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비전화공방

[비전화수기공모] 조건 있는 생활 / 황진주 비전화수기공모 조건 있는 생활황진주 나는 이사를 참 여러 번 다녔는데 이번에 사는 집에서는 딱히 누가 놀러 와서 자고 간 기억이 없다. 꼭 그래야 하는 건 아니지만 이젠 나도 남의 집에서 자는 게 편한 일은 아니고 나이가 드니 저절로 그렇게 되었다. 나이가 들어서, 라는 표현은 상대방에 따라 조심해야 하는 표현이다. 그런데 사실 나이가 들면 좋은 점이 많다. 가장 좋은 점은 내가 하고 싶어라 하던 일을 어느 날 할 수 있게 되는데, 꿈에 그리던 순간을 맞이하는 건 성공 지향적인 한국 사회에서 참 칭찬받을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 시간을 정신없이 보내다가 이루고 싶던 일을 이루고 나면 벌써 이렇게 세월이 흘렀나 싶다. 아무튼, 몇 명의 친구가 나 '서울 갈 때 너희 집에서 자도 돼?'라고 물어보면 이.. 더보기
『안 부르고 혼자 고침』 저자와의 만남 『안 부르고 혼자 고침』 저자와의 만남 2017.10.20.(금) 자기 삶을 건강하게 가꾸려는 시도가 있습니다. 특히 여성이라면, 어딘가에 의존하지 않고 자립함에 있어 더 많은 기술을 필요로 합니다. 뚝딱뚝딱 만들고 고치는 행위는 보통 남성들이 하는 것으로 이미지화 되어 있으니까요. 세면대가 고장나도 고치는 사람을 부르기 두려워 방치하기도 합니다. 공구점을 가면 "여자가 이런 걸?" 눈빛을 접하게 되기도 하고요. 주체적으로 산다는 게 뭘까요? 그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건 어떻게 해야 가능할까요? 비전화공방 제작자 모집할 때도 여성비율이 높았습니다. 비전화제작자 1기는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많은 편입니다. 비슷한 갈증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있지 않나 싶습니다. 비전화공방과 비슷한 움직임이 책으로 나왔습니.. 더보기
9월 적당포럼, 마을살이와 개인살이에 대한 적당한 균형 9월 적당포럼 주제는 ‘마을살이와 개인살이, 적당한 균형은?’입니다. 나눈 이야기 중에서 '공동체'는 늘 아름답고 평화로운 판타지가 아니라는 말이 와 닿았습니다. 오히려 갈등과 긴장이 일어나고 부딪히고 화해하는 일상의 훈련장이라는 것이죠. 그리고 전 세계의 전환마을이 기후변화나 지속가능의 문제로 지역별로 시작되기는 했지만, 실제로는 마을살이가 에너지 전환이나 지구의 미래와 같은 큰 아젠다의 일을 하기 보다는 들여다보니 결국 관계의 전환이나 위기를 연습하고 있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또한, 청년들이 마을살이를 힘들어 하는 이유로 어릴 때 '공동체' 경험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막상 필요성을 느끼고 마을살이로 전환해 들어가려 해도 연습과 경험의 축적이 필요하다는 것도 공감되는 이야기였습니다. 이날 나온 얘기.. 더보기
짧은 여행의 여운 어딘가 가야겠다, 누군가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든 건, 지난주 후지무라센세와 이야기 나누던 중이었습니다. 제작자들이 한달간의 수행경험과 그 속에서 느낀 고민과 생각들을 이야기하는 자리였습니다. 후지무라센세가 가만가만 들으시더니 바라는대로 산다는 것. 특히 도시에서 더욱 어렵습니다. 자기 길을 잃기 쉬워요. 방향성을 잃고 흔들리면 신념이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럴 땐 동료들과 지지하고 서로 나누는 게 중요해요. 조금이라도 자신들이 바라는 상에 가까워지도록, 미래의 희망으로 나아가고자 함께 협력하고 궁리하는 상태여야 해요. 또한 내가 실현하고자 하는 걸 실제로 하는 사람들을 만나보세요. 몽상이 아니구나, 가능하구나.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비전화공방에서 일하다보면 (사실은 무슨 일이든 그렇지만) 종종 생.. 더보기
늦여름을 보내는, 제작자들의 생각 후지무라 센세가 오셨습니다. 매달 일주일씩 한국에 오셔서, 제작자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는데요. 특히 센세가 오신 첫 날은, 제작자들이 그동안 느낀 점들과 작업하면서 드는 고민을 털어놓고 서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한 텀이 마무리될 때마다 자신의 언어로 정리하는 에세이 작업도 하고 있어요. 제작자들이 쓴 에세이 중에 공유하고 싶은 내용을 전합니다. 조금 전에 친구가 부서를 이동한다고 하길래 나는 '인생 이동중'이라고 말했다. 어디로 가냐고 물어보길래 '도착하면 알겠지'라고 답했다. 나를 믿고, 게으르지 말고, 머리 속에 있는 여러가지 폴더들을 수시로 펼쳐보면서 가야할 때. 비전화제작자 1기, 이름은 밝히고 싶지 않은 누군가 7월에 일본 비전화공방을 다녀와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후의 시간은 우.. 더보기
7월 적당포럼, 여름살림부엌을 시작으로 부엌에서 '계절감'이 사라진지 오래이다. 마트에 가면 어느 계절과 상관없이 쌈채소와 고구마, 감자, 양파, 대파 등의 야채가 있다. 그나마 제철에 나는 과일로 계절을 느낀다. 여름엔 참외, 수박, 자두, 복숭아, 포도 등으로 색감이 풍성해진다. 물론 겨울에도 이런 것들을 '비싼 돈'을 주고 먹을 수 있다. "우리는 무얼 먹고 사는가, 어떻게 먹고 사는가"가 이번 포럼을 시작하는 질문이었다. 우리가 현재 어떻게 살아가는지가 척도로 보여지는 '부엌'이란 공간에 대해서 이야기나눴다. 적당포럼에 참여한 분의 표현대로 여름부엌은 긴장의 연속이다. 무더울수록 상하기 쉽고 벌레가 잘 꼬이기 때문이다. 냉장고에 쟁여놓는 음식들을 봐도 여름이든, 겨울이든 상관없이 빼곡하다. 냉장고에 넣기 위해 음식을 살 정도로. 냉장고.. 더보기
#3. 비전화제작자들의 일본 비전화공방 소식, 세 번째 #3. 비전화제작자들의 일본 비전화공방 소식, 세 번째 비전화제작자들은 일본 연수기간 동안 나스에 있는 히덴카코보(일본 비전화공방)에 있지만은 않았습니다. 나스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러 사례를 탐방했는데요. 그 내용을 소개합니다. 1. ARI(Asia Rural Institute) 아시아 지방 연구기관 ARI의 A는 '아시아'이지만, 이 곳은 세계 어느 곳에서든 지역의 활성화가 필요한 사람들이 농사와 리더십을 키우게끔 하여, 그 지역을 이끄는 리더를 기르는 곳입니다. 일본 비전화공방 근처인 '나스마치'에 위치합니다. 기독교재단이 지원하는 기관입니다. 리더를 기르는 과정은 3~4월에 시작해 12월에 마무리됩니다. 유기농법과 농장일(닭, 돼지 키우기)등을 함께 배웁니다. 기계를 되도록 사용하지 않습니다... 더보기
#2. 비전화제작자들의 일본 비전화공방 소식, 두 번째 #2. 비전화제작자들의 일본 비전화공방 소식, 두 번째 지난 글에 이어서 히덴카코보(非電化工房)에서의 생활을 전하려고 합니다. 이번에는 우리가 배운 것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겠습니다. 지난번에 올린 트렉터와 포크레인 타는 것 외에도 많은 활동들을 했는데요. 하루하루 알차게 보냈습니다. 1. 체인톱 사용&장작패기 흔히 전기톱이라고 하는 체인톱과 묵직한 도끼로 나무를 잘랐습니다. 히덴카코보는 겨울에는 '스토브(나무아궁이 같은 개념)'로 집을 데우고, 고에몽(장작으로 물을 데우는 일본 전통 욕조)을 사용하기 때문에 장작이 많이 필요합니다. 2년 전에 히덴카코보에서 제작자로 계셨던 '마시'가 가르쳐주었는데, 전기톱을 사용하면서 ‘덴카코보데스네~’(전기공방이네~)라고 한 것이 기억에 남네요. 아무래도 기계의.. 더보기
#1. 비전화제작자들의 일본 비전화공방 소식, 첫 번째 히덴카코보에 간 제작자들, 첫 번째 이야기히덴카코보(非電化工房)는 ‘비전화공방’의 일본어 발음입니다. 이 글에서는 일본의 비전화공방은 ‘히덴카코보’로, 서울의 비전화공방은 ‘비전화공방서울’로 표기했습니다. 2017.07.03. 첫째 날서울에 장맛비가 시작되는 날 아침, 일본으로 출발했다. 도착한 일본도 장마기간이다. 비가 오고 습하고 덥다. 게다가 온통 풀과 나무와 꽃으로 덮인 히덴카코보에는 진디응애, 일본어로 ‘부요’가 산다. ‘부요’는 잠깐 사이에도 살을 뜯어 상처를 낸다. 그리고 미친 듯이 가렵고 부어오른다. (열흘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렇다.) 나스에 도착하자마자 모두들 부요에게 살을 뜯기고 상처가 났다. 피가 맺혀있는 상처를 보며 우리들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중얼거렸다. 그때 후지무라 센세.. 더보기
6월 적당포럼. 도시와 시골, 그 사이 적당한 어딘가 비전화공방서울×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 6월 적당포럼 후기도시와 시골, 그 사이 적당한 어딘가 6월 적당포럼 단체컷 내가 어디에서 사는지는 중요하다. 나는 부모님에게 독립하면서부터 서울의 꽤 여러 지역에서 살고 있다. ‘어디서 살아야 할까, 누구와 살까’는 결국 ‘어떻게 살까’에 대한 고민과 연결된다. 물론 보증금과 월세를 뒷받침할 재정상태가 전제되어야 하지만 말이다. 6월 적당포럼도 비슷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비전화공방이 궁금하다고 연락 하는 친구들 중 많은 비율은 시골살이를 하고 있다. 도시는 전기와 화학물질에 의존하지 않고 살기가 애초에 어려운 구조이다. ‘사람의 부엌’ 류지현씨 말처럼 정형화 된 아파트에, 냉장고 놓일 자리까지 설계되어 있으니. 그런 면에서 도시가 갖는 소비성, 효율성, 편리함에서 벗어.. 더보기