대해 손을 내민 정도는 되지 않았을까 자평해본다.





추상적이라 느낄 수밖에 없었을 우리는 이런 일상을 살아왔고 살아갈 거라는 다짐들. 그리고 우리 외에도 이런 꿈을 꾸는 사람들이 세상에 많고 살아갈 방안들도 여럿 있다는 제안들. 우리가 날린 말들이 얼마나 그분들의 가슴에 씨앗으로 심어졌을까. 하지만 겨우 이제 시작이다. 농사에서 배웠듯 설령 발아하지 못한 싹이 있더라도 너무 아쉬워하지 말자. 흙의 상태를 살펴가며 적절한 모종을 심고 꾸준하게 물을 주는 일. 우리가 비전화공방에서 배운 전부는 어쩌면 그것인지도 모른다. 더불어, 함께 하면 그 일들이 더 즐거워질 것이라는 기대. 그 희망이 우리를 자꾸 세상 밖으로 나아가게 한다.   


글쓴이 : 민영

Posted by 비전화공방

안 부르고 혼자 고침』 저자와의 만남

2017.10.20.(금) 


자기 삶을 건강하게 가꾸려는 시도가 있습니다. 특히 여성이라면, 어딘가에 의존하지 않고 자립함에 있어 더 많은 기술을 필요로 합니다. 뚝딱뚝딱 만들고 고치는 행위는 보통 남성들이 하는 것으로 이미지화 되어 있으니까요. 세면대가 고장나도 고치는 사람을 부르기 두려워 방치하기도 합니다. 공구점을 가면 "여자가 이런 걸?" 눈빛을 접하게 되기도 하고요. 주체적으로 산다는 게 뭘까요? 그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건 어떻게 해야 가능할까요? 비전화공방 제작자 모집할 때도 여성비율이 높았습니다. 비전화제작자 1기는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많은 편입니다. 비슷한 갈증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있지 않나 싶습니다.  


비전화공방과 비슷한 움직임이 책으로 나왔습니다. 바로 『안 부르고 혼자 고침(완주숙녀회, 이보현)입니다. 후지무라 선생님이 강조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새로운 걸 만드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이미 있는 것들을 수리하는 능력도요. 새로운 걸 만들려면 구조를 파악하면서 조립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면, 수리는 손때묻는 가치를 아는 행위랄까요. 늘 새로운 걸 만들 순 없으니까요. 내가 사는 공간은 더더욱 그러합니다. 수리 기술이 일러스트와 글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신간을 받아보고서 함께 이야기하고 싶어졌습니다. 지난주 금요일(2017.10.20) 비전화제작자 아지트로 모셨어요. 



경제적 이유에서 시작된 직접 생활은 장점이 많았다. 직접 요리하면 설사 맛이 없다손 치더라도 깨끗하고 바른 음식을 먹을 수 있고, 몸을 많이 쓰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진다. 시간도 의지도 충만했던 시기에는 샴푸도 안 쓰고 생채식에도 도전했다. 먹는 거 준비하는데 한 시간, 먹는 데 한 시간, 머리감는 데 한 시간. 그저 하루를 살아내는 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들었다. 꼭꼭 씹어먹고 빡빡 씼고 하다보면 신비로운 느낌도 든다. 바느질이나 목공, 요리, 글쓰기, 그림그리기 주변의 도움을 받아 돈을 들이지 않고 무언가를 만들 기회는 많았다. 무엇보다도 직접 하면, 시간과 정성을 들이면 그 결과가 진짜 내 것이 되는 느낌이 들어 뿌듯하다. 

저자와의 만남 이야기 자리에서





짧은 이야기 자리였기에 직접적인 수리 기술을 나누진 못했고요. 어떤 경험을 통해 책을 쓰게 되었는지, 책이 나오게 되기까지. 그리고 저자의 삶이 드러난 고민들이 전해졌습니다. 완주에서 완주숙녀회가 만들어지게 된 계기, 여성으로 홀로 살아감에 있어 필요한 기술, 기록의 중요성 등에 대해서요. (자세한 내용은 책에도 언급되어 있으니 생략할게요. 책을 꼭 보셔요.) 비전화제작자를 비롯해 자리에 참여한 분들도 이런저런 궁금한 점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냈어요. 


"똑같이 고치는 행위를 하는데 여자가 하면 시간이 있나보다? 이런 시각들을 많이 느꼈다. 나는 뭘 해도 그런 식으로 명명되는 게 불쾌했다. 저자도 그런 경험이 있는지 궁금하다." 

해외탐방 준비하면서 지역에 사는 여성을 만나면서 지역에 사는 게 어떠냐고 물어봤다. 시골에서는 성역할이 고정되는 경우가 많다. 어떤 행사를 하더라도 여성은 음식준비, 남성은 장작을 팬다. 누군가 어떤 친구가 말했다. 나는 음식하는 것보다 장작 패는 게 훨씬 쉬운데 나한테는 장작을 팰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모든 남자가 장작을 잘 패는 것도 아닌데 이분법적으로 나눠져서 살기 힘들다. 


우리는 지역에서 이런 문제를 여전히 마주한다. 빨리 결혼하라는 말을 듣는다. 공구를 하나 사도 여자들한테는 작고 가벼우니까 이게 좋다고 말을 한다. 사실 그럴 수 있다. 기본적인 신체구조가 다를 수 있으니까. 그런 것들을 실천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우리 스스로 그렇게 말한다. 늘 예민하게 내가 변화하고 어떤 방식으로 행동하고 움직임일지 고민하자고 말이다. 


"완주숙녀회라는 이름에 끌렸다. 처음에 여기 자리에 오고 싶다고 생각한 건 '소소한 기술이나 스스로하기'보다는 '완주에서 그것을 하는 것.' 훨씬 더 마음이 갔다. 도시에서 스스로 고침과 지역에서 스스로 고침은 분명히 차이가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 차이가 어떤 게 있을지 궁금했다."

도시에서 혼자 하는 것과 시골에서 혼자 하는 것의 차이는 동료, 친구다. 혼자고침이라고 말하지만 완벽하게 혼자 고치는 게 아니다. 뭘 갈 때도 누가 잡아줘야 하고 빛을 비춰줘야 한다. 주로 시골에 혼자 내려간다. 나도 혼자 갔다. 동료를 만드는 게 가장 힘든일이었다. 완주숙녀회의 탄생은 느슨하게 만났다 흩어졌다하는 각각의 개성을 가지고 만나는 조각보, 포도송이같다.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개개인들이었다. 남성은 남성대로, 학부모 정체성은 그대로, 나는 30대 후반이니까 20대 청년층하고도 다르다. 30대 중후반 친구들하고 모여서 놀더라도 마음 편하다. 너무 좋은 친구들이다. 5명 정도 있는데 더 많아지면 좋겠다. 어딜가도 똑같으니 5명 모여있는 완주에 오시라는 말을 하는 편이다. (다들 웃음) 



유쾌한 만남이었습니다. 저자의 입담에 빠져들었어요. '완숙회'말고 '반숙회'로, 주말마다 시간될 때마다 완주에 놀러가겠다는 사람들도 생겼고요. 각자에게 좋은 자극이 되는 자리였겠죠. 앞으로 우리의 만남이 기대됩니다. 먼 길 와주어 고맙습니다.   





글쓴이/사진  재은 




Posted by 비전화공방


9월 적당포럼 주제는 ‘마을살이와 개인살이적당한 균형은?’입니다. 나눈 이야기 중에서 '공동체'는 늘 아름답고 평화로운 판타지가 아니라는 말이 와 닿았습니다오히려 갈등과 긴장이 일어나고 부딪히고 화해하는 일상의 훈련장이라는 것이죠그리고 전 세계의 전환마을이 기후변화나 지속가능의 문제로 지역별로 시작되기는 했지만실제로는 마을살이가 에너지 전환이나 지구의 미래와 같은 큰 아젠다의 일을 하기 보다는 들여다보니 결국 관계의 전환이나 위기를 연습하고 있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또한청년들이 마을살이를 힘들어 하는 이유로 어릴 때 '공동체경험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막상 필요성을 느끼고 마을살이로 전환해 들어가려 해도 연습과 경험의 축적이 필요하다는 것도 공감되는 이야기였습니다.

 

이날 나온 얘기를 종합해보면 결국마을살이와 개인살이의 그 균형점을 찾기 위해서는 그 전에 관계맺기에 대한 축적의 시간이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과정 속에서 자연스레 마을살이와 개인살이의 균형점이 잡혀가리라 봅니다또한갈등은 외면하거나 리스크로 볼 것이 아니라당연히 존재함을 인정하고이해하고해결하려고 함께 노력하고알아채려고 하는 노력들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도 공감했습니다

 

9월 적당포럼을 바탕으로 우리가 한달 간 해보기로 한 약속들은 인사나누기와 사소한 것 칭찬하기 등이 있었고 재밌는 실천의 일환으로 밥편지(좀 소원했던 사람에게 밥을 사고그 사람은 또 다른 사람에게 밥을 사서 한달 동안 얼마나 퍼져나가는지 실험해보기)실천한 것을 다음달에 발표하기로 했습니다그리고 다음달에는 처음으로 혁신파크를 벗어나 문래동에서 문래도시텃밭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글쓴이/사진  공상 





Posted by 비전화공방

어딘가 가야겠다, 누군가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든 건, 지난주 후지무라센세와 이야기 나누던 중이었습니다. 제작자들이 한달간의 수행경험과 그 속에서 느낀 고민과 생각들을 이야기하는 자리였습니다. 후지무라센세가 가만가만 들으시더니


바라는대로 산다는 것. 특히 도시에서 더욱 어렵습니다. 자기 길을 잃기 쉬워요. 방향성을 잃고 흔들리면 신념이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럴 땐 동료들과 지지하고 서로 나누는 게 중요해요. 조금이라도 자신들이 바라는 상에 가까워지도록, 미래의 희망으로 나아가고자 함께 협력하고 궁리하는 상태여야 해요. 또한 내가 실현하고자 하는 걸 실제로 하는 사람들을 만나보세요. 몽상이 아니구나, 가능하구나.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비전화공방에서 일하다보면 (사실은 무슨 일이든 그렇지만) 종종 생각에 잠깁니다. 항상 즐거울 수만은 없으니까요. 괜히 조급한 마음도 들고 '동력'이 떨어질 때가 있잖아요. 지난 봄에는 강원도 홍천을 갔다면, 이번 늦여름에는 우연한 기회로 충청북도 옥천을 다녀왔습니다. 후지무라센세 말씀처럼 내가 실현하고자 하는 걸 실제로 하는 사람들을 만나러요. 비전화공방도 자기 삶을 스스로 구성해내는 힘을 기르는 곳이니 맥이 닿아있기도 하고요. 옥천은 지역신문, 지역자치, 로컬푸드로 알려진 지역입니다. 


지역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는 배경을 보면, 대체로 학교가 중심인 경우가 많아요. 혹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이기도 하고요. 옥천은 지역신문이 활발히 움직인다는 점에서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꼭 가보고 싶었는데 이참에! 


옥천신문


옥천신문사에서 멀지 않은 곳엔 지역문화활력소 고래실에서 운영하는 지역문화창작공간 '둠벙'이 있습니다. 둠벙은 물웅덩이라는 뜻이래요. 논이나 밭에 물이 필요할 때 쓰는데, 논의 허파라고 불린다고 해요. 옥천의 허파가 되는 공간인 셈이죠 *_* 올해 4월에 생겨 따끈따끈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월간옥이네 기자님들을 만났습니다. 월간옥이네는 옥천의 사람, 문화, 역사를 담은 농촌잡지입니다. 아울러 월간옥이네를 만들고 있는 고래실은 옥천신문 문화콘텐츠사업단에서 출발해 독립한 법인으로 지역에서 다양한 교육, 문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해요.


누군가 시골에서 산다고 하면 자연스럽게 '농사를 짓는구나' 생각하기 쉽습니다. 지역에서도 다양한 일거리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농사를 짓기도 하고, 공간을 운영하기도 하고, 지역콘텐츠를 가공해서 확산하기도 하고. 단단히 뿌리박기까지 여러 사람들의 힘과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배우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었습니다. 지역에서 일거리를 만들어 '자립'하는 기술.  



월간옥이네 9월호




마침 옥천군 청성면에 위치한 이성산성 취재를 간다기에 따라나섰습니다. 날씨가 엄청 좋았어요. 산성에서 바라본 풍경입니다. 금강의 물줄기가 흐르고 있어요. 




공간 둠벙을 운영하고, 옥이네를 발간하고, 지역의 문화콘텐츠를 디자인하고, 투어나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고래실은 예비사회적기업이 되었다고 해요. 축하자리에도 잠깐. 축하합니다!  





짧은 만남이었습니다. 반나절 정도 둘러봤기에, 아직 알아가고 있는 과정입니다. 자주 만나고 싶어졌어요. 옥이네를 만드는 사람들, 그 마음들이 느껴지는 시간이었거든요. 각자의 자리에서 어떻게 살아야할지, 지역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할지 고민하면서 무언가를 하고 있겠죠, 지금도. 저도 조급하지 않고 천천히 해보려고요.   


고맙습니다. 




글쓴이/사진  재은



Posted by 비전화공방



부엌에서 '계절감'이 사라진지 오래이다. 마트에 가면 어느 계절과 상관없이 쌈채소와 고구마, 감자, 양파, 대파 등의 야채가 있다. 그나마 제철에 나는 과일로 계절을 느낀다. 여름엔 참외, 수박, 자두, 복숭아, 포도 등으로 색감이 풍성해진다. 물론 겨울에도 이런 것들을 '비싼 돈'을 주고 먹을 수 있다. "우리는 무얼 먹고 사는가, 어떻게 먹고 사는가"가 이번 포럼을 시작하는 질문이었다. 우리가 현재 어떻게 살아가는지가 척도로 보여지는 '부엌'이란 공간에 대해서 이야기나눴다. 


적당포럼에 참여한 분의 표현대로 여름부엌은 긴장의 연속이다. 무더울수록 상하기 쉽고 벌레가 잘 꼬이기 때문이다. 냉장고에 쟁여놓는 음식들을 봐도 여름이든, 겨울이든 상관없이 빼곡하다. 냉장고에 넣기 위해 음식을 살 정도로. 냉장고에 들어간 음식은 좀처럼 꺼내지지 않는다. 




마침 작은것이 아름답다 7,8월 특집호 주제가 <생태여름부엌>이었다. 7월 적당포럼을 함께 진행하게 되어 자연스레 주제가 정해졌다. 비전화공방서울에서도 20여명 되는 사람들이 점심을 만들어먹는다. 텃밭에 나는 작물들로 요리를 한다. 냉장고가 없어서 되도록 남기지 않고 다 먹는 편인데, 남는 반찬들은 공용냉장고 신세를 지기도 한다. 확실히 여름은 냉장고가 없어서 불편한 계절이긴 하지만, 덕분에 남기지 않는 요리법을 익히고 있다. 쌀을 개량하여 밥을 짓고, 딱 알맞게 먹는 방법을 연구한다. 적당포럼에 모인 사람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살림할거냐'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아요. 1년 전에 결혼을 했는데, 작은 냉장고를 쓰다보니 짜증이 났어요. 냉장고에 넣어야할 건 많고 다 안 들어가니 짜증이 난 거죠. 왜 밖으로 빼낼 생각은 하지 못할까 회의감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을 하고 있어요.  

- 비전화공방서울 제작자1기 신수미


'부엌' 공간과 우리의 삶은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 철을 모르는 사람을 '철부지'라고 한다. 철이란, 제철할 때의 계절을 의미하는데 '냉장고가 철을 모르게 하는 주범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여름살림부엌'을 주제로 몇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작은것이 아름답다 7,8호 특집호에 실린 문구를 돌아가며 읽었다.   



부엌은 오랜 전통이 집약되어 있고 삶의 방식을 결정하는 공간이었다. 늘 삶의 중심이었는데 점차 주변으로 밀려났다. 냉장고 기능도 다양해지고 온갖 편리한 도구들로 가득하지만, 단지 끼니를 때우는 공간이 됐다. 자본이 부엌의 실종을 빠르게 부추기고, 삶의 주도권을 빼앗고 있다. 그런 삶은 건강하지 않다. 

- 작은것이 아름답다 7,8월 특집호 중에서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참여했다. 5-6명씩 쪼개져서 깊이있게 이야기했다. 




조별로 모여서 적당포럼에 오게 된 이유와 냉장고 없이 살아가는 기술, 내가 요즘 하는 고민들을 나눴다. 잘 살고 싶어서, 잘 먹고 싶어서 왔다는 말이 기억에 남았다. 무얼 먹느냐가 곧 나를 구성하는 셈이었다. 또 다른 친구는 요리를 하면 자연스럽게 관계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혼자 먹는 건 맛이 없으니까. 가족과 사는 사람들은 가족이나 이웃과, 혼자 사는 친구들은 친구들을 초대하는 장으로써 부엌이 활용되면 삶이 풍요로워진다고 말했다. 


적당포럼은 다음달 적당포럼 전까지 조별로 한두가지의 약속을 정한다. 냉장고 한 칸을 비우겠다, 이웃이나 주변 사람들과 음식을 나눠먹겠다, 제철음식 사먹겠다 등이었다. 냉장고 없는 부엌을 시작으로 관계맺는 방식, 제철요리, 요리법, 베란다 텃밭가꾸기 등 주제가 무궁무진했다. 결국 이번달에는 이렇게 살아보고 싶다는 다짐이었다. '자연스럽게 살고 싶다.' 자연과 연결감을 가지면서,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 부엌은 좋은 매개거리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당연하게 쓰는 냉장고가 없이도 생활이 가능하구나, 지금처럼 살지 않아도 되는구나. 선택의 폭이 확장된 시간. 이런 게 자연스러움의 출발 아닐까 싶다. 



글쓴이/사진  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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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화공방서울×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 

6월 적당포럼 후기

도시와 시골, 그 사이 적당한 어딘가



6월 적당포럼 단체컷



내가 어디에서 사는지는 중요하다. 나는 부모님에게 독립하면서부터 서울의 꽤 여러 지역에서 살고 있다. ‘어디서 살아야 할까, 누구와 살까는 결국 어떻게 살까에 대한 고민과 연결된다. 물론 보증금과 월세를 뒷받침할 재정상태가 전제되어야 하지만 말이다.

 

6월 적당포럼도 비슷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비전화공방이 궁금하다고 연락 하는 친구들 중 많은 비율은 시골살이를 하고 있다. 도시는 전기와 화학물질에 의존하지 않고 살기가 애초에 어려운 구조이다. ‘사람의 부엌류지현씨 말처럼 정형화 된 아파트에, 냉장고 놓일 자리까지 설계되어 있으니. 그런 면에서 도시가 갖는 소비성, 효율성, 편리함에서 벗어나 다르게 살고 자 시골살이를 선택한 친구들은 막상 내려가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비전화공방에서 건축과 목공을 담당하며, 6월 적당포럼에서 이야기를 꺼낸 단디도 그 중 한 사람이다.



왜 시골로 내려가려고 했던 걸까 


가운데 가사를 들고 있는 사람이 단디



나는 시골에 내려갔지만 여전히 도시적인 패러다임이 삶을 지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간만 시골에서 살 뿐이지 내 삶의 욕구는 굉장히 도시적인 거죠. 더우면 에어컨을 찾는 것처럼. 또 하나는 관계가 부족한 게 컸어요. 시골엔 또래 친구들이 없으니 외롭더라고요. 서울에서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친구들을 알게 되어 다시 서울로 올라와 같이 살게 됐어요. 살다보니 6년 째 같이 살고 있는데요. 친구들과 이야기 나눈 건 우리가 왜 시골로 내려가고자 했던 걸까, 시골에서 무얼 원했던 건지본질적인 부분을 찾아보면서 어떻게 살지 고민해보자고. 도시에서의 삶, 시골의 삶. 어느 하나도 포기하지 않고 양쪽을 오가며 살기로 했어요. 도시에서의 삶을 부정하고 시골로 가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삶의 형태를 열어두고 오갈 수 있는 거죠. 이런 삶이 가능하려면 전제는 관계에 있어요.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는 관계들. 그런 관계가 지역과 공간에 한정되지 않고 자유롭게 만들어져야 하지 않을까. 서로가 연결되다보면 마음과 관계 또한 단단해진다고 봐요.”



삶의 전환은 고된 일 


시에서 필요한 적정기술을 연구하고 사용 가능하게 작업하는 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의 나영씨도 덧붙였다


저는 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에서 일하고 있지만 배운다는 표현이 더 정확해요. 저는 사회 시스템에서 자립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그러다보니 농사를 짓고 기술을 배우고 싶어 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에서 들어가게 됐어요. 삶의 전환은 고된 일이에요.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야하고요. 편한 걸 두고 납땝하랴 패달을 돌리랴, 불편한 걸 감수해야 해요. 하지만 넉넉해져요. 내가 사무실에 앉아서 했던 일보다 설명할 수 없는 희열이 있어요. 결국 내가 어떤 마음으로, 내 삶을 주관하고 얼마나 주체적으로 사느냐에 집중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에서 만든 패달로 돌려 갈아먹는 믹서기



귀농귀촌을 선택한 부모님을 따라 지역에 내려갔다가 외로움을 뼈저리게 겪어내고 도시에서 커뮤니티를 일구는 맛을 알았다는 동하씨 이야기도 들었다. 그러나 도시에 사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시골에 비해 쉼터가 없고 모든 것을 소비해야 누릴 수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혼란스러움을 나누고 싶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잘 산다는 것

 

6월 적당포럼에도 잘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누구나 자기가 생각한대로 살아지기 마련이다. 생각한대로 살다보면 시행착오를 겪게 되고 시행착오가 쌓이면 조금 더 나아보이는 선택을 하게 된다. 도시와 시골 사이 어디쯤에 위치한 지금의 나, 누구와 함께 살고 어떤 공동체를 이루고 싶은지 깊이 있는 관찰, 사람들의 이야기는 끊임없이 나에게 돌아온다. 이 자리에 왜 오게 되었는지 소개하다보니 시간이 훌쩍. 마칠 시간이 되자 한 달간 지키고 싶은 약속을 꺼냈다


일단 지금 내 가족,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안부를 묻는 것부터 해보면 어떨까요. 도시에 살든, 시골에 살든 함께 사는 감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면. 공동체는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지금의 나에서 출발하면 되니까요.


다들 끄덕였다. 우리는 한 달 뒤에 만나기로 했다. 

 



글쓴이/사진   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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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6/25) 서울에서 3시간 거리의 강릉을 다녀왔습니다. 5월에 진행한 태양열식품건조기 시민제작워크숍 때 강릉에서 오셨던 팀이 있었거든요. 워크숍 하루만으로 완성할 수 없어 추가적으로 작업하기 사업단 재은과 제작자 4명이 함께 갔어요. 강릉에서 산지 3년 정도 되신, 공간을 꾸미는 재미에 흠뻑 빠지신 분의 집에 초대되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예쁘다'고 난리. 직접 리모델링을 하실 정도로 실력자분들이었습니다!!!!!! 도시에서 인권운동 등 여러 활동을 하다가 강릉에 오셨다고 하더라고요. 저희가 배울 게 참 많았답니다.

 

 

 

먼 길 왔다고 맛있는 점심을 해주셨어요. 점심 두둑히 먹고 쓰고 계신 태양열식품건조기를 체크했습니다. 태양열 판넬인 리플렉터를 달고 오래 쓸 수 있도록 나무에 페인트칠을 하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건조되는 음식물이 떨어질 경우에 치우기가 어렵다는 의견을 주셔서, 다음에 만들 땐 어떻게 만들면 좋을지까지 의견을 교환했어요.

 

 

 

본격적으로 시작. 페인트칠을 하려면 사포질을 슥삭슥삭. 먼지를 닦아냅니다.

 

 

 

한 쪽에서는 예술적 감수성을 한껏 발휘해 태양열 판넬 뒷면을 꾸미고 있어요. 이런 색감이 나오려면 파란색 페인트를 3번은 덧칠해야 해요. 마르기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바르고, 다시 바르는 일이죠. 페인트칠은 조급하면 안 됩니다. 기다림을 즐기는 맛으로ㅎ 색감이 너무 예쁘죠? 구름보세요. 먹고 싶은 구름, 안고 싶은 구름, 타고 싶은 구름. 저마다 다른 모양의 구름에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노닥거리게 되더라고요. 인상적으로 남았던 이야기를 전합니다.

보통 워크숍 같은 걸 하면 그냥 그걸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자기가 하는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먼 길 방문해준 게 정말 감동이에요. 태양열식품건조기로 연결되는 느낌이고요. 비전화공방에서 제작워크숍을 통해 우리같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든 점이 아주 좋은 것 같아요.

 

성희

 

 

 

마무리작업을 마치고, 넘나 잘 했다며 깔깔깔. 포인트 되는 곳만 강릉의 바다를 닮은 색을 칠하고 나머지는 나무에 바니쉬를 칠했어요. 코팅하는 셈이죠. 빤질빤질해졌습니다. 나무 결은 결대로 예쁘고요.

 

 

 

(강릉 온 김에 밤바다에서 노는 건 덤입니다. 에헷. 제작자들이 일만 하는 줄 알까봐...ㅎ)

 

 

 

저희가 머물렀던 숙소를 간단히 소개할게요. 강릉에서 비교적 조용한 해변인 순긋해변이 바로 보이는 곳에 위치한 '안프로하우스'입니다. 여기 주인장분이 태양열식품건조기 워크숍에 오셔서 저희를 놀라게 하셨는데요. 목공작업을 잘하셔서 무얼 더 보태지 않아도 되었거든요ㅎ 먼길 와서 고생했다고 오징어회, 문어숙회, 문어데친 물에 끓인 라면까지. 강릉=국물 맛 성립되었습니다. 

 

태양열식품건조기가 맺어준 인연. 강릉에서 제 몫을 하고 있을 녀석이 새삼 고맙네요. 서울과 강릉, 3시간이 걸리는 거리이지만 서로의 존재로 힘이 되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흩어져있다는 건. 우리가 이러려고 활동하는구나. 확인하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편히 쉬고, 잘 자고, 잘 먹고 서울로 올라왔어요.

 

큰 마음 받아왔네요. 고맙습니다. 

 

 

귀요미 사진도 덤. 헤헷.






글쓴이/사진   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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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마시는 법

박노해


에티오피아의 커피 농부 유누스가

올해 처음으로 수확한 커피 콩이라며

철판에 볶아 나무절구로 찧어 내린

첫 잔을 내밀며 수줍게 웃는다


나는 금이 간 커피잔을 들어

첫 모금을 마신 후 최고라고 말하려다가

실망어린 유누스의 표정을 보는 순간

뭔가 잘못됐음을 알아챘다


나는 다시, 향기를 맡고 한 모금을 마신 후

천천히 눈을 감고 음미한다

얼마쯤 지났을까 눈을 뜨고 미소지으니

그의 얼굴이 환한 유채꽃이다


그렇지요, 서른을 셀 때까지지요

첫 모금을 마신 뒤 서른을 셀 때까지

가만히 집중해야지요

목을 타고 입을 거쳐 코로 올라오는

커피향이 다섯 번은 변화하지요


에티오피아 커피는

다섯가지 꽃 향기가 연달아 피어나고

다섯가지 과일 맛이 연달아 감돌지요


우리는 커피를 마실 때마다

이 커피콩이 자라난 30년의 시간과

계절의 햇갈과 대지의 바람을 느끼지요


커피를 마실 땐 

지상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로

여운을 느끼는 거지요

그러면 어지러운 상념들이 가라앉고

복잡한 것들이 단순하게 정리되지요


커피를 마시는 곳은 생각의 성소이고

커피를 마시는 일은 마음의 성사지요



적당포럼의 한 컷



적당포럼은 한국에서 대안적 실험을 하는 단체와 공동의 이슈를 도출하여 사회적으로 확산하는 포럼입니다. 비전화공방의 첫 적당포럼은 적정기업 이피쿱과 함께 했습니다. 이피쿱은 커피를 만드는 노동자들이 모인 협동조합입니다. 적정하게 노동하고 적정한 이윤을 얻는 것을 의미하는 '적정기업'은 이피쿱을 소개하는 수식어고요. 비전화공방과 함께 '커피 한 잔에 담긴 적당함'은 무엇인지. 커피 한 잔에 어떤 노동이 담겨있고, 어떤 적당함을 고민하고 있는지를 시작으로, 모인 사람들이 생각하는 적당함을 나누는 자리였습니다.


물론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시작했어요.


직접 볶은 커피를 갈고


첫 자리를 연 이피쿱 김이준수 대표와 비전화공방서울 강내영 단장


커피를 얼마나 볶는지에 따라 신만, 단 맛, 고소한 맛, 쓴맛 다 다릅니다. 우리는 기계가 내린 커피를 마시고 있죠. 자신에게 맞는 맛을 찾아가는 게 적당함이 아닐까 싶습니다. 내 몸이 원하는 맛에 집중하는 것. 내가 나에게 가장 적당한 과정을 찾아가면서 직접 볶은 커피를 내려 마시는 즐거움은 덤일거에요. 


이피쿱 김이준수 대표

 


위에 실린 시를 낭독했습니다.



테이블로 나눠져 각자가 바라는 적당함을 주제로 대화했어요. 제가 들어간 테이블에서 나눈 이야기를 전하면요. 적당함이란 '대충하자'와 다르지 않나. 적절하고 알맞다는 뜻과 비슷하다.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무리하지 않는. 조화로운 상태라 정의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정의하는 적당함은 폭이 협소해서 모 아니면 도,처럼. 이건 적당하지 않고 저건 적당하다는 식이 많은데요. 사회적으로 적당함의 품을 넓히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시행착오를 경험하고 서로 공유하는 우리의 실험이 중요하겠다고.  


테이블마다 한 달 간 '커피 한 잔에 담긴 적당성'에 대한 약속을 정하기로 했습니다. 나는 이렇게 살아보겠다는 다짐 같은거죠. 



한 팀은 하루 단식을 약속했어요. 우리가 식사할 때 조리된 먹거리로 단순히 배를 채우거나 끼니를 해결하는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고 하루 단식을 통해 음식 재료 본연의 맛을 느끼고 접하는 기회가 된다는 참여자의 말에 다들 공감하면서 그 팀 사람들은 해보겠다고. (누군가 이 팀의 발표를 듣더니, '세끼 먹는 게 적당한 거 아닐까요?'라는 질문을ㅎㅎㅎ) 단순히 주어진 것을 소비하지 않고 플러그를 뽑듯이 재료의 본질을 찾고 나에게 적당한 맛과 형태를 알아가는 시간으로 단식이 얘기되었다고 해요. 다른 팀은 이렇게 발표했어요. 


저희는 적당하기 어려운 사회에서 어떻게 적당하게 살 수 있을지를 이야기했어요. 적당하게 살려면 몸의 신호를 잘 들어야 해요. 적당하게 산다는 건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선택해야 하는 지점인 것 같아요. 일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 적당하지 않아져요. 심플해지는 게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이번 달 약속으로 우리는 일을 하기 10분 전에 집중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어요.


참여자

 

또 다른 팀은 내 스스로 정의한 적당함이 아니라 사회적 통념과 타인의 시선을 반영하게 됨을 이야기하면서, 내가 선택하고 실패할 기회를 갖겠다고. 한 달 동안 그 사람을 인정하는 '어그래 운동'을 하기로 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의견을 내거나 나와 생각이 다르더라도 "어그래"라고 시작한다고 해요.  




테이블마다 모두 다른, 한 달 간 실행해볼 약속이 나왔습니다. 각자가 생각하는 적당함도 다를테고 고민하는 지점이 다를테니. 당연하겠죠. 이런 다양함을 품어내는 게 적당함이겠죠. 자신의 삶에서 추구하는 적당함을 나눌 수 있었던 시간, 늦지 않은 시간 적당하게 마무리되었어요.


다음 시간이 기다려지네요 *_* 참여자의 후기를 마무리로


스스로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을까 고민하며 살고 있지만 낯선 사람들을 만나서 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아요. 우연한 기회에 알게된 친구가 하는 행사에 어떤 행사인지도 모르고 가벼운 마음으로 갔다가 소중한 경험을 하고 왔습니다. 비전화 방식으로 커피콩을 볶고 느리게 갈아서 커피를 내려 마시면서 소소한 이야기로 시작한 대화로 제 삶의 태도까지 뒤돌아보게 되었어요. 적당하게 일하고 쉬면서 사는 것에 대해 고민해보고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한달동안 제 삶에 어떤 작은 변화가 있었는지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다음 포럼에 또 만나요^^



 



글쓴이, 사진 재은



Posted by 비전화공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